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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07-07-26 15:31수정 2007-07-27 15:30

영화 특수미술팀 ‘셀’의 황효균 실장
영화 특수미술팀 ‘셀’의 황효균 실장
[매거진 Esc] 도대체 누구야
영화 특수미술팀 ‘셀’의 황효균 실장, 그가 매일 시체 만드는 이야기
23일 오후 경기도 일산에 자리한 영화 특수미술팀 셀의 작업실을 찾았다. 제일 먼저 손님을 맞는 건 <해부학 교실>에서 사건의 전개에 중요한 몫을 했던 여성 커대버(cadaver, 해부용 시체) 모형이다. ‘그래 봤자 모형이지’라고 호기롭게 들어갔건만, 피부에 난 땀구멍까지 눈에 들어오자 팔뚝에 소름이 오스스 돋는다. 슬쩍 피부를 눌러 보다가 괜히 움찔했다.

‘백선생테리어’로 이름을 알리다

스크린에서는 보이지 않던 땀구멍과 체모, 발뒤꿈치 주름까지 모든 게 생생하다. “그냥 자기만족이죠.(웃음) 스치고 지나가는 거라도 스치고 지나갈 용도를 만들 수는 없잖아요. 한 달 걸리는 작업인데 포커스 아웃 할 거니까 보름 만에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아도 그냥 한 달 채워서 완성해요.” 셀의 황효균(31) 실장은 <해부학 교실>에서 커대버 모형에 가발 대신 일일이 머리카락까지 심어 넣으면서 두 달에 걸쳐 한 구씩 완성해 총 네 구의 시체를 만들었다. “가발보다는 하이모가, 하이모보다는 진짜 머리카락이 더 사실적”이라는 간단한 이유로 말이다. 이렇게 공들여 만드는 커대버 한 구의 제작비만 3천만원이 넘게 들어간다.

셀은 특수미술업체에서 함께 일하던 황 실장과 곽태용 실장이 2003년 독립해 만든 회사다. 회화를 전공한 황씨가 사실성과 정교함을 요구하는 작업을 주로 하는 반면, 곽씨는 기계적 메커니즘을 만들어내는 일을 맡아 한다. 핏덩어리가 뚝뚝 떨어지는 잘려진 팔을 만드는 게 황 실장이라면 신경의 반응으로 그 팔이 바들바들 떨도록 모터를 만들어 삽입하는 건 곽 실장의 몫인 거다. 두 사람 외에도 미술과 디자인, 분장 전공자 네 사람이 더 모여 셀을 이루고 있다.

소름 끼칠 정도로 사실적인 재현물을 만드는 게 특수미술팀의 일인 것 같지만 재현 못지않게 중요한 건 영화적 비주얼이다. 예를 들어 <해부학 교실>에서 보여 준 카데바는 진짜 커대버와 다르다. “(커대버 사진을 보여 주며) 진짜 커대버는 피부가 장판지 같고 오히려 모형처럼 보이죠? 이걸 사실적으로 보여 주면 영화가 보여 줘야 할 공포스런 느낌이 살아나질 않아요. 그래서 감독님과 상의해 커대버와 시체의 중간 정도로 모형을 만든 거죠.” 이런 작업을 하려면 해부학 공부는 필수. 준비 작업으로 의대 해부실험 수업도 참관했다. 각종 소품으로 어지러운 그의 사무실에는 미술 책보다 공학이나 해부학 책이 더 많이 눈에 띈다.

만들어진 지 이제 5년 됐지만 셀을 찾는 감독 명단을 잠깐 보자면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이 먼저 눈에 뜨인다. <친절한 금자씨>, <괴물>, 촬영 중인 <놈, 놈, 놈>까지 모두 셀의 특수분장이 한몫했다. 이 가운데서도 최민식 얼굴과 개 몸뚱이가 합성된 ‘백선생테리어’는 셀의 이름을 알린 작품이다. “본래는 개의 몸에 최민식씨 얼굴을 컴퓨터그래픽으로 합성하려던 거였어요. 그런데 개를 죽일 수도 없고 마취를 시키면 축 늘어지니까 개 몸 모형만 만들어 보자고 한 거죠. 기왕 만든 김에 얼굴
영화 <해부학 교실>을 위해 셀에서 제작한 커대버의 모형 머리부분. 사진 셀 제공.
영화 <해부학 교실>을 위해 셀에서 제작한 커대버의 모형 머리부분. 사진 셀 제공.
모형도 만들어서 기계장치로 움직이게 해 가져가 봤는데 채택이 된 거죠.” 그냥 잘린 팔을 주문 받아도 막 신체에서 떨어진 것처럼 부르르 떨리는 걸 하나 더 옵션으로 가져가서 연출의 선택 폭을 넓히니 많은 감독들이 셀을 찾는 게 당연해 보인다.


셀은 최근 방영 예정인 텔레비전 드라마 <칼잡이 오수정>의 특수분장을 맡았다.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처럼 150kg 거구로 변신하는 오지호의 몸에 덧대는 실리콘을 만들었다. “<미녀는 괴로워> 때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를 작업했던 할리우드 팀이 와서 했잖아요. 규모 면에서 부족하지만 디테일이나 기술에서는 한국 특수분장도 할리우드에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드라마 작업은 영화보다 시간이 촉박하고 후반작업도 없다시피 해서 환경은 안 좋지만 이렇게 새로운 걸 해봐야 특수미술의 가능성도 넓어지고 노하우도 쌓이니까 도전해 봤습니다.” 그는 특수미술이나 분장은 ‘마법의 램프’가 아니라고 말한다. 어느 날 새로운 기술이 뚝 떨어지는 게 아니라 쌓이고 쌓여서 조금씩 진전되는 것이기 때문에 매 작품이 실험이고 발명인 셈이다.

기괴한 판타지 캐릭터 창조에 도전하는 꿈

그래서 새로운 작업은 늘 황 실장을 설레게 한다. 시체는 많이 만들어 봤지만 장기까지 완전하게 갖춘 시체 모형을 완성해 보기는 처음이라 <해부학 교실>이 신선했다면, 좀비 영화가 전무하다시피 한 충무로에서 류승범을 좀비로 만들었던 작업(<인류멸망보고서> 중 ‘멋진 신세계’) 역시 즐거웠다.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사진으로 슬쩍 본 류승범 좀비의 얼굴은 거칠고 잔인하게 일그러진 서양 좀비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중국에서 촬영 중인 <놈, 놈, 놈>에서는 달리는 말의 모형을 처음으로 시도해 봤다. 언제나처럼 스크린에서 어떻게 나올지는 관객 못지않게 황 실장을 비롯한 셀 팀 모두가 궁금해하는 결과다.

쉽게 맞히겠지만 그가 가장 해보고 싶은 장르는 <해리 포터> 시리즈나 <판의 미로> 같은 판타지다. “사람이 아닌 제3의 캐릭터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고양이 얼굴을 한 사람이라든지 물고기 인간이라든지, 팀 버튼의 영화에 나오는 사람이나 동물들처럼 기괴하면서도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해 보는 게 특수미술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꿈 아닐까요.”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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