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반대하는 우리쪽 의견 빠져…무리하고 부당한 수정요구“
“정부가 ‘12·28 한-일 위안부 합의’를 긍정한 의견을 무리하게 담으려 해 문제가 된 것이다. (다음 정부로 넘겨) 보고서를 아예 내지 말았어야 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관한 보고서’ 집필진으로 참여했던 이신철 성균관대 교수(동아시아역사연구소 소장·사진)는 5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여성가족부가 ‘위안부 피해자 보고서’를 내놓겠다고 발표하자 4일 다른 연구진과 함께 여가부에 보고서 인쇄 중단과 머리말 수정을 요구했다. 결국 보고서는 한-일합의 의의 등을 담은 9장이 필자인 이원덕 국민대 교수의 개인 견해임을 명기하는 수준에서 고쳐져 재발간됐다. 보고서 발간을 위한 연구용역은 국민대 일본학연구소가 정치 부분을, 성균관대 동아시아역사교육연구소가 역사 부문을 맡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보고서 작성 과정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초고 작업은 정치파트와 역사파트 연구진이 협의했다. 문제는 이후 수정할 때인데 각자 수정했고 거의 협의가 안 됐다. 우린(역사파트 연구진) 이 부분(머리말과 9장)이 들어가는 지도 몰랐다. 거기 적힌 건 (정치파트 연구진이자 연구총책임자인) 이원덕 교수가 늘 주장하던 것이다. ‘한-일 관계에 돌파가 필요하다’, ‘적극적으로 (한-일합의를) 살려가자’는 거다. 그런데, 공동보고서에 이렇게 자기 개인 의견을 내면 되겠나.”
-2015년 한-일합의 전후 상황이 문제였던 것 같다.
“처음 백서 작업이 시작됐을 땐 정부 입장이 강경했다. ‘위안부 문제는 원칙적으로 해결한다’, ‘해결 없으면 한-일 간 정상회담도 없다’고 밝히던 때다. 우리도 ‘최대한 역사적 사실을 살려 진상을 밝히되 지나치게 민족주의적이면 안 된다. 일본 사회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경계했을 정도다. 그런데 합의 이후 상황이 바뀐 거다. 정부 잘못이 크다. 아예 합의 시점에 완성된 보고서를 내든지, 아니면 수정 요구를 하면 안 되는 거였다. 애초 우리가 받은 의뢰는 그 시점까지의 입장을 써달라는 거였다. 정부는 이후 정반대로 바뀐 자신들 입장을 담으려고 한 것인데, 내가 볼 땐 부당하고 무리한 요구다. 9장을 지금처럼 쓰면 안 된다.”
-결국 보고서는 고쳐지지 않았다.
“여가부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했다. 우리로선 내부 이견을 소화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었다. 이원덕 교수는 집필진을 명기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공동연구의 결과물인만큼 우리가 이 교수 의견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게 되지 않나. 역사파트 연구진은 한-일합의에 명백히 반대한다. 이런 걸 머리말에 넣자고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련해 계속 잡음이 인다.
“여가부는 ‘가장 비판적 의견도 (보고서에) 같이 담았으니 괜찮지 않느냐’는 정도로 인식한다. (보고서 발간 시기와 관련해서도 여가부는) ‘차기 정부에 부담을 안 주겠다. 그 전에 끝내겠다’고 하는데, 그건 차기 정부가 결정할 일이다. 애초 초고를 (한-일합의가 있었던) 2015년 말에 끝냈으니 그럼 ‘양국 정부 간 합의가 됐으나 사회적 논란이 있다’ 정도로 끝냈으면 됐다. 왜 구구절절 자기들 입장을 써놔야 하느냐는 거다. 수정하거나 아예 분리 발간하거나, 내지 말고 (다음 정부에) 넘겼어야 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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