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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한여름 낮의 사치, 짜릿한 샴페인의 맛

등록 2022-08-06 11:00수정 2022-08-06 13:13

마치 휴양지에 도착한 것처럼
이 계절 가장 어울리는 청량함
시간대별 어울리는 샴페인 추천
떼땅져 프렐뤼드 그랑 크뤼. 하이트진로 제공
떼땅져 프렐뤼드 그랑 크뤼. 하이트진로 제공

덥고 후텁지근한 계절, 술꾼이라면 차가운 술 한잔이 당길 수밖에 없다. 찌는 듯한 더위에 술을 마시면 더 더워지지 않느냐는 항의는 금물. 제대로 온도를 맞춘 차가운 술 한잔이 주는 쾌락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꽝꽝 얼린 잔에 투박하게 따른 ‘오백’ 생맥주도 즐겁고, 살얼음 동동 낀 막걸리도 좋겠지만 그래도 여름엔 하얀 거품이 넘실대는 샴페인이 제격이다.

그런데 어떤 술을 샴페인이라 부르는 걸까. 제과점에서 파는 발포성 음료수는 샴페인일까. 거품이 있는 포도주를 통칭해서 샴페인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샴페인이라 부를 수 있는 범위는 꽤 협소하다. 프랑스 동북부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에만 샴페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프랑스 샹파뉴의 ‘지역특산주’인 셈이다. 한정된 지역에서 한정된 수량만을 오랜 기간에 걸쳐 생산하는 만큼, 가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내킬 때마다 집어 들기엔 가격이 녹록지 않다. 그래도 청량하고 풍부한 그 맛에, 샴페인은 와인을 모르는 사람에게도, 와인 애호가에게도 두루두루 사랑받는다. ‘여름 낮에 마시는 샴페인 맛으로 1년을 기다린다’는 마니아도 있을 정도다.

좋은 가격에 샴페인을 한병 구할 수 있다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폭염이 시작된 요즘 딱 샴페인 코르크를 딸 때다. 더위가 몰려오기 시작하는 오전에도, 살갗이 바삭해질 정도로 햇볕이 뜨거운 한낮에도, 붉은 해가 저물어가는 저녁에도, 청량한 샴페인은 이 계절과 가장 잘 어울린다. 업계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에게 이 여름, 시간대별로 즐기기 좋은 샴페인을 추천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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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화려하게 시작하고 싶다면

햇볕이 쨍쨍한 휴일 오전 10시에 마시는 샴페인이 얼마나 짜릿한지, 경험해본 이는 안다. “도대체 누가 아침부터 술타령이냐”고 타박할 수 있겠지만, 무더운 여름, 오전의 샴페인 한잔은 휴양지로 순간이동하는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와인21닷컴’ 김윤석 기자는 “휴일 아침 느긋하게 일어나 마시는 샴페인만큼 맛있는 샴페인이 없다”고 말한다. “평일 오전에는 커피를 마시지만, 휴일에는 쨍한 산미가 돋보이는 샴페인 한병 따는 것을 여름의 호사로 삼습니다.” 그가 추천한 여름 오전의 와인은 ‘앙드레 끌루에 실버 브뤼 나뛰르’. 중세 유럽 왕궁을 떠올리게 하는 화려한 은색 레이블이 매력적이다. 김 기자는 “화려한 주말의 시작으로 손색없는 샴페인”이라며 갓 구운 팬케이크, 베이컨을 곁들인 스크램블드에그나 샌드위치 같은 가벼운 아침 식사와도 훌륭한 짝을 이룬다고 추천했다.

앙드레 끌루에 실버 브뤼 나뛰르. 양윤철 제공
앙드레 끌루에 실버 브뤼 나뛰르. 양윤철 제공

샴페인이 있는 한낮은 말 그대로 축제 같은 하루가 될 수 있다. 샤르도네 품종을 섬세하게 사용하는 유서 깊은 샴페인하우스인 테탱제(Taittinger·떼땅져)의 아시아 담당자 로낭 드 라 모를레는 “서곡을 의미하는 ‘떼땅져 프렐뤼드 그랑 크뤼’야말로 한낮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샴페인”이라고 설명했다.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서곡처럼, ‘떼땅져 프렐뤼드 그랑 크뤼’는 그날 전체의 기분을 책임져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떼땅져 프렐뤼드 그랑 크뤼’는 갓 구운 빵에서 나는 부드럽고 고소한 향과 묵직한 바디감을 품어 샐러드나 여름 제철 과일과 좋은 궁합을 이룬다.

거창하지 않게 한잔을 즐기고 싶다면 얼음을 넣어 ‘온더록스’로 즐기는 것은 어떨까? 김상미 와인 칼럼니스트는 “샴페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어렵게 접근할 필요는 없다”며 큰 와인잔에 얼음을 3개 정도 넣고 살짝 단맛이 있는 샴페인을 가득 넣어 마시기를 추천했다. 그가 추천하는 샴페인은 ‘모엣 & 샹동 아이스 임페리얼’. 다른 샴페인보다 달콤한 풍미가 진해 얼음을 넣어도 맛이 흐려지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모엣&샹동 아이스 임페리얼. 모엣&샹동 제공
모엣&샹동 아이스 임페리얼. 모엣&샹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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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무난하지만 묵직하게

중요한 저녁 약속이 있을 때, 어떤 와인을 들고 갈까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샴페인은 불패의 선택지다. 각종 고기 요리와도, 생선 요리와도, 심지어 디저트와도 어울리는 음식 친화적인 와인이 바로 샴페인. 양윤철 서울숲 와인앤모어 매니저는 “스시 오마카세 코스와 샴페인은 그야말로 흠잡을 데 없는 최고의 조합”이라고 추천했다. 흰 살 생선부터 붉은 살 생선까지 종류도, 조리법도 다양한 까다로운 코스 요리에 부딪히지 않고 무난하게 어울리는 와인이 샴페인이라는 것. 그는 적포도 품종인 피노 누아르 100%로 만든 ‘세드릭 부샤르 로제 드 잔느’를 추천했다. “샴페인치고는 묵직한 바디감을 지녔지만 하루의 피로를 날리는 데 제격”이라고.

‘격식을 차려야만 하는 술’, ‘비싼 술’이라는 편견을 한꺼풀만 벗겨내면 샴페인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고 다양하다. 이렇게 넓은 세상, 어느 나라 한 지역에서만 나오는 술은 귀할 수밖에 없다. 곧 있으면 가을의 문턱이라는 입추라지만, 아침이든 낮이든 밤이든 샴페인 한병 열고 지나가는 여름을 붙잡아보기를 권한다.

세드릭 부샤르 로제 드 잔느. 양윤철 제공
세드릭 부샤르 로제 드 잔느. 양윤철 제공

여름 샴페인 즐기기 꿀팁

우아하게 따는 법 샴페인은 다루기 어려운 술이란 오해를 받는다. 갑자기 병이 터질까 봐, 와인이 새어나올까 봐 와인을 딸 때 겁을 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원리만 알면 그리 복잡하지 않다. 우선 와인병이 흔들리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루자. 샴페인병 속의 압력은 약 6기압 정도, 자동차 타이어 압력의 3배가량 되는 높은 압력이 병 속에 압축되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병마개를 감싸고 있는 포일을 뜯어낸 뒤, 손을 코르크 위쪽에 얹고 ‘뮈즐레’(muselet)라 불리는 철사를 푼다. 냅킨이나 손수건으로 코르크를 감싼 뒤 왼손으로 코르크를 잡고 오른손으로 조심스레 병을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자연스럽게 코르크가 빠진다. 우려했던 것이 우스울 정도로 ‘뻥’ 소리도 나지 않고, 와인도 밖으로 흘러나오지 않는다.

어울리는 잔 샴페인은 사실 눈으로 먼저 즐기는 술이다. 은은하게 올라오는 황금빛 기포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잔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좋다. 보통 ‘샴페인 글라스’라고 불리는, 길이가 길고 위쪽의 입구가 좁은 ‘플루트’ 글라스나 ‘튤립’ 글라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글라스의 위쪽이 좁기 때문에 섬세한 향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는데다, 와인을 마시는 내내 풍성한 기포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샴페인 당도 ‘무조건 단 와인은 싫다’고 주장하는 이라면 샴페인의 레이블을 잘 살펴볼 것. 아주 달지 않은 엑스트라 브뤼트(Extra brut)부터 브뤼트(Brut, 살짝 단 향, 실제로 단맛이 느껴지진 않음), 엑스트라 세크(Extra sec, 약간 드라이함), 세크(Sec, 약간 달콤함), 드미세크(Demi-sec, 달콤함), 아주 단 두(Doux)까지, 단계별로 샴페인의 당도를 파악할 수 있다.

백문영 객원기자 moonyoungba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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