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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작은 차? 큰 차? 우리집 ‘두 번째 차’ 어떻게 고를까

등록 2022-03-03 09:59수정 2022-03-03 10:13

자동차: 세컨드카
경제규모 커지며 ‘세컨드카’ 관심
일상·취미 등 용도 따라 선택해야
경차 벗어나 최근 대형 SUV 인기
베엠베(BMW) Z4. 베엠베 제공
베엠베(BMW) Z4. 베엠베 제공

자동차 기자라는 직업을 갖다 보면 주위 사람들, 심지어 그들의 지인들에게 자동차와 관련된 온갖 질문을 받게 된다. “A라는 차와 B라는 차 중에 어떤 게 나아?” 보통 이런 경우에 질문 속에 답이 있다. 만약 A라는 차를 사기로 마음먹었다면 B라는 차는 A라는 차에 대한 확신을 만들어줄 들러리에 불과하다.

“C라는 차가 이번 달에 할인을 많이 해준다고 하는데 지금 사는 게 좋을까?” 처음 이 질문을 접했을 땐 나름 경험과 통계를 토대로 자동차 회사의 회계연도가 넘어가는 직전에 사는 걸 추천한다고 말했는데 요즘은 그냥 바로 지금 사라고 한다. 이미 사기로 마음먹은 사람에게 기다림은 정신건강에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대개는 영업사원의 현란한 말솜씨에 넘어가 에스엔에스(SNS)에 새 차를 자랑한다.

2010년 뒤 자리잡아

가끔은 답변하기 껄끄러운 질문도 있다. “지금 D라는 차를 타고 있는데, ‘세컨드카’ 한 대를 더 들이려고 해. 어떤 차가 좋을까?” 몇 번 답변해준 적이 있지만, 질문자의 표정이나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그다지 밝지가 않았다. 생각해 보니 유독 이 질문에 대해서는 명쾌한 답을 준 적이 없다. 어쩌면 당연했다. 세컨드카를 들이는 상황이 사람마다, 현재 운용하는 차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당사자의 상황을 이해하거나 듣지 못한다면 뜬구름 잡는 소리만 하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세컨드카(Second Car)는 한 가정 혹은 개인이 사는 ‘두 번째 차’를 이야기한다. 영어 단어이긴 하지만 영미 문화권에선 잘 쓰이지 않고 일본과 한국에서 주로 쓰인다. 녹색 검색창에 세컨드카를 치면 ‘한집에 두 대의 차가 있을 때, 주로 주부나 대학생 자녀가 운전하는 차’라고 나오기도 한다. 둘의 맥락은 비슷하다. 사실 세컨드카 개념이 국내에 자리 잡은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경제 성장과도 관련이 있는데, 2000년대 들어 국내총생산(GDP)이 급격하게 상승했고 이때부터 ‘한 가구당 한 대’라는 개념이 보편화됐다. 2010년대 들어서는 ‘한 가구당 두 대’를 둔 가정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이때부터 세컨드카의 수요가 본격화돼 늘어나게 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아래의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지프 글래디에이터. 지프 제공
지프 글래디에이터. 지프 제공

ㄱ씨는 그의 남편에게 세컨드카로 작은 경차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미 집에는 커다란 에스유브이(SUV)가 있었지만 그가 아이들을 학원에 데려다주거나 장을 볼 때 사용하기에는 차가 크고 운전하기가 쉽지 않았다. 오랜 설득 끝에 그녀는 경차를 구매했다. 이제 좁은 골목길을 주행하거나 주차를 할 때 가슴을 졸일 필요가 없다.

코로나19 때문에 집에만 틀어박혀 지내는 ㄴ씨는 가족들과 아무도 없는 노지에서 차박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지금 출퇴근용으로 쓰고 있는 연비 좋은 소형차는 노지 입구조차도 못 갈 것 같다. 그런 그의 눈에 들어온 건 바로 대형 에스유브이. 비포장도로를 잘 달리고 짐도 잔뜩 실을 수 있어 노지 캠핑에 최적화된 차다. 그렇게 차 한 대를 추가했다.

은퇴하고 적적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ㄷ씨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세단을 굴렸다. 세단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너무나 틀에 박힌 자동차 선택이 자신이 봐도 지루했다. 그래서 노년의 로망을 실현해보고자 세컨드카로 새빨간 스포츠카 한 대를 샀다. 물론 승차감이 단단해 매일 탈 수는 없겠지만 주말마다 재미있게 탈 요량이다.

기아 레이. 기아차 제공
기아 레이. 기아차 제공

회사들도 유혹 손짓

위 세 이야기는 모두 세컨드카에 대한 이야기지만 처음 언급했다시피 상황이 사람마다, 운용하는 차에 따라 모두 다르다. ㄱ씨 이야기는 세컨드카의 부수적인 역할이다. 세컨드카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가정이 이런 모습일 거다. 데일리카가 그 역할을 하지 못하거나 그것을 운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세컨드카를 조합해 상황을 해결해가는 것이다. 패밀리카로 세단이나 에스유브이를 운영하면서 장보기나 맞벌이 출퇴근용으로 연비 좋은 경차나 소형차를 타는 경우다. 최근엔 소형 에스유브이나, 친환경 정책 등으로 구매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하이브리드카나 전기차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ㄴ씨는 최근에 많이 늘어난 케이스다. 그동안 ㄱ씨처럼 세컨드카를 살 때는 경차, 소형차, 준중형차, 소형 에스유브이를 구매하는 경향이 강했다. 오죽했으면 ‘세컨드카는 작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 하지만 최근엔 역전 현상이 나오고 있다. 데일리카를 상대적으로 작은 차를 선택하고 레저를 위한 세컨드차를 큰 차로 선택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원인은 코로나19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타인과 분리되고 나와 우리 가족만을 위한 공간을 갖고 싶다는 수요가 점차 높아지면서 차크닉과 차박이 가능한 레저용 에스유브이나 픽업트럭, 미니밴을 세컨드카로 들이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완성차 브랜드는 이런 상황을 눈치채고 차박에 어울리는 액세서리를 내놓거나 차박에 적합한 자동차의 장점을 내세우며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쉐보레 트레버스. 쉐보레 제공
쉐보레 트레버스. 쉐보레 제공

마지막 ㄷ씨는 운전에 대한 재미 혹은 낭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세컨드카다. 여가에 운전이라는 취미를 즐기기 위해 슈퍼카, 스포츠카, 스포츠 세단, 컨버터블 등을 세컨드카로 들인다. 이런 세컨드카는 가격이 비싸고 일상용으로 운행하기에 불편한 구석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소수만이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현대 엔(N) 브랜드와 같은 합리적인 가격의 고성능차나 트랙이 아닌 일반도로에 초점을 맞춘 ‘펀카’들이 출시되면서 진입장벽을 상당히 낮췄다. 운전의 재미나 낭만을 추구하는 건 오직 자동차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생계 유지형 스쿠터가 아닌 카페레이서나 투어러, 레플리카 같은 모터사이클도 포함된다.

베엠베(BMW) R 나인 T. 베엠베 제공
베엠베(BMW) R 나인 T. 베엠베 제공

세컨드카가 우리의 네 바퀴 생활을 얼마나 편하고 풍성하게 만드는지에 대해선 경험을 해야만 알 수 있다. 나 역시도 그랬다. 데일리카가 있는데 굳이 한 대를 더 만들어서 이중으로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르겠지만 자동차 기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줄곧 세컨드카가 있어왔다. 해치백을 탈 땐 수동변속기를 얹은 경차를, 지금은 경차가 메인이고 1리터가 넘는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을 세컨드카로 운영 중이다. 나의 생활 패턴과 비용, 쓰임새를 골똘히 고민하며 맞춘 조합이라 무척 만족스럽다. 문제는 이제 세컨드를 넘어 서드카(Third car)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동네 마실용으로 돌아다닐 전기 스쿠터를 보고 있는데 이 추위가 지나가면 차고 한편을 차지할지도 모르겠다.

김선관 <오토캐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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