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다양성위원회’ 노정혜 위원장.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서울대 다양성위원회 위원장 노정혜 교수…23일 창립 포럼
“능력이 있어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취직을 못 하는 확률이 유난히 높다면 개선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회에서처럼 학교도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잘 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에요.”
회사뿐 아니라 대학에도 ‘경단녀’(경력단절여성) ‘유리천장’ 문제가 있다. 22일 서울대 자연대 연구실에서 만난 노정혜(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공적 영역에서 여성 비율이 여전히 낮다고 강조했다.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하는데, 수치가 그렇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학교에서도 여성은 육아나 가정 문제로 중간에 일을 그만두거나 잘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보이지 않는 편견이 있어요.”
서울대 교수 2075명 중 여성은 302명으로 14.6%(지난해 4월 기준)에 그쳤다. 미국 하버드대나 스탠퍼드대의 여교수 비율 27~28%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정부가 권하는 여교수 비율 20%도 지키지 못한 수치다. 사립대 평균(24.6%)보다도 낮다. 하지만 시간강사나 연구교수 같은 비전임교원의 여성 비율은 37.3%로 올라간다. 서울대 학부생 중 여성 비율은 40%를 넘지만, 여교수는 여전히 소수자다.
노 교수는 23일 창립하는 서울대 다양성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았다. 학내 다양성을 끌어올리고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다양성위원회는 여성·외국인·비서울대 출신 교수의 임용 확대를 우선과제로 꼽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원 과정에서부터 공부와 출산·육아 등을 함께 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노 교수의 생각이다.
또 다양성위원회는 ‘창의적 협력’이 가능한, 열린 학내 분위기와 문화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학생과 교수 등 학내 구성원이 뛰어난 지성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서로의 지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창의적 협력을 할 수 있는 풍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다. 이를 위해 3~5년마다 교내 다양성 환경 조사를 정례화할 계획이다. 이는 하버드·버클리대 등 세계 주요 대학의 사례를 참고해 진행한다.
그는 당장의 변화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두고두고 축적해가면서, 학내 모든 기관이 다양성에 대한 가치를 중시하게 될 날을 꿈꾼다. “내가 어떤 문제에 매몰돼 있을 때 나랑 다른 배경의 사람이 툭 던진 말 한마디에 문제의 실마리가 풀린 적이 많아요. 차이가 곧 가치인 걸 알아보는 게 진정한 협력인데, 그건 다양성이 보장될 때 가능한 거죠.”
다양성위원회는 여교수회 주도로 만들어졌다. 서울대가 세계적 대학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양성 평등’뿐 아니라 ‘학내 다양성 증진’이 필수적 과제라는 데 공감한 이들이다. 학교는 학칙을 만들어 위원회를 총장자문기구로 두고, 교무처장·학생처장·교수협의회장 등 교수와 직원·학생·외국인·외부위원 등 15명 이내로 구성하기로 했다.
23일 서울대에서 열리는 다양성위원회 창립 포럼에는 하버드대 다양성 담당 부총장인 주디스 싱어 교수가 참석할 예정이다.
글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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