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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이 된 불길한 예견, 여성 임신중단권 폐지

등록 2022-07-22 19:00수정 2022-07-22 19:44

[한겨레S] 강유가람의 처음 만난 다큐
제인 로 케이스 뒤집기
<제인 로 케이스 뒤집기>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제인 로 케이스 뒤집기>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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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미국에서 35만명의 여성들이 불법 임신중단 시술 합병증에 시달렸고 이들 중 5천여명이 사망했다. 이런 위험천만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1973년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임신중단권을 획득하기 위한 여성들의 집단소송이 시작되었다. 소송에 참여한 여성들은 ‘제인 로’라는 익명을 사용했고, 검사는 헨리 웨이드였다. 이 소송의 결과가 바로 미국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례이다. 이 판결 이후 미국 여성들은 더 이상 임신 중단을 위해 해외로 떠나거나, 불법 시술로 사망에 이르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2022년 6월24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인정해온 판례를 번복했다. 50년 동안 지켜져온 여성의 권리가 한순간에 부정당하는 불합리한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

<제인 로 케이스 뒤집기>(2018, 리키 스턴, 앤 선드버그)는 연방대법원의 판례를 뒤집고자 했던 미국 내 보수 세력의 오랜 시도를 적나라하게 파헤치며 현 시국의 결과를 예견한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미국 공화당이 어떻게 보수 기독교 세력과 결합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지지 기반을 다져 나가는지 꼼꼼하게 살펴본다.

공화당 출신 대통령인 로널드 레이건, 조지 부시, 심지어 도널드 트럼프까지도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반대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대통령직에 도전하면서 보수 기독교 세력의 표를 받기 위해 자신의 입장을 바꿨다. 그리고 대통령이 된 그들은 보수 인사를 연방대법원의 판사로 임명해 표에 대한 보답을 하며 여성의 인권을 후퇴시키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다. 이런 과정 속에서 의료 이슈였던 여성의 임신중단 권리는 정치 이슈가 되어버렸다.

사실 보수 기독교 세력이 정치세력화한 계기가 인종을 분리한 학교에 세금 감면 혜택이 없어진 것에 반발하며 시작되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종 분리, 성소수자 결혼 반대 같은 차별 그 자체이다. 이들은 인종 차별 같은 이슈보다 보수적인 대중에게 공감을 사기 위해 임신중단 이슈를 전면에 내세웠다. 결국 여성의 몸이 그들의 정치세력화 전장이 된 것이다. 심지어 보수 기독교 세력은 관련 병원을 폐쇄시키거나 의사를 살해하는 등 임신중단권에 전방위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하지만 희망을 놓을 수는 없다. 여성을 위한 소수 의견을 내온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13시간 필리버스터를 통해 법안 개악을 막아낸 웬디 데이비스 상원의원, 자신과 가족을 향한 테러 위험에도 여성들을 위해서라면 임신중단 의료 시술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콜린 맥니컬러스까지. 영화 속 인물처럼 여성의 권리를 위한 행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감독

<모래>(2011) <이태원>(2016) <시국페미>(2017) 등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볼만한 다큐멘터리와 그에 얽힌 이야기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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