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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장학썬’ 재조명 위해 ‘조선일보 폐간’ 시위 기획했죠”

등록 2019-07-25 19:34수정 2019-07-26 00:14

‘장학썬’ 수사 성과없이 끝나자
시민단체 ‘페미시국광장’ 시위

매주 금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조선 외벽에 ‘폐간’ 문구 띄우기도

“검찰이 잘 안 바뀐다고 하지만
이미 달라진 여성도 바꿀 수 없어”
지난 12일 열린 ‘페미시국광장’ 시위 모습.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운동 제공
지난 12일 열린 ‘페미시국광장’ 시위 모습.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운동 제공

“폐간하라”는 네 글자가 지난 12일 저녁 조선일보사 건물에 떴다. 대표적인 권력형 성폭력인 일명 ‘장학썬’(고 장자연 배우, 김학의, 버닝썬) 사건이 제대로 된 처벌 없이 수사가 끝난 사실에 시민단체 연대체들이 ‘페미시국광장’이란 시위를 처음 시작한 날이었다. 조선일보 건물에 “수사외압 언론적폐” 글자가 대형 현수막처럼 보였다가 다시 “검찰 경찰 모두 공범”으로 바뀌었다. 대형 빔프로젝트를 사용한 이날 시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참신한 시위 방식으로 널리 화제가 됐다.

‘장학썬’ 조사가 모두 별다른 성과없이 일단락된 터에 이런 “발랄한” 시위를 기획한 사람들이 궁금했다. “지치지 않는 비결”을 묻고 싶었다. 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한국여성민우회에서 5명의 활동가들을 만난 이유다. 나우(한국여성민우회), 김혜정(한국성폭력상담소), 김수희(한국여성단체연합), 송란희(한국여성의전화), 리아(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이날도 다음 시위에 대한 고민을 막 나눈 직후였다.

‘페미시국광장’은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다. 지난해 미투운동을 계기로 350여개 여성·노동·시민단체가 연대해 꾸린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주최하고 있다. 5개 단체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한국여성노동자회까지 7개 단체 활동가가 실무를 맡아 운영 중이다.

왜 조선일보 건물에 메시지를 띄웠을까. 활동가들은 “고 장자연 사건에 대한 조선일보의 수사외압 의혹 등에 대한 분노를 담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도 반응이 좋아 즉석에서 문구가 추가되기도 했다. 시위 참여자들은 "(조선일보가) 옳지 않은 권력을 휘두르기 때문에” “가해사실에 대한 제대로 된 규명이 문제해결의 초석이 되기 때문에" 부실 수사의 책임자를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지난 12일 열린 ‘페미시국광장’ 시위 모습.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운동 제공
지난 12일 열린 ‘페미시국광장’ 시위 모습.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운동 제공

“해결되지 않는 사안을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나우 활동가는 각종 권력형 성폭력 사건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자칫 많은 여성들이 무기력감에 빠질 수 있는 분위기를 전환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런 때일수록 더 광장에 모여 활동가들이 대중과 호흡하고, ‘장학썬’과 같은 사건이 어떻게 ‘내 삶’과 연결되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목소리를 권력구조의 변화로까지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도 깊다.

“성폭력 사건을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검찰이 개혁되지 않으면 (가해자 처벌도 어려우니) 여성들이 살기 힘들어진다는 데 대한 강력한 문제의식이 있어요. 다만 검찰의 권한이 너무 거대해서 어떻게 타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계속 하는 거죠.”(김혜정)

이들은 “무엇보다 현장에 오는 사람들이 즐거워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일단 즐거워야 모이고, 모여야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는 토대가 구축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활동가 자신이 지치지 않는 것도 관건이다.

“가끔 ‘성폭력 해결’과 같은 당연한 이야기를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은 순간도 있는 건 사실이죠. 이런 상징적인 사건마저 해결되지 않으면 정말 ‘탈조선’(한국을 떠나는 것)을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요. (웃음) 그런데 몇십년 동안 (여성들이) 싸워온 걸 보니까, 지금 당장은 뭐가 안 변하는 것 같아도 ‘길게 보면 된다’는 생각은 조금씩 들더라고요.” (리아)

지난 12일 열린 ‘페미시국광장’ 시위 모습.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운동 제공
지난 12일 열린 ‘페미시국광장’ 시위 모습.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운동 제공

이들이 지치지 않는 동력 역시 크고 작은 승리의 순간을 기억하는 것, 그리고 현장에서 변화한 여성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송란희 활동가는 “당위적인 (거대한) 전제만 보고 운동을 계속 하는 건 어려운 것 같다. 구체적인 장면들을 보면서 버티는 것도 지치지 않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20년 동안 (성폭력 사건의 역고소로 활용되는) 무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는데 최근 진일보한 판결들이 나오는 걸 보면서 ‘헛되진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김수희 활동가는 “2016년 이후 페미니즘이 격동기를 거치면서 불과 3년 만에 대중의 변화가 눈에 보일 정도로 달라졌다”며 “시위 현장에서 나오는 호응 하나하나가 힘”이라고 했다.

올해 ‘승리의 순간’을 물었다. 앞다퉈 ‘안희정 2심’과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이 나온 날이 꼽혔다. “오래 활동했는데 승리 집회를 해온 적이 없었다”는 나우 활동가는 올해 두 판결이 나온 날 처음으로 “자축하는 집회”를 했다고 말했다. 벌써 수개월이 지났지만 안희정 2심 판결이 나온 직후 “깡총깡총 뛰던”(김수희) 기억도 선명하다.

승리의 경험은 이미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그래서 “검경개혁은 여자들이 한다”는 시위의 슬로건처럼, 더딜지라도 변화가 반드시 이뤄진다는 믿음은 굳건하다. “검찰이 잘 안 바뀐다고 하지만 동시에 이미 달라진 여성도 바뀔 수 없다고 생각”(송란희)하기 때문이다. “광장은 몇몇 단체로만 채울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은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장을 고민하고 있다. 나우 활동가는 “수많은 성폭력 사건들이 결국 ‘장학썬’과 유사한 사례”라며 “개인의 일상과 괴리된 특별한 사건으로 (사람들이)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26일 시위엔 한국 사회의 또다른 ‘김학의’들을 소환하고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의미로 ‘증거불충분’ 등이 적힌 천을 여성들이 찢고 새 천이 올라오는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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