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거장'으로 불리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19일 오전 서울 창경궁로 30스튜디오에서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 등에 대한 자신의 성추행 등에 대해 사과하러 입장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을 문화예술계로 확산시킨 결정적 계기가 된 연출가 이윤택씨의 성폭력 고발을 둘러싸고 피해자들이 정식으로 이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이윤택 사건 피해자 공동 변호인단’은 28일 극단 미인 대표 김수희씨 등 피해자 16명이 서울중앙지검에 이씨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공식 보도자료를 내어 “이윤택 사건 피해자들과 변호인단은 문화계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성폭력과 인권 침해 문제 해결을 위하여 앞장설 것”이라며 “이윤택 사건을 포함한 다른 피해자 중 법률 지원을 원하는 분에게 상담 및 지원을 해 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변호인단은 “어렵게 용기를 내 고소를 한 피해자들을 위해 신상정보 유출이나 추측성 기사 등으로 또 다른 2차 피해를 주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 주길 당부드린다”며 “이들의 용기에 많은 격려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변호인단에는 김보람·안서연 변호사 등 모두 101명이 이름을 올렸다.
연희단거리패 소속 단원들을 상대로 안마 등을 빙자해 상습적인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 이씨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성추행은 인정하지만, 성폭행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뺌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 ‘진정성이 결여된 면피성 사과’라는 비난이 일었다. 이어 기자회견 전 문구와 표정까지 기획해 연습하는 ‘리허설’을 했다는 내부 폭로까지 나오면서 이윤택씨는 사실상 사회적 회생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이씨의 행위를 전형적인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으로 보고 있다. 배역을 결정하거나 극단에서 내쫓을 수도 있는 이씨의 권한은 ‘업무상 위력’으로 인정될 수 있어, 성폭력 피해 사실을 입증하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또는 간음’을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자가 고소 등 처벌 의사를 6개월 안에 표시해야만 성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 조항이 2013년 6월 폐지됐기 때문에, 그 이전에 벌어진 성범죄는 이미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2013년 6월 이후에 벌어진 성폭력 피해만 실제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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