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성희롱 방지 및 예방교육 실효성을 높이는 내용의 양성평등기본법 일부개정안을 재석의원 209명 중 205명 찬성으로 가결했다.
그런데 정작 국회의원 보좌진의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이수율은 해마다 1~3%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한 지난해 이수율도 10%대에 그쳤다. 국회의원을 도와 각종 성범죄 관련 법안을 만드는 당사자인 보좌 직원의 의무교육 이수율이 이렇게 낮은 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는 20일 국회사무처로부터 받은 국회의원 보좌 직원(4급 보좌관, 5급 비서관, 6~9급 비서)의 성희롱·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 등 4대 폭력 예방교육 이수율 정보를 공개했다.
연간 4시간에 불과한 예방교육 이수율은 터무니 없이 낮다. 2017년 3.76%, 2018년 2.29%, 2019년엔 1.33%에 불과했다. 의무 교육 대상자(인턴 등 비정규직 제외) 2500여명 가운데 해마다 적을 때는 30명, 많아도 100명 정도만 의무 교육을 받아왔다는 뜻이다. 2020년 예방교육 이수율은 16.46%로 조금 높아졌다. 국회사무처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강의가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이수율이 소폭 증가했다”고 밝혔다.
국회가 실효성 제고를 위해 법을 개정한 공공기관 이수율은 어떨까. 같은 기간 공공기관 종사자 평균 이수율은 90% 안팎에 달했다.
2019년 6월부터 모든 공무원은 성인지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성인지 교육이란 법이나 제도가 각 성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차별 요소를 인지하도록 안내하는 교육이다. 한명한명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을 보좌하며 법안을 만들고, 기존 법안의 부족한 점을 고치는 보좌 직원에게 꼭 필요한 교육인 셈이다. 지난해 국회 보좌진 의무교육 대상자 2379명 가운데 444명(18%)만 이 교육을 받았다.
그동안 국회의원 보좌 직원의 4대 폭력 예방교육 이수율은 공개되지 않아 왔다. 공식집계에 잡히지 않아서다.
여성가족부는 ‘예방교육통합관리’ 시스템에서 정부 각 부처 및 공공기관 종사자 예방교육 이수율을 공개하고 있다. 국회의원 보좌 직원은 국회사무처 소속으로 국회사무처 예방교육 이수율 집계에 포함해야 하지만, 국회사무처는 그동안 이들을 제외한 일반직원 이수율만 여성가족부에 보고해왔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국회의원 보좌 직원의 이수율을 합산하면 전체 (국회사무처) 이수율이 0%대로 떨어져 불가피하게 보좌진을 제외했다. 문제를 알고 있고, 개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이수율이 저조한 이유로는 교육을 받지 않아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다는 점이 꼽힌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국회 메일, 의원실 우편함, 의원회관 포스터 등 다방면으로 의무교육을 안내하고 있지만 이수율이 저조하다. 의무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직원에게 주는 패널티는 없다”고 말했다.
국회의 낮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7월 국회 여성 페미니스트 노동자모임 ‘국회페미’는 일부 여성 보좌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그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 다수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이후에 “이래서 여비서는 뽑으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고, 일부는 보좌진·당원들의 단체 대화방에서 피해자 신상을 캐는 신상털기를 목격했다고 답했다.
김예찬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활동가는 “의무교육도 제대로 안 들으니 국회에서 성희롱·성차별적 언행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스스로 입법기관임을 강조하는 국회의원과 그 보좌 직원이 (이수율이) 제대로 공개되지 않는다고 해서 필수 의무교육조차 받지 않은 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