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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영화 속 집요정은 아니지만…공간을 만드는 보이지 않는 주연들

등록 2021-12-16 13:59수정 2021-12-16 14:05

브랜드로 공간 읽기
이사·청소 등 홈서비스 주목
전문 브랜드들 속속 생겨
공간 구성에 필수적 존재
최근 이사, 청소, 짐 옮기기, 도배 등 홈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임지선 제공
최근 이사, 청소, 짐 옮기기, 도배 등 홈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주목받고 있다. 임지선 제공

어릴 때 소설 <해리 포터>를 읽다 보면 도비라는 존재가 그렇게 신기할 수 없었다. 집안일을 싹 다 해놓고 부엌 불빛 뒤로 사라지는 집 요정 도비. 한국으로 치면 우렁각시랄까. 왜 우리 집엔 도비가 없을까! 오랫동안 안타까워했다. 마치 마법처럼 지저분한 것들을 싹 치워주고, 언제 버리러 나가지 싶은 건 퇴근 뒤에 다 버려져 있고, 설거지에 청소기 돌리다가 끝나버리는 주말에 골치 아프지 않아도 되는 그런 도비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잘 살펴보니 우리 주변에도 도비 같은 존재들이 있었다. 공간이라는 분야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연은 아니지만 이들이 있기에 무대가 완성된다. 마치 무대연출과도 같은 소중한 존재들이다. 바로 이사, 청소, 짐 운반, 도배 등을 하는 업체들이다. 공간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지만 그동안 잘 보이지 않았던 이들의 브랜드를 소개해본다.

집안일도 고수가 해야

공간을 선택하고 이동하는 것. 바로 이사다. 내가 고른 동네와 지역의 분위기를 보고 나의 환경에 맞춰 살피고, 채광은 어떤지, 해가 얼마나 깊게 들어오는지 보는 것, 이것이 공간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공간 이동, 즉 이사를 준비하며 만나게 되는 이들이 있다. 포장이사 브랜드 ‘짐싸’와 생활 속 숨은 고수를 찾아 매칭해주는 브랜드 ‘숨고’는 넓은 영역의 홈서비스 브랜드다. 짐싸는 어쩐지 투명하지 않아 믿음이 도통 가지 않았던 이사 서비스를 견적을 비교하고 직접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끌어올리고, 합리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숨고는 개인적으로 참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브랜드다. 왜, 늘 애매하게 손이 필요할 때가 있지 않나. 둘이 들면 딱 좋은 테이블이라든가, 혼자 도전하기엔 왠지 두려운 벽지 도배, 화장실 페인트칠, 현관 타일 붙이기에 셀프 인테리어를 고려하는 그럴 때 말이다. 숨고는 그때 필요한 숨은 개인 고수를 찾아 사소하고 잔잔한 노동에 손을 더해준다. 아무리 멋지고 비싼 의자나 조명을 둬도 집안이 뭔가 어색할 때, 도배를 하거나 바닥을 새로 깔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이런 작은 공간의 노력이 가져다주는 변화가 크다. 물론 고수의 손길이 닿으면 금상첨화.

또 하나, 가장 쉽고도 기본적이지만 매우 중요한 부분인 청소가 있다. 생활의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토털 홈 서비스 브랜드 ‘미소’는 가사도우미 서비스로 그 이름을 대중에게 먼저 알렸다. 알음알음 소개받아 사용하던 가사도우미 서비스가 쉽고 편한 홈클리닝 브랜드 서비스로 시장에 다시 뿌리내렸다는 의미가 있다. 나 역시 미소 서비스를 매우 애용한다. 매주 일정한 시간에 맞춰 서비스를 예약하면 방문하는 도우미에게 간단한 집 안내를 하고 애매하고 꾸준한 영역의 집안일을 부탁드린다. 마치 21세기 현대판 능력자 도비처럼, 도우미분들이 왔다 간 날은 집이 매우, 매우, 매우 다르다.

‘빼기’애플리케이션 갈무리.
‘빼기’애플리케이션 갈무리.

혼자 소파 치우기가 버거울 때

채우는 것보다 중요한 건 비우는 거다. 잘 맞는 가구를 사고 멋진 조명을 고르기 전 기존의 공간에 더는 필요 없거나 짐이 되는 것들을 비워야만 잘 담을 수 있다. 그런데 혼자 살다 보면, 아니, 꼭 혼자 살지 않더라도 이 짐을 빼고 내리는 데 애매해질 때가 있다. 평일 퇴근한 뒤에는 늘 시간이 늦어지고, 주말엔 누구에게 와달라고 부르기 미안하고 그렇다. 중고거래나 나눔이 활발해진 요즘, 버리기보단 나누고 싶을 때가 많은데 이럴 때 단 두 사람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이럴 때 브랜드 ‘빼기’는 딱 내려주고, 빼주고, 옮겨주기만 한다. 용달차를 불러야 한다든지, 짐은 직접 실어야 한다든지 실랑이할 필요가 없다. 소파는 내리고, 침대 프레임은 분해해서 수거해주고, 필요한 서비스를 신청해두면 빠르고 간편하게 공간에서 빼고 내려준다. 부피가 큰 소파나 신발장 같은 짐들은 혼자 내리지를 못해 버리지도 못하고 치우지도 못해 억지로 썼던 20대의 기억이 억울해질 정도로 편리하다.

나노화된 노동과 퍼스널 전문가들이 늘어나는 시대, 공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주목받는 외모의 가구와 조명, 오브제 브랜드가 있다면 이들이 더 빛날 수 있게 비우고, 다듬고, 광을 내는 브랜드도 있는 법. 고작 이런 것도 브랜드야, 라고 여길 게 아니다.

홈서비스, 생활이사, 공간클리닝 서비스는 이미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하나의 회사이자 인지도를 갖춘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1인가구 같은 소규모 단위의 사회구성원에게 없어서는 안 될 서비스 브랜드로 각인되는 중이다. 예전처럼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이사 도와주고 벽지 발라주고 같이 짜장면 먹는 시대는 끝난 건가란 생각에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누구 눈치 안 보며 작고 소소한 공간의 일들을 나눠 처리하는 것, 그것도 참 매력적이다.

때 빼고 광내서 한껏 담아낼 준비가 된 공간을 보며 이젠 정말 나의 공간에 담고 싶었던 브랜드를 천천히 고르는 순간을 만끽해보자. 보이지 않는 브랜드 덕에 이런 순간이 있다는 것, 잊지 말고. 임지선 브랜드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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