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적 혼인제도 밖에 있는 비혼이나 동거 등도 정부 정책에서 가족으로 포함하는 방안을 여성가족부가 추진한다. 혼인과 혈연 외에 다양한 가족 구성을 차별하도록 돼있는 현행 법의 개정도 검토된다.
26일 여성가족부는 향후 5년 간 추진할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2021∼2025년)을 만들며 기존 결혼제도 밖에 있는 새로운 가족 형태를 법 제도 안의 ‘가족'으로 끌어 안는 방안을 담았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을 26일 오후 온라인 공청회에서 발표하고 전문가와 일반인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이 공청회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 한다.
혈연 중심의 가족 개념 손 본다
공청회 자료집을 보면,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발표로 공개되는 이번 안은 ‘2025 세상 모든 가족 함께’를 제목으로 하고 있다. 주요 정책의 추진 방향에 ‘가족 다양성 포용', ‘모든 가족의 안정적인 삶의 여건 보장' 등을 제시했다. 비혼이나 동거 등 기존 정부 정책에 ‘가족'으로 인정되지 않아 생활 지원 등 각종 복지제도에서 가족 관련 혜택을 받지 못하던 가구를 가족으로 포함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특히, 이번 안은 혼인과 혈연으로 꾸려지지 않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차별하게 돼있는 현행 법의 개정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①건강가정기본법상 혼인과 혈연·입양 중심으로 규정한 ‘가족’ 개념을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할 수 있도록 개정 ②민법상 ‘가족’의 범위 개정 필요성 검토 ③가정폭력처벌법상 ‘배우자’ 규정을 개정해 법률혼과 사실혼 밖의 가정폭력 행위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함 ④가족 형태로 인한 차별 행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 논의 등이 추진된다.
이 안은 호칭이나 장례 문화 등 성 불평등한 가족문화와 의례를 발굴해 개선하는 내용도 포함된다. 미혼부 자녀 등 가족 유형에 따라 자녀를 차별하는 제도도 정비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자녀의 성을 정할 때 아버지의 성을 우선하는 기존의 원칙에서 벗어나 부모가 협의하는 방식으로 법과 제도의 변경을 추진한다. 기존에도 혼인신고를 할 때 부부가 협의하면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는 있지만, 자녀가 태어나기 이전 혼인신고 때 이를 정하도록 돼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확정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도 다양한 가족의 제도적 수용을 추진전략으로 삼았다. 현행 가족 관련 법률과 복지제도가 ‘법률혼 중심 정상가족'을 근간으로 하다보니 다양한 가족과 아동에 대한 포용과 존중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 계획에도 건강가정기본법 개정과 미혼부 출생신고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열명 중 일곱, 생계·주거 공유하면 ‘가족’
이처럼 정부가 법률·복지제도의 ‘가족’ 개념을 손 보기로 한 까닭은 비혼 등 다양한 가족에 대한 수용도가 국민 전체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020년 여성가족부 조사에서 ‘혼인이나 혈연 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데 동의한 응답자 비율이 69.7%에 달했다. 과거 전형적인 가족으로 인식되던 ‘부부와 미혼 자녀' 형태의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의 37%(2010년)에서 29.8%(2019년)로 10여년 사이 크게 감소했다. 반면, 1인 가구는 23.9%(2010년)에서 30.2%(2019년)으로 크게 증가했다.
전통적 혼인 비율과 유자녀 가정도 점점 줄고 있다. 혼인 건수는 32만6천건(2010년)에서 23만9천건(2019년)으로 10년 사이 대폭 감소했다. ‘결혼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것에 30대 응답자 중 59%만이 동의했다.(2020년, 통계청)
이번 안은 민법이나 가족관계법 등 다른 법률을 개정하는 문제와 연결돼 있어 여가부는 앞으로 다른 정부 부처와 계속 협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순남 가족구성권연구소 대표는 “정책적으로 좋은 방향이지만 이번 계획이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법률 정비가 시급히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