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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미투’ 한달…법·제도로 피해자들 용기 뒷받침해야

등록 2018-02-28 19:02수정 2018-03-01 17:10

성폭력 피해 지원 컨트롤타워부터
SNS·언론 통한 폭로 구조적인 한계
공적인 상담·신고처리 체계 갖춰야
각 분야 특수성 이해 전문가 참여 필요

명예훼손 관련법 개정 한목소리
피해 폭로에 ‘무고·명예훼손’ 역고소
사실 적시조차 ‘공공이익’ 입증해야
유엔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권고

입법 사각지대 피해자들 보호
“예술인·프리랜서 등 포괄적 보호”
남인순 국회 여성위원장 내주 법안 발의
가해자 처벌·2차 피해 방지 등 담아
2월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사 성폭력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캠페인의 상징인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월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사 성폭력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캠페인의 상징인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완강한 침묵의 구조를 깨고 나온 ‘#미투 운동’이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증언으로 한달째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용기가 단발로 그치지 않고 ‘성폭력 피해자 외면 않는 사회’를 향한 전환점이 되려면 법적·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공적인 증언의 통로 절실 최근의 ‘미투’는 주로 에스엔에스(SNS), 인터넷 커뮤니티, 언론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피해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가해자의 사과와 진상조사 착수를 이끌어냈지만, 에스엔에스와 언론 등은 안정적인 증언의 창구가 되기엔 미흡한 점이 많다. 폭로를 하더라도 가해자나 피해자 중 유명인이 아니면 주목을 받지 못할뿐더러 선정적 보도나 과도한 신상털기 같은 부작용이 따르기 쉽다. 한창 여론을 달구다가도 다른 대형 사건이 터지면 사그라들 가능성도 높다. 이 때문에 공적인 상담·신고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김수경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성폭력 피해) 신고·처리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는 방법으로 가지 않으면 피해자들이 피해를 알린 뒤 2차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27일 공공부문을 대상으로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센터’를 만들겠다는 등 대책을 발표했지만 공공부문뿐 아니라 민간 분야에서도 성폭력 지원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피해 상담·지원 네트워크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연극계 피해를 상담할 때 업계의 특수성을 알 수 있는 인력이 배치돼 상담에 참여하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며 “민간 차원에서 성폭력 상담 조직이 생길 경우에도 정부가 나서 예산과 상담에 필요한 교육 자료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명예훼손 처벌 관련 법 개정 목소리도 ‘미투’를 통해 성폭력 피해 사실을 고백하는 여성들의 증언이 법적으로도 보호받기 위해선 명예훼손과 관련한 형법 조항을 손질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2016년 말 에스엔에스를 통해 문화·예술계의 성폭력 논란이 벌어지자,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피해 사실을 폭로한 이들을 ‘무고’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하는 일이 잇따랐다. 역고소를 당한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했던 여성문화예술인 단체 ‘푸시텔’은 “미투 운동이 주로 온라인에서 진행되다 보니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피해자가 고소당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형법 307조(명예훼손)와 정보통신망법 70조는 ‘공공연하게 사실을 적시하거나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에 대해 징역, 벌금 등의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진실한 사실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결국 피해자들이 이 법을 피해 가기 위해선 자신의 폭로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혜정 활동가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폭로’라는 수단밖에 없지만, 권력자들은 법 규정을 이용해 피해자를 법적으로 고발하며 피해자의 증언을 무력화하려 한다”며 “위법성 조각 사유가 명시하고 있는 ‘공공의 이익’을 피해자 관점에서 폭넓게 해석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자를 더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이나 독일 등 상당수 국가에서는 사실일 경우 명예훼손죄를 인정하지 않고, 2015년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도 우리나라에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폭력 피해자들의 증언의 경우 사회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개인적 피해의 구제를 받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자신의 폭로가 공익을 위한 것인지 아닌지 입증할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얘기를 할 수 없고, 결국 피해자들의 증언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입법 사각지대에 놓인 성폭력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법안도 곧 발의된다.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이자 민주당 젠더폭력대책티에프(TF) 위원장인 남인순 의원은 ‘성별에 의한 차별·성희롱 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이르면 다음주에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성희롱의 개념을 ‘누구든지 성희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로 확대하고, 2차 피해 방지 및 구제책과 성희롱 가해자 처벌 규정을 상세하게 담을 예정이다. 남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공공기관 성희롱은 양성평등기본법, 민간사업장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미투 관련해 성폭력 고발에 나선 예술인·프리랜서, 협회나 조직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을 포괄해서 보호하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박준용 황금비 장수경 송호진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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