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한 실내구장에서 경기를 하기 전 몸을 풀고 있다. 장은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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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살을 시작한 후부터 축구를 챙겨보기 시작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유럽 리그에서 활약 중인 코리안 리거들의 경기 위주로 챙겨본다. 그중에서도 손흥민 선수가 속한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 경기를 자주 보게 되는데, 손흥민 선수는 아쉽게도 최근 2경기 연속 벤치(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토트넘 클럽 내 역대 득점 순위도 2위인, 그야말로 ‘닥주전’(닥치고 주전)인 그가 2경기 연속 벤치에서 시작하자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손흥민 선수도 “어떤 선수도 벤치에서 시작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인터뷰를 했을 만큼 모든 선수는 선발 출전을 원한다. 선수는 경기를 뛰어야 실력을 유지할 수 있고, 선발 출전한 선수들이 경기 시간 대부분을 소화하는 축구에선 교체 투입으론 한정적인 출전 시간만이 주어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벤치에서 시작하는 마음. 선발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 교체 자원으로 대기해야 하는 운명. 코치들이 출전 명단에 대해 인터뷰를 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선수의 몸 상태가 100%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토트넘 코치진은 손흥민 선수에 대해서도 같은 이야기를 했다. 벤치에 앉아있는 손흥민 선수를 보니 마음이 쓰이면서도 한편으론 안와골절 부상과 월드컵 이후의 피로를 휴식으로 씻어내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무릎을 붙드는 근육 단련해주기
무릎이 고장 난 나는 몸 상태가 100%가 아닌 걸 넘어 풋살을 쉰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3~4%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벤치에 앉을 수준도 안 되기 때문에 팀 운동을 아예 쉬고 있다. 쉬는 동안 무릎 통증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애를 썼다. 첫 번째 병원에서 수술 권유를 들은 후로 크로스 체크를 하기 위해 다른 병원을 찾아가 보기도 했고, 재활 운동도 시작했다. 그런데도 시원하게 통증이 가시지 않았고, 결국 수술이 답인가 하는 고민을 계속 안고 지냈다. 답답한 마음에 한 번 더 새로운 병원을 찾았다. 무릎계의 명의로 알려진 의사가 있는 대학병원이었다.
새로 찾아간 병원에서는 의사가 무릎을 돌려도 보고 펴보기도 하면서 진료를 봤다. (이전 병원들에서는 무릎은 살펴보지도 않고 수술을 권했기에 이것만으로도 신뢰가 +10만큼 쌓였다.) 무릎을 이리저리 움직여보고 엠알아이(MRI·자기공명영상)와 엑스레이 자료를 보던 의사는 수술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했다. 휴우! 대신 근력 운동을 하라며 운동센터(스포츠의학센터)로 연결해 주었다. 운동센터에서 여러 검사를 해보니 무릎이 아픈 왼쪽 다리의 허벅지 근육이 현저히 빠져있었다. 이미 재활 운동을 하고 있었음에도 발견하지 못한 사실이었다. 양쪽 다리를 쭉 뻗어 비교해 보니 그 차이는 두드러졌다. 왼쪽 다리 무릎 위쪽으로 툭 튀어나와야 할 내측광근이 눈에 띄게 작아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물이 차기 시작했을 무렵 찾아간 병원에서 ‘최대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부터 왼쪽 무릎의 부하를 줄이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했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을 할 때도 왼쪽 무릎에는 체중을 덜 실으려고 노력했고 다리를 구부렸다 펴는 동작들도 오른쪽 다리에만 힘을 실어서 해왔다. 통증이 심하면 테이핑을 하고 지내기도 하고, 걸을 때도 절뚝이며 왼쪽 무릎에 가는 부하를 줄이려고 애썼다. 그렇게 지낸 지 6개월. 근육이 다 빠지다니! (절망) 인간의 몸이 이렇게 나약했던가!
허벅지 근육은 4개의 큰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근육들이 균형 있게 움직여줘야 어떤 움직임이든 편하게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그중 허벅지 안쪽의 내측광근은 무릎을 구부렸다 펴거나 회전이 있을 때 무릎뼈를 잡아줘 무릎에 부하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근육이 눈에 보일 만큼 줄어든 상태이니 내측광근과 허벅지 바깥쪽 외측광근의 밸런스가 깨지면서 통증이 심해졌을 거란 설명을 들었다.
놀라고 절망스러운 동시에 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내 눈으로 근육 상태와 수행 능력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나니 재활 운동을 위한 명확한 동기와 목표가 설정된 것 같았다.
운동은 역시 ‘장비빨’이니 일단 장비를 샀다(!). 센터에서 처방해 준 운동 동작에 맞춰 라텍스 밴드와 축구공만 한 짐볼을 주문했다. 모래주머니는 중고마켓 저렴하게 장만했다. 소소하게 장비가 필요하긴 했지만 거의 맨몸 운동과 같은 운동이라 집에서 하기 수월했다.
한 시간 정도 여러 동작을 섞어 운동하는데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운동 동작 두 개만 소개하자면, ‘레그 익스텐션’과 ‘클램쉘’이다. 레그 익스텐션은 헬스 좀 한다는 사람은 기본으로 하는 허벅지 운동이다.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맨몸으로도 할 수 있다. 의자에 앉아 밴드를 이용해 하기도 하는데, 나는 2㎏짜리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하고 있다. 자극을 섬세하게 느끼고 싶어 한 다리씩 나눠서 하고, 허벅지 안쪽 근육에 자극을 더 주기 위해서 다리 사이에 짐볼을 끼우고 허벅지를 조이면서 진행한다.
클램쉘은 엉덩이 근육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무릎을 90도 정도로 접고 발뒤꿈치는 붙인 상태에서 위쪽 무릎을 들어 엉덩이에 자극을 주는 운동이다. 이때 엉덩이가 뒤로 무너지지 않도록 주의해서 무릎을 드는 각도를 설정해야 한다. 무릎에 밴드를 차고 해주면 근육에 더 짜릿한 자극을 줄 수 있다.
잃은 것을 채우는 마음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3주 정도 매일 조금씩이라도 운동을 하니 무릎 통증이 현저히 줄었다. 근육도 조금씩 차오르는 듯하다. 아직 달리기나 풋살을 할 정도는 못 되지만 옳은 길로 가고 있는 것 같아 안심된다. 처음 부상으로 운동을 쉬었을 땐 금방이라도 100%의 몸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100%로 돌아가겠다 생각해선 안 되었나 보다. 200%의 마음으로 노력해야 온전한 컨디션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요즘이다. 후보 선수로 벤치에 앉아있는 것도 서러운 일이지만, 운동장에 나가는 것조차 할 수 없는 지금은 내 삶에서 소중한 걸 잃을까 두려운 마음이다. 그러니 공을 차지 못해 우울한 마음은 잠시 내려놓고 지금 운동장 밖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려 한다. 목표는 4월 복귀다!
장은선 다큐멘터리 감독
온라인 매체 <닷페이스>에서 사회적 이슈를 담은 숏다큐멘터리를 만들어왔다. 현재는 영상 제작사 ‘두마땐필름’을 운영한다. 3년 전 풋살을 시작한 뒤로 인스타그램 @futsallog에 풋살 성장기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