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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난자 채취’ 건강에는 어떨까?

등록 2005-11-08 16:57수정 2005-11-08 19:39

생명의 씨앗, 난자. 최근 난자 불법 매매 사건이 터지면서 과연 의학적으로 어떻게 난자를 채취해 시술하는 것이며, 난자를 채취하는 것은 여성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은 200만개의 난포를 품고 태어난다. 이 난포 안에는 액체에 쌓인 생명의 씨앗 난자가 숨쉬고 있다. 이 난포의 수는 점차 줄어들어 사춘기가 되면 20만~40만개가 남게 된다. 매달 여성의 몸에선 생명의 특명을 받은 한 개의 난자를 만들기 위해 10~20개의 난포 사이에 치열한 생존경쟁이 벌어진다. 이 중 우성 난포 하나만 빼고 나머지는 찬란한 생명의 꽃을 피워도 보기 전에 퇴화하는 길을 걷게 된다. 선택된 난포가 터지면서 난자가 튀어나오는 것, 이것이 바로 배란이다. 사춘기부터 폐경기까지를 35년이라고 가정할 때 여성이 평생 동안 사용하는 난자의 개수는 300~500개 정도에 불과하다.

여성 200만개 난포 품고 태어나, 평생 300~500개 난자 생산

평생 써도 다 못 쓸만큼 난포가 있는데 좀 빼서 쓰면 어떠랴, 먹고 살기 힘든데 까짓 좀 팔아쓰면 어떠랴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난자 채취 과정은 바구니에 든 달걀 빼먹는 것처럼 쉽고 간단하지 않다. 적잖은 위험까지 따른다.


동생 또는 친구 부부가 불임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 내 난자를 기증하겠다는 결심했다고 치자. 그러면 당장 병원에 가서 채취가 가능할까?

답은 그렇지 않다.

앞에서 언급했듯 정상적으로 임신이 가능한 여성은 매달 한 쪽의 난소에서 1개의 난자가 배란이 될 뿐이다. 이렇게 얻어진 난자로는 체외수정시 임신 성공률이 극히 낮다. 이 때문에 난자를 인공 채취할 때는 과배란을 유도해 최대 30개까지 ‘억지로’ 배출하는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한다.

난자 채취해 체외수정시 임신 성공률 극히 낮아져…30개까지 과배란 유도

난자를 채취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1) 월경이 시작되고 3~5일 지난 후 이틀에 한 번 꼴로 7번 정도 과배란 유도를 위해 성선자극호르몬제를 투입해야 한다.
2) 호르몬을 투여 한 뒤에는 난자 상태를 검사하기 위해 초음파 검사도 해야 한다.
3) 월경 후 10~14일께 약물이나 국소마취 상태에서 초음파로 다시 관찰한다.
4) 배란 직전의 난자를 양쪽 난소에서 주사를 이용해 채취하게 된다.

이들 과정이 최소한 보름은 걸린다. 호르몬제 투여와 주사를 이용한 강제 채취 등 인공적인 방법을 사용하다보니 부작용도 따른다.

강동성심병원 산부인과의 문종수 교수는 “호르몬제를 맞아 당장 10~20개씩 건강한 난자를 채취할 수는 있지만 다음 배란기 때 배란이 이뤄지지 않는다든가, 생리할 때가 아닌데도 질 출혈이 일어나는 부정자궁출혈 등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난자가 성장하게 되면 난자 자체에서도 호르몬이 나오는데 많은 수의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진 난자가 배출하는 호르몬 때문에 몸이 붓고 혈압이 오르는 등 임신중독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혈관내 탈수현상이 일어나 신부전증이 생길 수도 있고, 심한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난자를 채취하는 주사 바늘도 문제다. 난자를 채취할 때는 주사로 질을 통해 양쪽 난소를 찔러 난자를 흡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난자를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주사의 크기가 커진다. 볼펜심 두께에 30~40㎝ 길이의 큰 주사를 사용하다보니 채취 과정에서 굵은 바늘이 주변의 혈관을 찔러 출혈을 유발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문 교수는 “시험관아기 시술 초기에는 이 때문에 사망한 사람도 있었다”고 전했다.

바늘을 잘 소독했다고 해도 몸에 이물질이 들어가다보니 흔치는 않아도 골반염에 걸리는 여성들도 생긴다. 골반염은 제대로 치료하지 않았을 때 불임을 유발하기도 한다.

난자 채취 위험 우려속 “매매가 문제지 채취 자체는 문제 안돼” 의견도

반면, 난자 채취의 위험성을 크게 부풀릴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최도석 교수는 “난자 채취의 위험성은 교과서에 나온 말을 그대로 옮긴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마취 도중에도 사망하는 사례가 생기는 것처럼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다”며 “심한 난소과자극으로 인한 피해는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시적으로 복수가 차고 난소가 혹처럼 커지는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이 있기도 하지만 위험성이 높으니 해서는 안된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난자를 불법으로 사고 판 다는 것이 문제지 난자 채취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며 “불임으로 고생하는 이들은 위해 쓰고 남은 난자를 얻을 수 있는 길을 터주는 등 대안을 만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겨레> 사회부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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