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는 집
공간 특유의 정취 우러나는 집
가구부터 소품까지 주인 닮아
방의 사물 통해 나를 재발견
물건 정리 땐 테마별로 분류
공간 특유의 정취 우러나는 집
가구부터 소품까지 주인 닮아
방의 사물 통해 나를 재발견
물건 정리 땐 테마별로 분류
제주도의 빌라.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의 집이다. 전명희 제공
강릉 교동의 단독주택. 전명희 제공
사물을 통해 나를 만난다 최근 부모님 댁에 몇 가지 짐을 가지러 갔다가 문득 내 방의 사물들을 통해 나란 사람을 한번 들여다보고 싶어졌다. 사실 나는 물건을 그리 잘 사는 사람이 아니다. 일년에 한두번 옷에 ‘플렉스’ 하는 걸 보면 물욕이 완전히 없는 사람 같지는 않은데, 어떤 물건에 대한 필요를 잘 느끼지 못한다. 대체로 하나를 사면 오래 사용하는 편이고, 한번 방에 들인 물건은 (신중하게 들였으므로) 협박에 가까운 잔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좀체 버리지 않는다. 휴대폰은 최소 4년 이상씩 쓰며, 누군가는 진즉에 갈아탔을 차도 여전히 몰고 다닌다. 방에 들인 가구들은 대개 엄마가 15년 전에 취미로 만들어주신 것들이고, 책상 위에는 세월의 때가 잔뜩 묻은 원목 책꽂이와 연필통, 그리고 초등학생 때부터 쓰던 연필깎이가 놓여 있다. 비록 유튜브에 소개될 만한 해외 유명 디자이너가 제작한 빈티지 가구와 소품들은 아니지만, 나만의, 또 우리 가족만의 기억이 사물에 깊게 배어 있어 그런지 그런 사물들에 둘러싸여 있는 게 마냥 좋다.
엄마가 쓰시던 보석함과 트레이. 전명희 제공
제주도에서 산 쟁반. 전명희 제공
별집 사무실 내부. 전명희 제공
물건들에 잠식되지 않으려면 마지막으로 주제에서 다소 벗어나지만, 방이 사물에 잠식당하거나, 창고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보고자 고군분투하는 이들을 위한 팁을 하나 공유하고자 한다. 가장 먼저 내 방의 사물들을 테마별로 나열해보자. 테마는 각자의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정하면 된다. 예를 들어, 내 방의 침대 벽면에는 눈을 마주치면 미소가 절로 나오는 포스터가 붙어 있는데, 이 포스터를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사물들’의 테마에 집어넣는 식이다. 만약 테마를 정하는 게 어렵게 느껴진다면, 임진아 작가의 두번째 에세이 <사물에게 배웁니다>를 참고하시라. 책에 ‘생활을 키우는 사물들’ ‘행복이 담긴 사물들’ ‘시간이 머무는 사물들’ 등 참고하면 좋을 여섯 가지 테마가 나온다. 이렇게 테마별로 사물들을 분류하다 보면 마지막에 무엇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사물이 남게 되는데, 이는 주인 없는 물건과 다를 바가 없다. 이제 이 물건과는 과감하게 작별을 고하면 된다. 앞으로 물건을 살 때도 이 과정을 떠올린다면, 방 안이 의미 없는 물건들로 양적 팽창 될 일은 없을 거다. 글·사진 전명희 (별집 대표)
별집 사무실. 좋아하는 책과 엽서. 전명희 제공
주거와 작업실을 겸한 한남동의 한 스튜디오. 전명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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