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키미’의 모종을 심는 장면. 유튜브 ‘키미’ 영상 갈무리.
‘힐링 맛집’ 시골살이 브이로그
냥숲, 키미, 오느른, 보레스트…. 시골살이 브이로그(일상을 촬영한 영상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브 채널이다. 계절에 따라 바뀌는 풍경과 자연의 소리가 오롯이 담겨 있다. 자극적 영상의 홍수 속에서 마음을 정화하는 ‘힐링 맛집’으로 불리는 이들 채널을 소개한다.
시골살이 브이로그를 담은 유튜브 ‘냥숲’. 유튜브 ‘냥숲’ 화면 갈무리.
냥숲(구독자 75만명)은 ‘숲속 작은 집’에서 고양이와 사는 일상을 담은 채널이다. 주로 제철 작물로 요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태리 주연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떠올리게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편으로 영상 카테고리를 나눠 계절별 요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따뜻한 톤의 영상에 잔잔한 배경음악이 흐른다. 특히 ‘비 오는 숲속 여름밤 소리 들으며 함께 책 읽어요’라는 제목의 영상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숲속의 비 오는 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전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자연의 에이에스엠아르(ASMR)다. 영상 중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는 ‘봄 음식 모음’ 편(조회수 383만). 아보카도 샌드위치, 녹차 마들렌, 쑥 튀김, 화전, 물김치 등 다양한 봄 요리가 미각을 자극한다.
키미(66만명)는 직접 농사지은 재료를 텃밭에서 가져와 요리하는 전 과정을 보여준다. 냇가에서 잡은 다슬기와 밭에서 딴 애호박으로 된장찌개를 끓이고 산에서 캔 죽순으로 나물 요리를 만드는 소소한 일상이 그려진다. ‘삼시 세끼’의 재료가 되는 농작물을 키우고 수확하는 노동의 시간도 영상의 주된 소재. ‘첫서리가 오기 전 시골에서 한 일들’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는 주렁주렁 열린 단감을 따고 들깨를 터는 겨울맞이 일상을 보여준다. 한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 영상미가 빼어나다.
전북 김제에 있는 115년 된 폐가를 고쳐 사는 <문화방송>(MBC) 최별 피디(PD)의 귀촌 라이프 채널
오느른(29만명)은 여유롭고 소박한 시골의 삶을 전한다. 도시에서 시골로 삶터를 옮긴 최 피디는 현재 상황에 만족하고 느리게 사는 삶의 자세를 배운다. 최 피디는 책 <오느른: 오늘을 사는 어른들>에서 “지금 천천히 읽기를, 천천히 살기를 훈련 중이에요. 여전히 종종 후루룩 일주일을 보내곤 하지만, 그러면 다시 월요일부터 하루하루, 시간 시간을 곱씹어 소화하려고 해요”라고 썼다.
충남 청양군에서 농사를 짓는 1990년생 동갑내기 박우주·유지현 부부가 운영하는
청양농부참동TV(4만명)는 영상으로 기록한 귀농 일기다. 서울에서 직장생활 하다 결혼을 앞두고 귀농한 이들은 시골에서의 새 삶을 보여준다. 고추·구기자 농사를 짓는 과정 등 소소한 모든 일상이 촬영 대상이다.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정보도 가득하다. 농기계 작동 요령, 시골에서 빈집 구하기, 시골집 난방비 공개, 초고소득 귀농 작목 3가지 대공개, 청양군 귀농·귀촌 정책 등에 관한 내용을 영상으로 전한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