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 이회영 선생의 부인 영구 이은숙 지사. <서간도 시종기>를 쓴 여성 독립운동가로 오는 광복절 유공자 포상을 받는다. 일조각 제공
우당 이회영의 아내 이은숙(1889~1979)은 반세기 넘도록 만주와 중국을 전전하며 언제나 남편과 함께 독립운동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단체에서 직책을 맡거나 총을 들고 적과 대치한 적은 없었지만, 회고록 <서간도 시종기>(일조각)가 보여주듯 이은숙의 삶 자체는 독립운동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태껏 이은숙은 독립운동가로 포상받지 못해왔다.
이는 단지 이은숙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12월 기준 독립운동가 포상자 1만4830명(외국인 69명 포함) 가운데 여성은 외국인 4명을 포함해 296명으로 전체의 2%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5월까지 국가보훈처의 ‘여성독립운동가 발굴 및 포상 확대방안 연구 용역’을 수행한 대한민국역사문화원은 6일 여성 독립운동가 202명을 새롭게 발굴해 발표했다. 오는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정리해 발표하는 등의 내용으로 ‘제1회 한국여성독립운동가 발굴 학술 심포지엄’도 열 예정이다.
연구를 주도한 대한민국역사문화원 이정은 이사장은 “이번에 발굴한 202명의 여성 운동가 가운데 이은숙을 포함한 26명이 이번 광복절 유공자 포상에 1차로 반영되었으며, 추후로도 계속 포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여성 독립운동가를 새롭게 발굴하여 포상하는 데에는, 오랜 남성 중심의 사회 구조 속에서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여성의 희생과 노력’을 독립운동으로 볼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가 놓여있다. 열아홉 신혼 때부터 한평생 독립운동가 시아버지인 김병농 목사와 의열단원인 남편 김태규의 옥바라지를 도맡았던 박애신(1900~69)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이들에 관한 사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도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
이 이사장은 “독립운동 여성들의 기여와 공헌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합당한 예우는 대한민국이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는 바로미터”라며 “여성 독립운동 유공자를 적극 발굴하여 포상하는 일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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