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유업의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 광고감독 리형윤 / 박미향 기자
Esc : 도대체 누구야?/광고감독 리형윤
‘백부장의 굴욕’으로 대박…UCC에 몰카 형식
하루에 세편 뚝딱…그것도 대부분 애드리브
‘백부장의 굴욕’으로 대박…UCC에 몰카 형식
하루에 세편 뚝딱…그것도 대부분 애드리브
몰카식의 스타일도 스타일이지만 한국 광고에서는 없다시피한 자기희화화를 통한 유머와 역발상이 제대로 먹혔다. 이 광고를 만든 이는 삼성생명, 에스케이텔레콤, 지오다노 등의 CF를 만들었던 프로덕션 ‘알파빌44’의 리형윤(34) 감독이다. 그가 주로 해왔던 작업이 부드러우면서도 세련된 기업 이미지 광고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광고는 그의 표현대로 “비교체험 극과 극”인 셈이다. 세련된 기업 이미지 만들다 ‘비교체험 극과 극‘ 백 부장은 누구인가
“이 제품의 성공은 사실 광고라기보다 이름에 있다고 봐요. 이름부터 이게 뭐가 되도 되겠다 싶어서 무조건 한번 해보자고 한 거죠.” ‘알아서 찍어봐라’는 말만 듣고 영화나 TV 드라마보다 훨씬 까다롭게 진행되는 프리프로덕션 미팅도 한번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현장성을 살리기 위해 청계천 몰카 렌즈까지 구해왔고 세 편을 가정용 6mm 카메라로 하루에 다 찍었다. “이름부터 이게 뭐가 되도 되겠다 싶어 무조건…” 조감독이 편의점 직원으로 출연하고, “그렇게 안 팔려요?” 라는 그의 목소리도 들어갔다. “찍는 과정도 다른 광고와는 많이 달랐죠. 광고만큼 꽉 짜여진 틀대로 움직이는 것도 없는데 상황만 던져주고, 대부분을 애드립으로 진행했으니까요.” 여기서 궁금한 거, 광고를 보면서 늘 궁금했던 거 한가지. 백부장의 정체다. 백부장은 진짜 백부장인가. 싱겁지만 그냥 연기자다. 그런데 사연이 좀 있다. 원래 찍었던 모델은 물론 실제 M기업 백부장은 아니었지만 “지금 주인공보다 훨씬 억울하게 생긴 아저씨”였다. 감독이 보여주는 원 광고를 보니 덩치도 왜소하고 머리도 벗겨진 그냥 옆집 아저씨다. 똑같이 쩔쩔매도 심금을 울리는 정도가 다르다. “광고주가 너무 불쌍해 보인다고 하더군요. 저는 세게 나가야 더 현실감이 있다고 밀어붙였지만 결국 수위 조절을 해서 다시 찍었죠.” 그래도 시리즈 마지막에 백부장이 걸어가는 뒷모습이 보이면서 “내가 한 일에 대해서는 사실 지금도 후회는 안해요”라고 깔리는 심경고백은 테스트 광고에 들어갔던 그 아저씨의 목소리를 삽입한 게 그나마 위안이 됐다. 같은 업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찍을 생각했어?” 반응은 생각보다 컸다. 무엇보다 같은 ‘업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찍을 생각을 했어?”라고 말할 때 가장 즐겁다. 사실 형식은 새롭지 않다. 그의 말대로 ucc나 몰카식의 광고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광고쟁이들이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등장인물로 하여금 “바나나 우유가 노란 색이어야지, 하얗게 만드니까 안팔리죠”라고 말하게 하는 유머감각때문이다. 이렇게 자기비하를 하는 듯 하면서 경쟁 제품의 색깔에 의문을 던지는 거다. 왜 노란 건데? 껍질은 어눌해 보이지만 속내는 지능적이다. “심의도 있고 국민정서라는 것도 있어서 광고 표현에 유달리 제약이 많죠.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떨어지는 타이나 브라질에 비해서도 광고 크리에이티브는 떨어진다고 할 정도니까요. 그런 완고한 틀을 조금 깬 거? 그런게 광고하는 재미기도 하구요.” “완고한 틀을 조금 깬 거? 그런게 광고하는 재미” ‘철의 장벽’ 비틀즈를 쓰다
안정감을 중요시하는 대기업 광고를 주로 했지만 실은 그가 틀을 깬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국내 광고 최초로 ‘철의 장벽’으로만 여겨졌던 비틀즈 노래를 사용했던 게 바로 그다. 늘 예쁜 음식 차림을 강조했던 라면 광고에서 대학생을 등장시켜 땀 뻘뻘 흘리며 후루룩 후루룩 먹게 하는 장면으로 회사 전체를 회생시킨 ‘삼양라면’ 광고도 그의 작품이다. “안되니까 안하는 거라는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콜롬부스의 달걀
몰카 스타일의 촬영과 자기회화화 유머로 인기를 모은 리형윤 감독의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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