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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단독] “페미니즘 무장한 20대 여성은 집단이기주의”라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

등록 2019-02-27 07:54수정 2019-02-27 13:49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 국민주권분과
‘20대 남성지지율 하락요인 분석 및 대응방안’ 보고서
사실 왜곡하거나 문제적 표현·인식 드러내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여성운동 게티이미지뱅크
페미니즘 페미니스트 여성운동 게티이미지뱅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20대 남성지지율 하락요인 분석 및 대응방안’ 현안보고서를 작성하면서 “20대 여성은 민주화 이후 개인주의, 페미니즘 등의 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집단이기주의’ 감성의 진보집단으로 급부상”했다고 표현하는 등 성차별적인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기획위는 문재인 대통령의 100대 국정과제에 대한 자문기관으로 해당 보고서는 기획위 국민주권분과 안의 민주주의·정치개혁·개헌 등을 담당하는 2소분과에서 작성됐다. 정책기획위 보고서는 청와대의 정책 방향 설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26일 <한겨레>가 입수한 이 현안보고서는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 국면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 보고서는 지지율 하락을 젠더갈등과 세대갈등, 개인주의 확산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는데, 문제는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마치 페미니즘 운동이나 성평등 정책에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일례로 20대 남성이 ‘남북정상회담’과 ‘김정은 방한’에는 찬성했지만 ‘북핵 이슈’에 대해선 반대한다고 선회한 원인을 “문재인 정부의 ‘친여성’ 정책 기조에 대한 불만의 표시인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고 자의적으로 짚었다. 그러면서 20대 여성을 ‘집단이기주의’로, 지난해 불법촬영·편파수사 규탄 시위(혜화역 집회)를 “정치세력화된 여성집단”으로 표현하는 등 논란을 일으킬 내용이 포함됐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주권분과에서 작성된 ‘20대 남성지지율 하락요인 분석 및 대응방안’ 현안보고서 일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주권분과에서 작성된 ‘20대 남성지지율 하락요인 분석 및 대응방안’ 현안보고서 일부.
사실관계가 틀린 부분도 있다. 보고서는 “‘여성임원 기업 국민연금 투자 확대’는 능력과 관계없이 여성을 승진시키고 남성이 더 많이 내고 있는 국민연금을 오히려 기여가 적은 여성에게 사용해 공정성의 문제를 제기했고 정부 정책의 불신을 초래했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여성가족부가 밝힌 이 제도는 공적연금의 사회책임투자 기준에 여성 대표성 항목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보건복지부와 논의 중인 사안이다. 실제 시행된다고 해도 “능력과 관계없이 여성을 승진시키는” 것과는 무관한데 마치 여성이 국민연금의 간접 혜택을 더 누린다는 식으로 논리를 비약했다.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잠재적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페미니즘 편향적 교육 내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라고 명시한 부분 역시 ‘스쿨 미투’가 계속되고 성평등 교육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다. 더구나 페미니즘이 남성과 여성을 가해자, 피해자로 대립시키는 것으로 인식해 문제적이다.

현 정부의 정책이 “친여성주의”에 편향돼 있다고 반복적으로 짚은 부분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이 보고서는 20대 남성이 느끼는 역차별·박탈감의 요인으로 “성별 할당제, 가산제 등 민주화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된 여성 ‘편익’ 친화적 정부정책에 기인한다고 믿는”다고 밝히고 있다. 차별을 해소하는 정책을 두고 마치 성별 대립으로 어느 한쪽이 편익을 취한다는 관점으로 보는 시각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 여성정책연구자는 이에 대해 “(기획위는) 20대 남성의 징병제 문제와 같은 핵심은 정작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공약이었던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도 안 되고 여성문제는 여전히 저출산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상황에서 ‘친여성적인 정책’을 했다는 표현에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기획위 관계자는 “(보고서는) 해당 분과에서 올해 초부터 두달여간 토론한 결과로 정해구 위원장 보고용으로 작성된 문서”라며 “기획위 분과 사이에 의견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인회 국민주권분과위원장은 “보고서가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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