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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책과 전여옥을 토론시켜라

등록 2007-07-18 16:52수정 2007-07-22 10:53

한국방송, 문화방송, 교육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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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Esc] 너 어제 그거 봤어?
토론문화의 끝을 보여준 EBS의 <토론카페>, 그리고 아쉬웠던 <거침없이 하이킥>

범이가 미국으로 떠났을 때 민호의 기분이 이랬을까. 9개월 동안 시청자들의 배꼽을 간질이고 가슴을 녹였던 <거침없이 하이킥>이 시청자들과 작별을 고했다. 색깔 있는 연애 시트콤 <소울메이트>의 작가 조진국(<고마워요, 소울메이트>저자·사진 오른쪽)씨와 결석 한 번 없이 <…하이킥>을 시청했던 정석희(방송 칼럼니스트)씨가 <…하이킥>의 추억을 더듬었다. 또 인터넷을 불질렀던 교육방송 <토론카페>의 말실수 해프닝과 <미녀들의 수다>를 통해 ‘대화의 매너’를 짚어봤다.

정석희 드라마의 결말에 대해서 이렇게 말이 많은 건 <발리에서 생긴 일>과 <파리의 연인> 이후 처음인 것 같다. 특히 민-민(민용-민정)라인의 결말에 대한 추측이 종방 한 달 전부터 분분했는데 개인적으로는 좀 아쉽다. 사랑이 별거 아니고 어떻게든 살려면 살아진다는 게 인생이라는 걸 아는 세대지만 시트콤까지 이렇게 허무한 인생을 가르치는 결말로 끝났어야 했나.

조진국 시청자 입장에서 분하기도 하다. 서민정은 민용의 모든 상황을 감내하면서 그렇게까지 어렵게 사랑했는데 그냥 좀 사랑하게 놔두지 너무 매몰차게 끝난 것 같다.

서민정이 민용 좀 사랑하게 놔두지~

윤-민(윤호-민정)의 열린 결말이 더 심난하다. 내가 마흔아홉 살인데 나보다 열 살 어린 신승훈이나 김민종과 내가 나란히 있다고 그림이 되겠나?(웃음) 물론 윤호가 열 살 차이 별거 아니란 말로 누나들 가슴에 불을 지르긴 했지만, 열 살 차이, 별거 맞다.(웃음)

다른 이야기지만 시트콤 하나 끝날 때마다 시트콤이 죽었네, 부활했네, 천편일률적인 제목으로 기사들이 쏟아져나온다. 시트콤이 좀비인가?(웃음) 외국처럼 시트콤이 동시적으로 대여섯 개씩 방영된다면 모를까 딱 하나 가지고 죽였다, 살렸다 진단하는 건 이상하다.

나는 엄마라서 그런지 자꾸 준이가 눈에 밟혔다. 첫 회가 준이의 나레이션으로 시작했는데 민용과 신지의 갈등을 보여주기 위해 아기를 끌어왔다가 그 용도가 약해지니까 좀 방치되는 느낌도 들었고, 캐릭터를 만들었을 때는 작가가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 거 아닌가, 아쉬웠다.

작가 입장에서 보면 그거 너무 힘들다.(웃음) 아무래도 시청자들이 더 주목하는 캐릭터에 좀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 정도면 캐릭터 안배도 훌륭하고 전체적으로 이만한 수준의 시트콤을 뽑아낸다는 건 대단히 힘든 일이다. 다만 뒤로 갈수록 멜로 드라마적 요소가 강해지면서 김병욱 시트콤의 참맛이 좀 약해진 거 같다.

그러는 바람에 박해미와 정준하로 대변되는 중년 부부의 삶이 이야기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서 가족 시트콤이라는 타이틀이 희미해졌다.

이순재, 나문희, 박해미 등 대단한 연기파들이 시트콤에 투입된 것도 좋았다. 많은 배우들이 시트콤을 쉽게 생각하고 드라마의 전 단계로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는데, <…하이킥>은 극본뿐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력을 통해 시트콤이 하나의 완전한 장르라는 걸 증명했다.

최민용과 정일우가 없었다면 이렇게 열심히 봤을까 싶다. 둘 다 까칠한 성격 아닌가. 속정 있는데 잘 드러내지 않고. 남편이 그랬는데 연애할 때 생각났다. 남편도 민용이처럼 데이트하고 헤어지면 한 번도 뒤돌아보지 않아서 그게 참 서운했다. 물론 나도 서 선생처럼 살갑고 애교 있는 성격이 아니라서 표현하지 못했는데, 드라마에 나오는 애정 표현들이 너무 예뻤다.

이안, 전여옥·신정아와 도매금으로…

지난 주말은 교육방송 <토론카페> 때문에 인터넷이 시끄러웠다. 그 프로그램은 안 봤는데 검색어 순위에 낯선 이름인 이안이 계속 1위에 오르니까 동영상을 찾아보게 되더라. 전거성도 뜨셨더라.(웃음)

이슈가 된 건 이안의 발언이었지만 전원책 변호사가 시종 패널을 깔보는 듯한 태도가 실은 더 불쾌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사고하고 사색하는 여자가 한 명이라도 있었냐는 이야기는 웃음도 안 나오더라. 사실 적절하게 맞붙을 수 있는 패널을 구성하지 않은 방송사가 더 문제 아닌가. 전거성 반대편에 전여옥 의원 정도를 붙였으면 모를까.(웃음)

지난주는 완전히 여성 수난사의 주간이었다. 전여옥에, 신정아에, 이안까지 말 뒤집고, 거짓말하고, 막말하는 세 명이 마치 서울시스터즈처럼 반짝이 옷 입고 나와서 노래를 하는 것 같더라. 이안의 경우 사실 수위는 가장 낮았는데 두 언니들 때문에 도매금으로 더 뭇매를 맞은 거 같다.

이제 와서 잘잘못을 가릴 필요는 없겠지만 아무튼 우리나라 토론 문화의 끝을 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쁜 토론이었다. 이안은 이번 사건으로 이미지를 많이 망치긴 했지만 그 덕에 사람들이 전원책 변호사의 발언을 찾아보고 군대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을 테니 그래도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런데 왜 군대 문제만 나오면 꼭 남자 대 여자의 대결로 가는지 모르겠다. 남자를 군대 보내는 사람은 엄마나 여동생 아닌가. 나도 군대 갔다 온 남자지만 꼭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여자들과 싸우려는 일부의 남자들이 참 답답하다.

너 어제 그거 봤어?
너 어제 그거 봤어?
특히 이안은 서울대 출신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더 욕먹은 것 같기도 하다. 서울대 나온 여자가 저렇게 머리가 비었냐는 식으로.

내 주변에 서울대 나온 사람 중에는 안 똑똑한 사람도 많던데?(웃음)

<미녀들의 수다>도 볼수록 대화의 매너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엔 재미있었다. 미녀들도 나오고.(웃음) 평범한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생각을 듣는 것도 신선하고. 그런데 언론에서 과도하게 출연자들을 스타로 띄우면서 아마추어적인 신선함이 점점 떨어진다. 그리고 거기 나오는 남자 패널은 거기 왜 앉아 있나 모르겠다.

<미녀들의 수다>, 패널들의 지분거리는 느낌

나쁘게 말하면 남자 패널들이 미녀들에게 지분거린다는 느낌이 든다. 또 출연자들의 드레스 코드를 맞추는데, 외국의 문화를 보려면 그들이 어떻게 입는지도 보여 줘야 하는 거 아닌가. 늘 하나의 콘셉트로 의상을 통일하니까 꼭 미인대회를 보는 것 같다.

지금처럼 조금 뜨면 바로 연예인이 돼 버리는 상황이라면 패널들이 계속 바뀌는 게 나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궁금한 건 준코나 사오리가 아니라 일본 여자들의 생각이니까.

맞다. 점점 패널들 이야기가 한국 사람 비위 맞추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 준코의 성희롱 문제로 시끄러웠지만 프로그램 자체도 그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싶다. 심야 프로그램임을 감안해도 내 딸이 거기서 “왜 그렇게 야하게 말하세요?” 이런 말 들으면 속상할 것이다.

<미녀들의 수다>라는 제목에서 나오는 뉘앙스를 감안해서인지 솔직히 수위가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았다.

타깃이 젊은 남자층이라면 오히려 그들의 관심사로 주제를 국한하면 좋은데 ‘한국의 아줌마’ 이런 식으로 보편적인 주제를 들고 나오니 양다리를 걸치는 것 같다.

그건 맞다. 차라리 <야심만만>처럼 질문의 색깔을 분명히 정하면 거의 매주 터져나오는 오해와 사고들이 좀 줄어들 것 같다. 좀더 발랄하고 발칙해졌으면 좋겠다. 진행자 남희석도 개그맨 출신답게 좀더 유쾌하게 진행을 했으면 한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 최고의 대사

“사람들은 늘 무언가를 무너뜨리고 무언가에 의해 무너져내린다”(<그라운드 제로>)

“드라마가 시작됐을 때 이 내레이션을 듣고 꽂혔다. 정말 무너져내리는 느낌이랄까. 제목(9·11때 무너진 쌍둥이 빌딩의 터를 가리키는 말)이 주는 외부적, 심리적 느낌이 한 문장 안에 잘 맞아떨어졌다.”(조진국)

“박철민이라는 좋은 배우, 하지만 텔레비전에서는 만년 조연 배우에게 주연의 기회를 줬다는 게 이 드라마가 선사한 최고의 행복 아니었을까 싶다.”(정석희)

■ 최악의 커플

교육방송 <토론카페>의 전원책과 이안

“운동에도 체급이 있듯이 적수라면 공격과 수비가 적절하게 오갈 수 있어야 하는데 한마디로 싸움이 안 되는 파트너였다.”(조진국)

“토론의 기본 자세에 대해서 생각하게 해주는 계기였다. 두 사람은 ‘역지사지’라는 게 무슨 뜻인지 다시 한번 사전을 찾아보셨으면 한다.”(정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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