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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문명의 충격, 전동 드라이버

등록 2021-09-09 10:15수정 2021-12-03 14:16

이거 물건이네: 전동 드라이버
사진 이정국 기자
사진 이정국 기자

제품명: 보쉬 IXO 미니 전동 스크루드라이버
구매 시기: 2017년 5월
구입처: 인천의 한 인테리어 자재 매장
가격: 3만원 후반대
특징: 가볍고 작지만 강력한 힘
혹시 ‘이케아 엘보’란 병을 아는가? 당연히 모를 것이다. 지금 내가 지어냈으니까. 조립 가구의 대명사인 이케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제품을 조립하느라 무리하게 팔을 써서 생긴 병이다. 이케아 제품 안에는 육각 렌치 같은 기본적인 공구가 들어 있긴 하지만, 간이용 공구다 보니 한계가 있다. 조이고 풀고를 반복하다 진땀이 나면서 팔이 후들후들 떨렸던 사람들 꽤 많을 거다.

2017년 봄, 거실에 페인트칠을 새로 하기 위해 자재가 싸기로 소문난 인천의 한 인테리어 전문 매장을 찾았다. 이것저것 제품을 고르고 계산대로 향하는데 이 미니 드라이버가 눈에 들어왔다. “사자”는 나와 “필요 없다”는 아내가 한동안 티격태격했다. 결국 인터넷 최저가보다 싸다는 걸 확인시켜준 뒤 겨우 설득에 성공했다.

집에 도착해 포장 캔을 열었다. 아! 이런 깜찍함이라니. 마치 영화 <007>에서 제임스 본드를 유혹하는 여성 스파이가 핸드백 속에서 막 꺼냈을 거 같은 작은 권총 같았다.

총은 작아도 총. 이 제품도 작긴 했지만, 성능은 가끔 집을 방문하는 전문 에이에스(AS) 기사님들의 육중한 전동 드라이버 못지않았다. 당장 써봐야겠다며 멀쩡한 스툴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문화적, 아니 문명의 충격! 마치 인류가 돌칼을 쓰다가 청동 칼을 손에 쥔 느낌이랄까. 시계 방향, 또는 반대 방향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나사를 조였다 푸는데, 이래서 인류는 ‘호모 파베르’(도구의 인간)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이 제품은 저속으로 회전하지만 합판 정도는 뚫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장점이다. 최근 현관 가벽에 그림을 하나 걸기 위해 나사를 박아야 했는데 벽에 송곳으로 살짝 구멍을 낸 뒤 제품을 사용해 손쉽게 나사를 고정할 수 있었다. 작은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도 달려 있어 따로 스마트폰 조명을 비추지 않아도 된다.

아직도 손으로 돌리는 일반 스크루드라이버를 사용하는 분들이여, 몇만원만 투자하면 세상이 달라집니다. 쓸 일이 별로 없을 거 같다고요? 우리가 살면서 나사를 조이고 풀 일은 도처에 있어요. 힘들까 봐 안 하는 것일 뿐. 복잡한 세상 편하게 풀고 삽시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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