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리퍼 같은 일회용품은 무료다. 사진 윤동길(스튜디오어댑터 실장), 장소협찬 안다즈 서울 강남
비싼 돈을 받는 대신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 이 때문에 호텔 종사자들은 늘 ‘감정노동’에 시달린다. 정당한 요구에는 친절하게 응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지만, 때론 고객들의 부당한 요구나 막무가내 행동에 가슴앓이해야 한다. 최근 직원과 고객 사이의 균형을 말하는 ‘워커밸’(worker and customer balance)이란 신조어가 생긴 이유이기도 하다. 친절함을 느끼고 싶다면, 우리가 먼저 친절해야 한다는 것. 호텔리어들이 말하는 아래의 ‘진상 고객’ 유형을 꼭 기억하자.
우선, 좀도둑 고객이다. 호텔에 무슨 도둑이냐고 하겠지만, 굉장히 빈번하다. 객실 내 수건은 도난 1위 물품이다. (호텔 수건이 좋은 건 누구나 안다.) 우천 시를 대비해 방마다 갖춘 우산도 종종 없어진다. 물컵이나 가운도 곧잘 사라진다. 하우스키퍼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물품 카트에서 어메니티(편의물품)를 챙기는 경우도 있다. 명백한 절도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우산 도난이 빈번해 이제는 객실에서 빼고 프런트에서 대여해준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추후 적발돼도 대부분 “몰랐다”며 발뺌한다는 것. 도난에 대비해 체크인 때 신용카드를 등록하니 공짜로 챙길 생각은 버리는 게 좋다. 정말로 갖고 싶다면 당당하게 구매를 요청하자. 대부분의 호텔은 객실용 물품을 판매한다.
얌체 고객도 골칫거리다. 2명이 투숙한다고 해놓고, 3~4명이 와서 자는 경우도 허다하다. 추가 인원에 대한 추가 금액을 피하기 위한 꼼수다. 체크인을 늦게 해놓고 그만큼 체크아웃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하거나, ‘연인 100일 기념 선물을 챙겨달라’,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했는데 선물 없느냐’는 요구는 ‘귀여운’ 편에 속한다. 호텔 내 식당에서 음식을 다 먹고 나서 맛이 없다며 환불해달라거나, 발레파킹을 맡겨놓고 세차한 차에 먼지가 묻었다며 보상을 요구하며 생떼를 부리는 사람도 있다.
민폐 고객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연인끼리 투숙하다 싸운 뒤 퇴실하면서 환불을 요청하거나, 새벽에 부부싸움을 해 주변 방까지 소음을 퍼뜨린 예도 있다. 노래방 마이크를 가져와 텔레비전에 연결해 밤새 노래를 한 경우도 있단다.
뭐니 뭐니 해도, 호텔에서 가장 싫어하는 유형은 중범죄 고객이다. 불특정 다수가 드나드는 공간이다 보니 크고 작은 범죄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성범죄나 마약범죄가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마약에 취해서 체크아웃할 때, 주사기나 대마초 피운 흔적을 그대로 두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이런 범죄를 저지르고 무사통과할 가능성은 ‘제로’다. 범죄 정황 포착 때 바로 관할 경찰서에 신고가 들어간다. 경찰서에서도 항상 주시하고 있는 시설 가운데 하나가 관내 호텔이라는 점을 안다면, 범죄를 저지를 생각은 애초 접는 게 좋다.
이정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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