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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안갯속이던 여당 법사위원들 “나는 낙태죄 폐지 찬성”

등록 2020-12-08 11:02수정 2020-12-08 16:16

“2030 당사자 고려해야” “낙태죄 유지 실효성 없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모습.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 모습.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낙태죄 관련 형법 개정에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던 여당 쪽 법사위원 다수가 “나는 낙태죄 폐지를 찬성한다”며 형법상 낙태죄 조항이 별다른 실익이 없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바로가기 : <한겨레> 특별페이지 ‘낙태죄 폐지’ https://www.hani.co.kr/arti/delete

8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낙태죄’ 개정 관련 공청회는 18명의 법사위 위원 중 일부만 참석해 7명의 위원이 질의했다.

이날 공청회는 진술인 8명이 각자 10분여간 발표문을 읽고 이후 법사위원들의 질의응답 이어졌다. 공청회에 참석한 7명 의원 중 6명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소병철, 신동근, 최기상, 김남국, 박주민, 박범계)이었고 열린민주당 1명(최강욱),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없었다. 이날 공청회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논란 등에 밀려 예정보다 1시간30분 늦게 시작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낙태죄' 개정 관련 공청회가 8일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낙태죄' 개정 관련 공청회가 8일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며 대체입법 기한으로 정한 때는 오는 12월31일이다. 이를 겨우 3주가량 앞두고도 법사위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의원들은 낙태죄 관련 법안 개정에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었다. 그러나 의원들의 질의에서 관련된 입장을 엿볼 수 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처벌 조항을 유지하고, 임신중지 주수를 제한한 정부 개정안에 대해 비판적인 뜻을 내보였다.

“저는 낙태죄 폐지를 찬성한다. 그 이유는 국가가 제도적 틀로서 규범을 만들었는데 기능을 못하기 때문이다. 10주, 14주, 어떤 주수제한을 하든 규범력이 없다. 그렇다면 오히려 낙태죄 문제를 법령의 이름에선 해방을 시켜주고 사회·문화적으로 규제하자.”

박 의원은 이어 “법률은 기본적으로 규범력을 발휘해야 법인데 낙태죄는 규범력이 없다. 대다수 여성들이 10주 전에 자기결정권을 행사해서 중지하고 있다. 낙태죄로 10여년간 10여건 처벌됐다. 지금 사유없이 14주로 제한하는 정부안이 입법되더라도 처벌 가능성이 더 있지 않다”고 말했다.

낙태죄 조항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저는 낙태죄가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한해 5만여건이라는 통계가 있듯) 실제 낙태가 많이 이뤄지지만 처벌받은 사례는 극히 적다. 낙태 허용 사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나라들이 실제 중절수술 건수가 더 적게 나타났다. 낙태를 엄하게 처벌하는 것과 실제 (임신중절)수술 감소와는 상관관계 적다고 한다. 낙태죄는 사실상 사문화 됐다. 그럼에도 형법으로 임신을 강제하는 것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낙태죄 존치의 전제 중에 ‘낙태죄가 없어지면 손쉽게 임신중절을 선택할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그건 여성을 처벌로 다스려야 한다는 낡고 잘못된 생각이다.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낙태죄 조항이 유지될 경우 법의 직접적 당사자인 2030 여성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당장 법 개정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달라지는 건 2030 여성들이다. 낙태라는 것이 여성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남성이 함께 결정하고 책임질 문제”라고 했다. 이어 “과거 법대에서 배울 때 태아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대립구도로 봤는데, 최근 논의는 여성의 결정권이 아닌 생존권이 침해된다는 새 가치가 나오고 있다. 사회 인식변화가 필요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인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88년 낙태죄가 폐지된 캐나다 사례에 대해 질문했다. 최 의원은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 통제권을 박탈할 수 있다는 부분을 더 설명해달라”고 물었다. 김정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캐나다는 1988년 대법원에서 낙태죄가 여성의 권리 침해라는 판단을 받은 뒤 폐지했고, 현재는 의료행위로 자리를 잡았다. 낙태죄 유지를 주장할 때 태아의 생명권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저는 의원이자 법률가다. 오늘 다양한 의견을 말하는 자리라고 하지만 국회는 어느 특정 의견만 입법할 수 없다. 의원 개인적으로 가치판단할 수 있지만, 의원으로서는 국민 다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낙태죄 조항이 헌법불합치라는) 헌재 결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국회의 입법은 헌재의 결정 취지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법사위의 낙태죄 개정 공청회는 현재 발의된 낙태죄 관련 형법 개정안들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듣고, 이 의견을 법안 심사에 활용하기 위해 열렸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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