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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럴 해저드가 왜 뽀송뽀송하지?

등록 2007-07-26 15:06

한국방송, 문화방송 제공
한국방송, 문화방송 제공
[매거진Esc] 너 어제 그거 봤어?
젊은 감독들의 감각과 패기가 돋보이는 <커피프린스 1호점>과 <한성별곡>
매주 같은 시각에 방영하는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문화방송)과 <한성별곡>(한국방송). 전자는 높은 시청률 속에서 승승장구하고 후자는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사랑받는 드라마지만 두 작품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장편을 처음 연출하는 젊은 감독들의 감각과 패기가 똘똘 뭉쳐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각각 <커피프린스 1호점>과 <한성별곡>을 ‘본방 사수’ 하는 <매거진t>의 백은하 편집장과 차우진 기자가 젊고 활기차진 월·화요일 밤 10시의 텔레비전의 두 채널을 고정했다.

백은하 <커피프린스 1호점>(커프) 초반에는 한유주(채정안)에게 어장 관리의 달인이니, 낚시 대마왕이니 하는 화살이 꽂혔는데 지금은 주인공 4명 모두 공평하게 낚시를 하는 아름다운 상황이 됐다.(웃음) 그런 구도는 지금까지 보아온 드라마 속 남녀관계와 다르다. 양쪽에 마음 두는 데 대한 죄책감이 없는 일종의 모럴 해저드인데 그걸 느끼하거나 질척거리지 않고 오히려 뽀송뽀송하게 보여준다.

주인공 4명이 모두 ‘낚시질’을 하더라

차우진 윤은혜가 남장으로 나오는 것이지만 극 중에서 남자애인 은찬에 대한 남자들의 관심이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지는 게 놀라웠다. 사실 남자들이 그렇게 관계 맺는 방식은 거의 없는데 드라마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연출됐다.

내용으로만 따지면 공중파 방송 불가인 하드코어 퀴어나 야오이 수준인데 시청자들이 윤은혜가 여자란 걸 알고 또 결국 여자라는 게 밝혀질 거라는 안도감을 바닥에 깔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연출인 것 같다.

스타일이 팬시하고 배우들이 예쁘니까. 한편 인터넷 소설이나 로맨스 소설에서 야오이스럽게 다뤄지는 부분과도 연결되는 것 같고.

윤은혜도 있지만 공유를 포함해 다섯 명의 프린스들을 보는 재미가 크다. 젊은 남자들이 몸을 부딪치며 농구 하고 물에 빠지고 하면서 그 육체가 아름답게 부각되는 걸 <태릉선수촌> 이후 처음 봤다. 두 드라마를 만든 이윤정 피디는 젊음을 영상화시키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젊은 남자애들이 그렇게 부딪치는 모습을 보면서 어디 다른 데로 채널을 돌릴 수가 없다.(웃음) 말하자면 동방신기인 거다. 그런데 육체의 전시 방식이 팬시적이라 보면서 죄책감이 덜 든다.

어린 소녀들을 그렇게 그렸다고 하면 되게 이상하지 않나. 그런데 <커프>에서 남자를 묘사하는 건 내가 봐도 거부감이 들지 않더라. 전반적으로 섹슈얼리티가 남성에게 작동하는 방식과 여성에게 작동하는 방식이 달라서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커프>는 혼자 보는 것보다 여자끼리 같이 보는 게 재밌다. “어떻게 어떻게” “저 기럭지 어떡할 거야” 이렇게 열광하면서 보게 된다. 월요일 날 윤은혜가 공유한테 뽀뽀할 때는 완전히 넘어갔다.

공유가 눈을 감았어요.(웃음) 처음에는 놀란 눈이었다가 스르르 감기더라. 지나가다가 보면서 “짜식, 느끼네” 이러면서 봤다.(웃음)

배우들이 가장 예쁠 때가 있는데 윤은혜는 지금인 거 같다. 우리가 보기에도 이렇게 예쁜데 남자고 여자고 얘가 신경쓰이지 않겠나. 사회적 조건으로 보면 약자인데 젊음에서 뿜어 나오는 매력이 이런 조건들을 상쇄시키는 순간순간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인상적이었던 ‘수신료에 대한 가치’

시청률을 수긍할 만한 거지. 잘 만든 드라마, 재밌는 드라마가 많은 사람들한테 지지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교생 일기> <내일은 사랑> <카이스트>처럼 요새는 사라진 캠퍼스물이나 청춘물의 재미가 엠티, 캠프 이런 데 단체로 가서 서로 눈빛 나누다가 싸우고 또 사랑을 확인하는 과정인데 <커프>는 캠퍼스물에 대한 향수를 고스란히 가져왔다. 10대들이 꽃미남들에게 환호한다면 30대에게는 익숙한 방식의 청춘물과 재회하는 즐거움이 있다.

결국 재미도 자기 경험에 기반한 건데 내가 그 시간에 <한성별곡>을 보는 것 역시 <커프>보다는 여기에 몰입할 만한 다른 경험들이 있어서인 것 같다.

<한성별곡>은 <커프>의 피해자라고 하기는 그렇고 운이 좀 안 좋았다는 생각도 든다. 나 역시 <커프>를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하지만 <한성별곡>도 재방으로라도 보라고 강추하고 싶다. 지난 주말에 몰아서 봤는데 보통 힘이 아니더라.

한국방송이 마케팅이나 홍보가 떨어지는 편인데 그나마 이 정도의 주목을 받는 건 오로지 작품 자체의 힘이다. 8부작이라는 이 드라마의 형식도 그냥 반으로 줄인 16부작 식이 아니라 외주 제작이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드라마국이 자구책을 고민하다가 대안적으로 나온 방식이다.

엔딩 재촬영 말고는 사전 제작됐다. 출연자들이 신인이라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고. 눈 내리는 장면을 포함해 사계가 대부분 담겼는데 원경과 근경 등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궁 안이나 저잣거리, 기생집 같은 공간 배치나 미장센도 굉장하다. 한 장면 한 장면에 세심하게 공들인 티가 역력하다.

사극이기는 하지만 칼싸움 같은 장면을 빼면 딱히 시대극으로 볼 필요가 없는 드라마다. 본래 곽정환 감독이 사극을 싫어하는 사람이었다는데 여차여차해 사극을 하면서 8부작 안에 많은 걸 넣고 싶어하니까 장르적으로는 복잡하고 모호하기도 하다. 칭찬도 있지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냐는 내부 반발도 있다더라.

이 드라마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판단은 각자 다를 수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가장 공무원 식인 한국방송에서 이런 예술적 시도가 이뤄진 건 고무적이다. 공영방송이 해야 하는 게 다큐멘터리만은 아니다. 이렇게 시청률과 상관없이 ‘하이 퀄리티’로 만들 수 있는 감독이나 스태프들을 훈련시키는 것도 공영방송의 몫일 거다. 그래서인가, 1, 2회 때 엔딩 스크롤에서 ‘수신료에 대한 가치를 생각합니다’라는 자막을 삽입한 게 꽤 인상적이었다.

너 어제 그거 봤어?
너 어제 그거 봤어?

너무 호흡 빠르고 어렵지는 않은가

근데 좀 호흡이 빠르고 어려워서 두 번씩은 봐야 완전하게 이해가 된다. <마왕> 만든 박찬홍 감독의 작품을 보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최근 드라마 가운데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또 극 중에 “출셋길이 열렸으니 북한산 산악회에 들어오게” 식으로 현대적이고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들이 들어가 있는데 대중문화 생산자들이 현재와 소통해야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게 본다.

<커프>의 귀엽고 발칙한 모럴이나 <한성별곡>의 적극적인 사극 재해석을 보면서 감독 세대가 젊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윤석호나 이장수 같은 이른바 한류 감독이라고 하는 세대가 있었고, 이제는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미국 드라마 같은 다양한 자양분을 섭취한 신인류 감독들의 시대가 된 것 같다. 이윤정 감독이나 곽정환 감독이나 이렇게 긴 호흡의 드라마 단독 연출은 처음인데 자기 화법을 찾아서 잘 가고 있다.

두 사람 다 단막극인 <드라마 시티>(곽정환), <베스트 극장>(이윤정)으로 데뷔했다. 이런 단막극에는 확실히 이전 연출가들과 달리 스타일리시하고 트렌디하면서도 자기 세대를 담고 있는 감독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두 작품을 비롯해 요새 볼만한 드라마가 부쩍 많아졌다. 한국 드라마가 정말 재미있어지는 때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올 것 같다.

정리 김은형 기자

■ 최고의 깜짝신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은찬(윤은혜)이 한결(공유)에게 기습키스하는 장면

“드라마 맥락으로 보면 완전한 퀴어 신(장면)인데 드라마에 저런 신경지가 열리나 눈을 비빌 정도로 깜짝 놀랐다.”(백은하)

“보수적인 방송 환경에서는 살짝 심의에 걸릴 수도 있는 장면이 영악하게 연출돼서 참신한 충격을 줬다.”(차우진)

■ 최악의 설정

<9회말 투아웃>(문화방송)에서 홍난희(수애)가 몇 시간 있으면 서른 살 된다고 푸념하는 12월31일, 화면 배경은 녹음 짙은 여름.

“아무 노력도 안하고 불성실한 드라마라는 느낌을 주는 장면이었다. 시청자 가지고 노는 것도 아니고 더는 몰입이 안 되더라.”(차우진)

“막차 탄 김삼순 같은데 그 차가 어디로 갈지는 모르겠다. 김삼순의 후예는 이제 그만이라고 외치고 싶다.”(백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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