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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억’소리 나는 초럭셔리 SUV ‘없어서 못 팝니다’

등록 2021-09-09 10:16수정 2021-09-29 13:57

람보르기니·롤스로이스 등
초고가 자동차들 최고 실적
SUV 선호 현상이 인기 원인
람보르기니의 우루스. 람보르기니 제공
람보르기니의 우루스. 람보르기니 제공

“2022년까지 모든 주문이 완료됐습니다.”

지난 6월 슈퍼카 제조업체 람보르기니의 슈테판 빙켈만 회장이 국내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누군가는 이 인터뷰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거나 입이 쩍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럴 만하다. 람보르기니가 파는 가장 저렴한 모델은 우루스로, 기본 가격이 무려 2억5990만원이다. 쓸 만한 옵션들을 추가하면 3억원을 훌쩍 넘는다. 그럼에도 람보르기니의 2020년 국내 판매량은 2019년 대비 75% 성장하며 303대를 기록했다. 세계적으로도 7430대를 팔아 치우며 람보르기니 역대 두번째로 판매량이 많은 해였다. 이러한 성장세가 오직 람보르기니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벤틀리는 2019년 국내에서 129대를 팔았지만 2020년에는 296대를 팔며 갑절이 넘는 성장세를 보였고, 롤스로이스 역시 2020년 171대를 팔아 한국 판매를 시작한 이래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너도나도 SUV, 왜?

초고가 럭셔리카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이면에는 스포츠실용차(SUV·에스유브이)가 있다. 코로나19 이후 보복소비 현상이나 수요 양극화가 뚜렷해진 것도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초고가 럭셔리카 시장의 성장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시나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에스유브이다. 소형차부터 대형차, 대중 브랜드에서 프리미엄 브랜드까지 에스유브이 선호 현상은 이제 일시적 유행이 아닌 하나의 경향으로 자리잡았다고 해도 결코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현상이 초고가 럭셔리카 시장에까지 이어진 것이다.

람보르기니나 벤틀리, 애스턴마틴, 롤스로이스 등은 쿠페와 세단 위주로 제품을 구성해 판매했다. 에스유브이는 자동차가 가지고 있어야 할 운동 성능과 브랜드의 전통 등에 반하는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스유브이를 팔아 연구개발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면 브랜드의 상징성이 짙은 스포츠카나 세단에 투자할 수 있었기에 제조사로서는 에스유브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

롤스로이스의 컬리넌. 롤스로이스 제공
롤스로이스의 컬리넌. 롤스로이스 제공

가장 먼저 발 벗고 나선 건 벤틀리다. 벤틀리는 다른 브랜드보다 빠르게 럭셔리 에스유브이 시장이 커지는 추세를 파악하고 개발에 들어갔다. 게다가 벤틀리에는 모회사인 폴크스바겐 그룹이 있었다. 폴크스바겐 그룹에는 폴크스바겐, 아우디, 포르셰 등이 있는데 이미 에스유브이를 판매하고 있는 브랜드였기 때문에 에스유브이 개발이 손쉽게 이뤄졌다. 벤틀리는 폴크스바겐 투아렉, 아우디 Q7, 포르셰 카이엔에 들어가는 PL73 플랫폼을 가져와 자체 개발한 부품을 섞어 2016년 벤테이가를 출시했다. 벤테이가는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당시 벤틀리는 글로벌 연간 판매량이 1만대가 안 됐는데 2019~2020년엔 이를 달성했고 그중 41%를 벤테이가가 차지했다. 벤테이가의 연간 생산 대수는 4000~5000대이지만 몰려드는 수요로 1년 이상 대기해야 한다.

벤틀리와 같이 폴크스바겐 그룹 아래 있는 람보르기니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기존의 플랫폼을 활용해 만들 수 있는 차에 집중했다. 사실 람보르기니와 같은 슈퍼카 브랜드가 에스유브이를 만든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건 브랜드의 정체성과도 연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람보르기니는 슈퍼 에스유브이 우루스를 만들었다. 시속 304㎞까지 달릴 수 있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에스유브이로 올랐다. 이보다 눈에 띄는 건 가격. 람보르기니가 그동안 출시한 모델 중 가장 싸다. 가격 또는 실용성 문제로 사지 못했던 소비자의 유입이 상당히 늘었다. 람보르기니에 따르면 우루스 구매자의 70%가 람보르기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며, 여성의 비중도 꽤 높다. 엔트리 모델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페라리까지 뛰어들어

한때 레인지로버를 두고 ‘사막 위의 롤스로이스’라고 불렀다. 레인지로버의 승차감이 정말 끝내줬거니와 당시 롤스로이스 라인업엔 에스유브이가 없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었다. 하지만 2018년을 기점으로 그 별명은 더는 사람들의 입에 오르지 않았다. 롤스로이스가 에스유브이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럭셔리 세단계의 팬텀과 비슷한 맥락으로 럭셔리 에스유브이계의 끝판왕으로 통용된다. 기본 가격만 4억6900만원이나 하지만 출시 첫해 62대, 이듬해 88대가 팔리는 등 롤스로이스 국내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러한 인기로 에스유브이 라인업을 확장할 만도 한데 롤스로이스는 컬리넌 이외에 에스유브이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브랜드 이미지 희석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과거 깐깐하게 구매자의 명성이나 자격을 따져 부합하지 않으면 차를 팔지 않은 브랜드다운 행보다.

벤틀리,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가 에스유브이 시장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지 않은 브랜드는 맥라렌과 하이퍼카 전문 일부를 제외하면 페라리만 남은 상황이다. 페라리는 에스유브이가 브랜드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며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시장은 급변했고 페라리는 달라져야 했다. 그래도 자신들이 말한 게 마음에 걸렸는지 에스유브이가 아닌 에프유브이(FUV·Ferrari Utility Vehicle)를 선보인다고 한다. 모델의 이름은 ‘푸로상궤’로 2022년이면 만날 수 있다. 페라리라는 브랜드 가치와 에스유브이의 인기를 생각하면 실패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예상이다.

벤틀리의 벤테이가 하이브리드. 벤틀리 제공
벤틀리의 벤테이가 하이브리드. 벤틀리 제공

결국 미래는 전기차

에스유브이 출시로 판매량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초고가 럭셔리 브랜드들이 고려해야 할 것도 생겼다. 바로 친환경이다. 이전까진 연비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그럴 수 없다. 몇몇 브랜드는 에스유브이의 흥행으로 판매 대수가 1만대를 넘으면서 글로벌 환경 규제를 충족해야 하는 의무가 생겼기 때문이다. 브랜드들은 에스유브이 판매로 얻은 이익으로 앞으로 다가올 미래차 전략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 벤틀리는 2026년까지 전 모델을 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전기차로 전환하며, 롤스로이스는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전기차 기술을 확보할 때까지만 기존의 파워트레인을 유지할 계획이다.

스포츠카를 만드는 람보르기니와 페라리도 상황은 비슷하다. 람보르기니는 자연흡기 엔진은 유지하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할 것을 구상 중이다. 페라리는 현재 SF90과 같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를 출시했으며 2025년 첫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로 달리는 페라리라니, 격세지감이다.

김선관(〈오토캐스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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