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음식은 쌀국수만 있을까? 분명 그렇지 않을 텐데, 국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특성 때문인지 유난히 ‘베트남’이라는 나라 뒤에는 ‘쌀국수’가 당연하게 따라붙는다. 이젠 다른 음식으로 눈을 돌릴 때도 되지 않았나?
일단 베트남 음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식재료의 명칭에 대해서 알아둘 필요가 있다. 베트남의 음식 이름은 조리 형태+식재료 명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재료의 명칭과 조리 형태만 알아둔다면 한국에서도, 베트남에서도 실패할 걱정 없이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한국인의 영원한 사랑, 쇠고기 쌀국수는
퍼보(phở bò)라 불린다. 퍼(포)는 넓은 쌀국수 면을, 보는 쇠고기를 의미한다. 돼지고기는 팃런(thịt lợn), 닭고기는 가(gà), 새우는 똠(tôm), 게는 꾸어(cua), 두부는 더우(đậu)다.
몇년 전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분짜(bún chả)는 어떨까? 베트남식 액젓 느억맘 소스에 얇은 쌀국수 면을 담가 구운 고기와 함께 먹는 베트남식 대중음식인 분짜는 레몬과 라임을 곁들여 새콤달콤하게 먹는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냉면에 구운 고기를 싸서 먹는 셈. 분짜의 분은 얇은 쌀국수 면이라는 뜻으로, 주로 생면을 의미한다. 짜는 다진 고기를 뭉쳐 구운 음식을 뜻하는데, 한국식으로 따지면 동그랑땡과 비슷하다.
베트남 음식의 기본 조미료이자 향신료이자 주재료가 되기도 하는
느억맘(nước mắm) 소스는 무엇일까? 생선과 새우 등을 소금에 절인 뒤 나무통에서 숙성시킨 액젓을 뜻하는데, 한국으로 따지면 까나리액젓과 새우젓의 사이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액체를 뜻하는 느억에 젓갈을 뜻하는 맘이 붙었는데, 끈적하고 진득한 상태의 젓갈에 물을 타 희석시킨 액젓이라는 말이 그대로 녹아 있는 명칭이다.
자, 이제 실전이다. 서울시 창신동 동대문역 근처에는 베트남 음식점 거리가 있다. 이곳에 가면
분더우맘똠(bún đậu mắm tôm)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메뉴 이름이 있다. 무슨 음식일까. 분은 얇은 쌀국수 면, 더우는 두부, 맘똠은 베트남식 새우젓이다. 얇은 쌀국수를 튀긴 두부에 싸서 콤콤한 젓갈에 찍어 먹는 베트남 북부의 전통 음식이다.
백문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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