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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성추행 피해 진술이 ‘회사 명예 실추’라니…

등록 2018-03-06 17:23수정 2018-03-07 10:17

현직 기자의 #미투

“선배 기자에 피해” 진술했지만
“밤늦게 술자리 참석” 이유 들먹이며
해당 언론, 인사위 회부·주의 통보
가해자엔 ‘관리 소홀’ 감봉에 그쳐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사 성폭력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캠페인의 상징인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사 성폭력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캠페인의 상징인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가해자는 한 사람이었지만, 어느 순간 조직과 싸우게 됐습니다.”

언론사가 성추행 피해를 진술한 소속 기자를 비상식적 이유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는 ‘미투’ 증언이 나왔다. 성폭력 사건 축소·은폐 시도 등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반인권적 조직 문화가 언론계에서도 나타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지 ㅍ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는 ㅂ씨는 6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회사에 성추행 피해를 진술했는데 이 내용을 두고 회사는 ‘늦은 시간에 술자리에 있었다’는 이유로 징계 절차를 진행했다”며 “(성추행 피해)문제 제기에 대한 해결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가 피해를 입은 사례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ㅂ씨는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성추행 피해를 입은 사실과 회사가 이에 대응한 방식을 공개했다. 글을 보면 ㅂ씨는 2014년 1월 소속 부서 팀원·취재원과 함께한 회식 자리에서 선배 기자에게 성추행 피해를 겪었다. 당시 ㅂ씨는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선배 기자는 강제추행을 했다고 전했다.

ㅂ씨는 당시 다른 선배들에게 고민을 털어놨지만 “그 선배는 좋은 사람”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ㅂ씨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다른 이유로 휴직 절차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성추행 사건이 회사에 알려졌고, 회사가 진상조사에 나섰다. ㅂ씨는 당시 정황을 입증할 증거들을 회사 진상조사위원회에 냈다. ㅂ씨는 “가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고 의사를 밝혔으나 그는 거절했다”면서 가해자가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성추행 사실을 부인했다고 전했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 절차가 진행되던 2015년 5월말, ㅂ씨는 회사로부터 “인사위원회에 출석하라”는 통지를 받았다. ㅂ씨가 '회사의 신용을 훼손하거나 명예를 오손하는 언동을 했다’는 등 사규 위반을 했다는 명목이었다. ㅂ씨는 경영 간부에게 자신이 인사위에 회부된 이유를 물었다. 해당 간부는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쓴 진술서에 밤 10시 넘어서까지 술자리에 있었다고 기술하지 않았냐”며 “노무사에게 자문한 결과, 기자가 밤 10시 넘어서까지 술자리에 있었다는 것이 회사 명예를 실추한 것으로 간주되고 처벌이 가능하다고 들었다”고 답했다고 ㅂ씨는 적었다. 결국 ㅂ씨는 주변인과 관련 기관·법조인의 자문을 받으며 이에 대한 소명을 해야했다.

2015년 7월, ㅂ씨는 인사위 결과로 사규의 상벌규정에 존재하지 않는 ‘주의’ 통보를 받았다. ㅂ씨는 이를 “무혐의 처분이지만 주의를 촉구한다는 문서”라며 “징계심의를 받았던 가해자는 아랫사람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명목으로 감봉 6개월 처분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ㅂ씨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공개적으로 글을 썼다“고 했다.

ㅍ신문 쪽 관계자는 <한겨레>의 해명 요청에 “ㅂ기자에 대한 징계 논의가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당시 외부 조언을 받아 일을 절차대로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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