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강과 인도양이 만나는 프리맨틀의 맥줏집을 찾은 사람들. 허윤희 기자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퍼스는 서오스트레일리아의 중심 도시이다. 인도양과 접해 있는 해안 도시로, 온화한 지중해성 기후를 띤다. 평균 기온은 18~20도 정도이고 하루 평균 일조시간은 9시간. 1년에 130일 이상 쾌청한 날씨가 이어져 오스트레일리아에서도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힌다. 올리브, 와인용 포도 등 주로 유럽에서 나오는 작물들을 재배한다.
코로나19로 2년 넘게 강도 높은 봉쇄정책을 폈던 이곳은 올해 초부터 여행객을 맞고 있다. 다시 열린 청정 여행지 퍼스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5월6일에 찾은 퍼스의 도심 공원 킹스 파크. 너른 잔디밭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거나 유아차를 끌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운동화를 신고 조깅을 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금요일 낮 공원의 한가로운 풍경이었다. 코로나19 이전 일상으로 돌아간 듯 다들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해제된 상태다.
킹스 파크에서 유아차를 끌며 산책을 하는 사람들. 허윤희 기자
퍼스의 킹스 파크는 총면적이 400헥타르(㏊)이고 2000여종의 식물이 있다. 이곳의 3분의 2는 자연 상태의 녹지로 보존 중이어서 서오스트레일리아의 생태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매년 9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큰 야생화 축제가 열린다.
킹스 파크를 모두 둘러보려면 반나절 이상 걸린다. 울창한 나무들로 둘러싸여 숲과 같은 구역이 있는 한편 그늘 없이 너른 잔디밭과 호수와 분수대 등으로 이루어진 구역이 어우러져 있다. 공원 안에 걷기 코스도 다양하다. 공원의 동쪽에 있는 보태닉 가든도 볼거리다. 수령이 750년 이상 된 바오바브나무를 비롯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자라는 다양한 꽃과 나무를 볼 수 있다. 공원 서남쪽의 블루 보트 하우스는 이름 그대로 작은 보트 선착장에 지나지 않지만 사진이 예쁘게 나오기로 소문난 곳이다.
킹스 파크는 ‘풍경 맛집’으로 유명하다. 지대가 높은 편이라 퍼스 시내와 도심을 지나는 스완강의 전경과 퍼스 시가지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공원 내 전망 포인트로는 전쟁 영웅들을 기리는 전쟁 기념관 부근과 공원 중앙의 디엔에이(DNA) 타워가 있는데 퍼스의 탁 트인 경치를 보려면 전쟁 기념관 쪽이 더 낫다. 날이 저물 때 오면 멋진 야경도 볼 수 있다.
퍼스 시내 중심에는 스완강이 흐른다. 스완강 주변에 주택과 아파트가 모여 있고 산책로와 자전거도로, 공원이 조성돼 있다. 아침저녁으로 조깅이나 운동을 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스완강에서는 윈드서핑, 카약, 패들보드 등 해양 스포츠도 즐길 수 있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강 위를 헤엄치는 ‘블랙 스완’(흑조)을 만날 수 있다. 블랙 스완은 퍼스의 상징으로 유명하다.
햄버거집 앞에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허윤희 기자
퍼스에서 와이너리 여행도 할 수 있다. 서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산지인 스완밸리를 찾으면 된다. 이곳에서는 최고급 품질의 와인을 소량만 생산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스완밸리 산지는 베르델류, 시라즈, 카베르네 등을 재배한다. 전체적인 와인 생산량은 많지 않지만 오스트레일리아 내 고급 와인 점유율 면에서는 20%에 달할 정도로 품질이 우수하다.
애들레이드 바로사밸리, 시드니의 헌터밸리와 함께 오스트레일리아 3대 와인 생산지로 불리는 유명 와인 산지도 있다. 마거릿리버. 와인 마니아들에게 반드시 한번쯤은 둘러봐야 하는 필수 여행지로 알려져 있다. 마거릿리버는 퍼스에서 남쪽으로 270㎞로 떨어진 곳에 있다. 가는 길은 멀지만 다양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특히 퍼스에서 마거릿리버로 가는 해안길은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와인뿐 아니라 지역의 수제 맥주도 유명하다. 소규모 양조장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맛의 수제 맥주가 있다. 2016년 300여개였던 현지 맥주 양조장 수는 2020년 600여개로 늘었다. 퍼스에서는 프리맨틀의 게이지 로드 브루어리, 빅토리아파크의 보스턴 브루어리 등이 유명하다.
퍼스 여행지로 손꼽히는 또 한곳은 프리맨틀이다. 퍼스 도심에서 남서쪽으로 15㎞ 정도 가야 한다. 스완강과 인도양이 만나는 항구 마을이다. 19세기 영국이 서오스트레일리아를 식민지로 지배할 때 거점이 되었던 곳이다. 1829년 식민지 개발을 위해 이곳에 처음 닻을 내린 영국 해군 선장인 프리맨틀의 이름을 따 도시 이름이 정해졌다고 한다. 현지인들에게도 나들이 장소로 사랑을 받는 이곳은 ‘프레오’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프리맨틀 시장에서 피아노를 치는 한 소년. 허윤희 기자
프리맨틀의 동네책방에서 책을 고르는 이들. 허윤희 기자
카푸치노 스트립에 있는 커피전문점의 손님들. 허윤희 기자
프리맨틀은 19세기 항구 마을의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곳이다. 유럽풍 건물이 많은 이곳의 70% 이상이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넘친다. 특히 19세기 영국에서 온 죄수들의 유배지였던 곳이라 그들이 머물렀던 감옥, 간수들의 숙소 등 흔적이 남아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프리맨틀 감옥이 대표적. 1855년에 지어져 1991년까지 감옥으로 쓰였던 곳이다. 현재는 내부에 박물관, 카페 등이 있고 교도소 투어 등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프리맨틀 지역의 해양 문화와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도 있다. 해양박물관과 난파선 갤러리. 해양박물관에서는 낚시 갤러리 전시, 잠수함 투어 등을 진행한다. 성인 입장료는 15오스트레일리아달러.(약 1만3000원). 난파선 갤러리에는 서오스트레일리아 근처 해안에서 난파된 선박들의 잔해나 유적과 선원들이 사용하던 도구 등 해양 공예품 등이 전시돼 있다. 입장료는 무료다.
프리맨틀의 명소로 꼽히는 프리맨틀 시장도 들를 만하다. 1897년에 처음 생긴 역사 깊은 전통시장으로,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만 운영한다. 서오스트레일리아 지역에서 생산되는 꿀, 견과류와 잼, 육포 등 먹거리와 다양한 핸드메이드 제품 등 상점 150여곳이 있다. 시장 한쪽에는 버스킹 공연 장소도 있고 먹거리 판매대도 있다. 시식도 하고 특산물 구경도 하고 오스트레일리아 여행 기념품도 살 수 있는 곳이다.
시장을 나오면 사우스 테라스 거리를 따라 형성된 카페 거리 ‘카푸치노 스트립’도 지나칠 수 없다. 200여m 남짓한 거리 양편으로 노천카페와 펍, 레스토랑이 이어져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카푸치노, 수제 맥주 등을 즐길 수 있는 맛의 거리다.
퍼스(오스트레일리아)/글·사진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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