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살림스케치’ 에서 배달용기를 햇볕에 말려 고추기름을 없애는 방법을 보여주는 장면. 유튜브 화면 갈무리
제로웨이스트 삶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엄두가 안 난다면, 유튜브에서 조력자를 찾을 수 있다. 다 쓴 식용유 플라스틱 통에서 스티커 떼어내는 방법 등 분리배출 실용 팁뿐만 아니라 환경문제를 체계적으로 다루는 강의도 있다.
비닐봉지를 쓰긴 싫은데 용기를 들고 장 보자니 용기가 안 난다면, 맹지혜(24)·안혜미(24) 두 친구가 만드는 ‘쓰레기 왕국’을 참고해볼 만하다. 비닐장갑을 쓰고 싶고 야식 유혹을 이기기 어려워하는 ‘보통’의 두 친구가 텀블러 일주일 쓰기 챌린지 등 소소한 실천을 브이로그로 보여준다. ‘프라이팬 피자 포장, 냄비 엽떡 포장 가능할까’ 영상의 조회수는 198만회다. 붕어빵, 마라탕, 칼국수, 치킨도 식당에 냄비나 반찬 그릇을 가져가 담아 온다. 이 영상에는 “다회용기 포장 실패해 속상했는데 위로가 됐다”는 댓글이 달렸다. ‘3박4일 제주여행’ 편에서 둘은 반찬 통에 회를 담고 나무젓가락을 거절한다. 마지막 날엔 ‘세이브 제주바다’에 참여해 쓰레기를 줍는다.
맹지혜 씨는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정작 실천하지 못했다”며 “어느 날 자취방에 쌓인 쓰레기를 보고 작은 것부터 해보자 했다”고 말한다. “환경문제는 심각하지만 강요하는 느낌 없이 재밌게, 서툴러도 조금씩”이 그들이 실천하는 방식이다. 2년 전 휴학하며 첫 영상을 올릴 때만 해도 “이런다고 뭐가 바뀌냐”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했지만 지금은 구독자가 8만4천명이다.
벌건 고추기름이 잔뜩 묻은 배달용기, 어떻게 씻어서 분리배출할까? 햇빛에 말리면 된다. 고추의 붉은색을 내는 카로티노이드가 산화된다. 이 방법을 알려준 유투브 ‘살림스케치’ 동영상의 클릭수는 400만이다. 댓글이 3만8천개가 달렸는데, 서로 재활용 정보도 나눈다.
구독자가 16만명인 이 채널엔 재활용 실용 팁이 많다. 스티커는 드라이어로 말리면 잘 떨어지고 플라스틱 병에 남은 스티커 자국은 선크림을 바르면 닦인다. ‘살림스케치’를 만드는 김향숙씨는 이렇게 떼어낸 스티커로 바닥에 붙은 머리카락이나 먼지를 청소한다. 그는 한 동영상에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살림이 힘들 때가 많았는데 나만의 살림 자아를 찾았다”며 “사람과 자연에 도움이 되는 살림은 우아하다”고 말했다. ‘우아한 궁상’ 살림법은 최근 책 <제로웨이스트 살림법>으로 묶여 나왔다.
서울환경연합 유튜브에서 플라스틱 병뚜껑을 재활용해 튜브짜개를 만드는 모습. 유튜브 화면 갈무리
서울환경연합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플라스틱 병뚜껑이 튜브짜개로 변신하는 ‘플라스틱 방앗간’ 프로젝트를 볼 수 있다. 부피가 작아 재활용 선별장에서 걸러지지 않는 병뚜껑을 모아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다. 캔 등 알루미늄은 현재 어떻게 재활용되고 있는지,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지 등 깊이 있는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쓰레기 대학’ 코너에서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이 환경문제를 체계적으로 강의한다. 첫 강인 ‘현대산업사회와 환경문제’에서 홍 소장은 “인간이 마음껏 써도 되는 친환경 재질은 없다”며 “소비를 줄이는 게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분리배출이 헷갈릴 때는 ‘내 손안의 분리배출’ 앱을 활용할 수 있다. 카카오맵에 ‘제로웨이스트샵’을 치면 전국 제로웨이스트 상점의 위치가 뜬다.
김소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