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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말하는 신세계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종이컵에 실을 연결해서 들려준 것뿐인데, 신민섭(25·서울대 가족아동학)씨와 강해리(22·서울대 소비자학)씨는 사진을 찍는 내내 서로 쳐다보며 웃어댔다. 종이컵 한쪽씩 눈에 대고 서로 바라보는 표정과 웃음소리만으로 나누는 그들의 대화는 2차원의 평면이 아니라 3차원 입체 구도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평범한 20대 대학생 커플인 이 둘이 주고받는 대화에는 대체 어떤 특별한 것이 있는 걸까?
민섭씨와 해리씨는 학교 선후배이자 이동통신사 인턴십 프로그램인 ‘모바일 퓨처리스트’ 4기 활동을 함께 하면서 사귀게 됐다. 둘 다 스스로를 ‘초얼리어답터’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새로운 기술과 기능에 관심이 많고 모바일이라는 공통된 관심사가 있다.
“저희는 서로 보고 싶을 때 휴대전화를 켜요. 그리고 영상통화를 하죠. 하루에 길게는 30분 정도씩 서로 바라보면서 영상통화를 해요. 재밌어요. 여자 친구랑은 주로 얼굴을 보고 얘기하죠.”(신민섭) “집에 있을 때 남자친구와 화상통화를 하면 시간은 물론 공간까지 공유하는 기분이 들어요. 꾸미지 않은 얼굴로 얘기하면 색다른 기분이에요. 자주 만나는데도 희한하게 영상으로 보면 더 반갑다니까요. 제가 원체 부산스러운 성격이거든요. 영상통화를 하면 집중도가 높아져서 그런지 더 돈독해지는 것 같기도 해요.”(강해리)
“제 주변에는 벌써 영상통화 휴대전화를 갖고 있는 친구들이 꽤 있어요. 청계천에서 멋진 풍경을 보면 친구에게 전화로 보여줘요. 음성통화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지방에 계신 부모님에게도 영상통화 휴대전화를 드렸어요. 멀리 있는 아들 얼굴이라도 자주 보여드리려고요.”(신민섭)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른 친구에게 전화가 올 때가 있잖아요. 그러면 휴대전화로 친구들끼리 서로 소개를 시켜줘요.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영상통화를 하면서 얼굴을 보고 인사하면 친구가 되죠. 그렇게 보면 오프라인에서 만나도 반갑게 인사하고 그래요.”(강해리)
민섭씨와 해리씨에게 살아 움직이는 그림인 영상은 재미있는 소통 도구다. 민섭씨의 손에는 영상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와 이동하면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와이브로, 한 단계 수준 높은 사진 촬영이 가능한 디지털 일안반사식 카메라(DSLR),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까지 들려 있다. 손수제작물(UCC)도 취미활동이다. 해리씨는 티브이 프로그램 중 드라마보다 버라이어티쇼를 더 좋아한다. 만드는 이와 보는 이 사이의 경계를 지워버리고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티브이 버라이어티쇼 역시 해리씨에게는 재미있는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 눈으로 얘기하는 세상은 익숙한 듯 새로운 또하나의 신세계다.
글 안인용 기자 nico@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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