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젤라토 전성시대
가게마다 다른 개성, 매일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재미
도토리와 꿀, 곶감과 생강 등 아이디어와 순발력으로 승부
가게마다 다른 개성, 매일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는 재미
도토리와 꿀, 곶감과 생강 등 아이디어와 순발력으로 승부
350종 이상의 다양한 맛을 선보인 ‘녹기전에’의 젤라토. 윤동길 스튜디오어댑터 실장
새로운 ‘케이 디저트’로 등극? 젤라토는 간단히 말해 이탈리아에서 아이스크림을 일컫는 이름이다. 미국에서 먹는 아이스크림과 구분되는 개념이다. 젤라토와 아이스크림의 차이는 공기 양의 차이다. 아이스크림이든 젤라토든 숙성시킨 유제품 액상 믹스를 공기와 섞어 냉동시킨다는 조리법은 같다. 아이스크림의 재료와 공기 비율은 1:1, 젤라토의 재료와 공기 비율은 보통 1:0.3이다. 젤라토에 들어가는 공기가 더 적으니 더 진한 맛이 난다. 서울에는 약 2년 전부터 눈에 띄는 젤라토 가게가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젤라토 숍 ‘녹기 전에’에서 자체 집계한 젤라토 가게 현황을 보면, 현재 수도권에만 100여곳이 성업 중이다. “커피 (트렌드) 다음은 젤라토인 걸까 생각해요.” 젤라토가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 서촌에서 ‘스쿠퍼 젤라또’를 운영하는 차상혁은 디저트 문화의 발달, 그중에서도 서양식 후식 문화의 정착이 원인이라 추측했다. 사람들이 밥을 먹고 후식을 먹게 되고, 외국 경험이 많아져 서양식 디저트에 대한 수요와 이해도가 높아진 게 젤라토 인기의 한 축일 거라는 논리였다. 거기 더해 사람들의 커피 소비량이 많아지며, 커피와 함께 즐기면 좋을 단것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오랜 ‘케이(K) 디저트’였던 믹스커피에 들어 있던 커피와 당류를 분리시킨 뒤 각각 고급화시켜 즐기고 있는 셈이다.
과일을 듬뿍 넣은 ‘스쿠퍼 젤라또’의 메뉴들. 윤동길 스튜디오어댑터 실장
다양한 변수로 맛의 재미 더해 가게마다 맛이 다르다. 젤라토 가게들의 결정적인 특징이자 젤라토 가게를 집집마다 찾아다니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녹기 전에’는 극단적으로 메뉴가 많은 경우이긴 하지만, 대부분의 젤라토 가게는 자체적으로 계속 새로운 메뉴 개발을 한다. 이 다양성이 젤라토 가게의 아이스크림이 대형 빙과회사의 아이스크림과 견주었을 때 결정적인 경쟁력이다. 개별 젤라토 가게 사장님들은 큰 회사라면 상품화하지 못할 용기 있는 상품들을 날렵하게 만들 수 있다. 이를테면 이번 취재에서 본 제품 중에는 도토리꿀, 곶감과 생강, (콩과 팥을 섞은)콩팥 등이 있었다. 큰 회사라면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순발력과 아이디어다.
‘녹기 전에’에서 젤라토를 고르는 손님들. 윤동길 스튜디오어댑터 실장
박정수 ‘녹기 전에’ 대표. 윤동길 스튜디오어댑터 실장
쉽게 즐기는 도시 피서 또 하나의 변수가 있다. 위드 코로나 시대다. 사실상 코로나 시대가 끝난 듯 유동인구가 많아지다 보니 걸어다니며 먹을 수 있는 젤라토의 인기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뒤 외출·모임 관련 물품이 ‘집콕’ 관련 제품보다 판매율이 늘었다고 한다. 온라인 식품몰 마켓컬리는 지난달 2일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는 날을 기점으로 전후 20일 상품 판매량을 비교해보니 와인·캠핑·스포츠 용품 등 판매량이 증가하고 마스크·밀키트 등 코로나가 정점일 때 판매량이 많았던 제품군이 감소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스쿠퍼 젤라또'를 운영하는 차상혁(왼쪽)과 김혜진 부부. 윤동길 스튜디오어댑터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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