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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통통하게 살 오른 수게 맛보세요

등록 2021-09-03 05:00수정 2021-09-28 15:38

[홍신애의 이달의 식재료]꽃게
꽃게 파스타. 홍신애 제공
꽃게 파스타. 홍신애 제공

꽃게를 직접 잡아본 적이 있다. 네모난 철조망에 고등어 대가리를 매달아 배 아래로 내린 후 잠시 기다렸다가 올리면 꽃게가 서너 마리씩 붙어서 딸려 올라왔다. 신이 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게를 잡다 보니 문득 하늘이 어두워지고 폭우가 쏟아졌다. 작은 배로 노를 저어 나갔다가 돌아올 땐 해양경찰의 신세를 졌던 아찔한 추억. 하지만 그 게를 가지고 담근 간장게장은 아직도 내가 기억하는 최고의 맛이다.

간장게장의 백미는 게딱지 속 노오란 ‘알’이다. 꽃게 중에서도 암게가 특히 인기가 많은 것도 뱃속 가장자리를 메운 이 알 때문인데, 사실 이건 알이 아니고 난소다. 흔히 게장 맛을 묘사할 때 “노란 알을 긁어서 밥에 비비면…” 하는 식으로 말하는데, 사실 정확한 표현은 “난소에 밥을 비비면…”이다. 하지만 누가 난소에 밥을 비비고 싶겠나. 이 경우엔 진실이 뭐든 간에 그냥 알이라고 해두자. 오랜 관습이 만든 언어는 (비록 사실과 다르더라도) 어떨 땐 더 편하다. 때론 말이 맛을 만든다.

꽃게는 매년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금어기다. 이 두 달 동안 통통하게 살을 찌운 수게는 암게의 인기를 역전한다. 하얗고 포근포근한 살 덕분에 금어기 이후 잡히는 수게는 부르는 게 값이다. 꽃게의 암수 구분은 배를 보면 된다. 배에 완만하고 동그란 삼각형이 있으면 암게, 뾰족하고 긴 삼각형이 있으면 수게다. 가을에 수게를 고를 땐 배를 보고 사면 실패가 없다.

가을 꽃게는 어떻게 요리해도 다 맛있지만 특히 청주를 넣어 찌면 그 살 맛이 기가 막힌다. 조리법도 간단하다. 냄비에 청주와 물을 한 컵씩 붓고 마늘과 고추를 던져 넣는다. 끓기 시작하면 게의 배가 위로 오도록 집어넣고 뚜껑을 닫아 15~20분 쪄낸다. 청주 향이 게살 냄새를 좋게 하고 탱탱한 질감도 유지해준다. 마늘과 소금, 조선간장으로 맑은탕을 끓여도 좋다. 약간의 생강즙과 날콩가루를 더하면 빨간 국물의 꽃게탕 못지않게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조금 특별한 요리를 원한다면 큼지막하게 자른 꽃게를 떡하니 올린 꽃게 파스타는 어떤가. 생각보다 쉽다. 올리브오일을 두른 팬에 마늘과 청양고추를 볶다가 기름에 향이 어느 정도 우러나면 꽃게와 삶은 파스타 면을 차례로 넣고 다시 볶아준다. 입맛 돋우는 ‘가을 꽃게 알리오 올리오’ 완성이다.

홍신애(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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