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운동: 달리기
달리기의 기쁨을 오래 몰랐던 건
이유나 목적을 가지고 달렸기 때문
매일 자고 일어나듯 그냥 뛰어보자
달리기의 기쁨을 오래 몰랐던 건
이유나 목적을 가지고 달렸기 때문
매일 자고 일어나듯 그냥 뛰어보자
1년 전과 똑같은 복장을 입은 2022년 1월 1일 달리기.
달라지는 게 없어도 그냥 뛰는 거야 문화예술계 종사자이자 통번역가, 필자로 생활하다 보니 이따금 피할 수 없는 극단적인 마감 일정이 생겨 집에도 가지 못하고 밤을 새우는 경우를 제외하면, 지난 3년간의 휴대전화 사진첩에서 그 어떤 날이든 달리기 중에 혹은 달리다 잠깐 멈춰 찍어둔 사진을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달리기를 하며 찍어둔 사진은 매일 거의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모습을 찍은 것들이다. 출장을 가거나 여행을 떠나지 않는 이상, 달리기 코스는 대개 두세 가지 경로 가운데 하나를 벗어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휴대전화 사진첩엔 이렇게 찍어둔 사진이 이미 수천장 저장되어 있다. 매일 두 장만 찍었다고 해도 2천여장에 이른다. 사진첩에 남은 사진들만 비슷한 모습인 건 아니다. 심지어 달리기하는 나 역시 매일 비슷한 옷을 입고 뛴다. 번갈아 입는 반소매 티셔츠 두 벌, 매일 세탁해 입을 요량으로 산 조끼와 재킷, 두 켤레를 번갈아서 신을까 했지만 너무 비싼 탓에 한 켤레밖에 살 수 없었던 가벼운 러닝화 등. 몇 벌 되지 않는 달리기 복장을 추우면 껴입고, 더우면 벗는 식으로 유지하는 중이다. 놀랍게도, 800여㎞를 뛴 운동화 바닥이 더는 신을 수 없을 정도로 닳아서 한 번 새것으로 교체한 것 외에는 아직 달리기 옷 단벌 신사 신세를 벗어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물론 봄부터 가을까지 입는 얇은 타이츠는 마찰에 약한 부분이 닳아 구멍이 났다. 하지만 살짝 기워서 입으면 문제없고, 타이츠 위에 러닝용 쇼츠를 겹쳐 입으니 아직은 괜찮다.
2021년 1월1일 달리기. 야외 마스크를 벗지 못했다.
역시나 같은 복장을 입고 달린 2023년 1월1일 달리기 하던 날 아침 풍경.
절대적인 나만의 리듬으로 바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도 물어보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달리기란 무엇입니까? 지금 당장 달리기를 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나처럼 달리기라고 하면 온통 괴로운 기억뿐이라면, 그저 가볍게 몸을 한 번 움직여보는 셈 치고 지금 당장 잠시 밖으로 나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운동복을 갖추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면, 그것 역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숨이 차서 말도 하기 힘들만큼 어려운 달리기를 할 필요는 없다. 양복을 입고 구두를 신고 있어도 상관없다. 아주 잠깐, 아주 짧은 거리라도 그저 조금 숨이 찰 정도로 두 발이 모두 땅에서 떨어진 상태를 유지해보는 것만으로 시작해도 충분하다. 혹시 집이나 사무실로 돌아가는 중이라면, 버스나 지하철을 한 정거장만 일찍 내려서 가볍게 뛰어도 좋다. 뛰다가 힘들면? 그땐 그냥 걸으면 된다. 누구도 우리가 뛰다가 힘이 들어 걷는다고 해서 뭐라고 할 수 없다. 뭐라고 한들 또 어떤가. 도통 우리 마음대로 되는 일이란 드문 일상에서 가끔은 절대적인 나만의 리듬을 따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런 마음으로, 어디서든 각자의 달리기를 함께 이어 나가보았으면 한다. 박재용 프리랜스 통번역가·큐레이터
연재#오늘하루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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