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갔다는 클럽하우스에 뒤늦게 꽂혔다. 종종 클하에서 ‘사주 이야기 나눠요’, ‘당신의 운명방’ 같은 방이 열리기 때문인데, 이런 방들을 염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느 나른한 저녁, 운명학 상담을 해준다는 방이 열렸다. 들어갔다. 타로 상담방이었다. 세 장을 뽑아서 과거, 현재, 미래를 풀어주고 있었는데, 그렇게 전문가가 아닌 것 같았지만 상담 대기자가 줄을 이었다. 잠시 머문 1시간 내내 참가자가 10명 이하로 줄질 않더라. 타로니 사주니 이렇게 클하에서 방을 파고 노는 걸 보고 세상이 달라진 걸 새삼 느꼈다. 클럽하우스에까지 운명학이 진출하다니.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은 또 어떤가. 검색창에 ‘사주’라고 치면 나오는 수십 개의 방. ‘행복한 사주방, 모든 일간(日干) 환영’, ‘따뜻한 경금(庚金)방’, ‘명리학을 사랑하는 정사일주(丁巳日柱)방’, ‘을목(乙木)방’…. 내 일간과 같은 방에 들어갔더니 말이 잘 통해서 깜놀했다. 가끔 유튜브를 열면 구독자들과 같이 사주를 공부하는 ‘라방’이 등장한다. 명리학 유튜버가 자신의 채널에서 라이브 방송을 개시하고 랜선으로 사주 강의를 한다. 접속자들은 실시간 채팅으로 궁금증을 마구 질문한다.
코로나로 인해 ‘사주 수다’를 떨던 오프라인 모임들이 많이 중단됐다. 밤이 되면 전문용어(?)로 노는 사주 수다가 무척 그리웠다. 클럽하우스 열풍이 불었던 올해 초만 해도 진절머리 나는 에스엔에스가 또 하나 늘었네, 생각했지 이렇게 스스로 찾게 될 줄이야.
한국의 현대 명리학사를 공부해보면 1990년대 전화선과 모뎀으로 하는 피시통신이 큰 역할을 한다. 천리안, 나우누리, 하이텔이 등장하며 전국에 흩어져있던 사주 마니아들이 교류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인터넷 세계에서 만들어진 명리학 스터디 모임에서 지금의 걸출한 술사들이 많이 탄생했다. 피시통신으로 함께 공부할 사람이 생기고 의견을 나누면서 개인 비법으로만 여겨지던 명리학적 기량들이 랜선 위로 올라온 것이다. 지금 막 꽃피우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클하의 운명방, 유튜브 라방들은 명리학에 어떤 기여를 할까 궁금해진다.
봄날원숭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