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5일 열린 제32회 한국여성대회에 참가한 여성과 시민들이 서울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까지 행진한 뒤 소녀상 앞에서 성평등세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세계여성의 날 기념 1000여명 모여
보라색 우비 입고 서울도심 행진
일본군위안부 합의 철회 등 목소리
보라색 우비 입고 서울도심 행진
일본군위안부 합의 철회 등 목소리
전국에 비가 내린 5일, 3·8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 한국여성대회가 열렸다. 대회 참가자들은 우비를 입은채 서울 도심을 행진하며 성평등, 여성 폭력 근절, 복지사회 실현을 위해 희망을 모으자는 목소리를 드높였다.
3·8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열린 제32회 한국여성대회는 ‘희망을 연결하라 모이자! 행동하자! 바꾸자!’구호를 내걸고 1000여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여성주의를 의미하는 보라색 우비를 입은 참가자들은 서울시청에서 서울 종로 종각역 제일은행을 지나 평화의 소녀상까지 행진을 했다. 참가자들은 ‘성평등은 모두를 위한 진보’ , ‘싸구려 임금에 싸다구를 날려라!’ , ‘우리는 연결될 수록 강하다’ , ‘성평등 국회’, ‘다문화아이들 권익 보호하라’, ‘차별과 폭행, 고통에 공감하기’, ‘일본군위안부 졸속 합의 철회하라’ 등의 글이 적힌 피켓을 들고 걸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여성 인권을 알리는 의미에서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보라색 장미를 선물하기도 했다. 3·8 세계여성의 날은 1908년 3월8일 미국에서 여성들이 참정권과 노동조합결성의 자유를 요구하는 대규모집회에서 시작됐다.
이날 행진에 참가한 한국여성노동자회 소속 나눔돌봄사회적협동조합의 윤혜연 이사장은 “돌봄 노동하는 40~50대 여성들을 대표해서 왔다. 보건복지부가 기준하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라며 “노동 조건이 열악해질 수록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더 살기 힘들어진다”라고 말했다. 이정례씨를 포함한 25명의 조합원이 윤 이사장과 함께 참가했다.
한국여성대회에 처음 나와봤다는 한신대학교 학내 위원회 ‘성’ 위원장인 윤지영(21)씨는 “여성이라고 특별히 대우받는 세상을 살고 있다고 느낀 적은 없지만, 처음으로 여성대회에 나와보니 더 친근한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 이석영(20)씨는 “최근 여성 혐오 담론을 지켜보면서 남·녀가 소통을 늘려가야한다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행진에 앞서 대회를 주관하는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은 서울 중구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3·8여성선언’ 발표와 ‘성평등 특별상’을 시상했다. ‘성평등 특별상’에는 전국철도노조 서울본부 케이티엑스(KTX) 승무지부가 선정됐다. 케이티엑스 승무원들은 계약직으로 고용된 뒤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10년여간 법정투쟁을 벌였지만 지난해 11월 최종 패소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싸움은 한국 여성노동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는 과정이었단 평가를 받았다. 승무지부 쪽은 수상소감으로 “3월로 투쟁 10년째다. 삭발·단식·철탑농성 등 안해본 싸움이 없는데 부족했나 보다. 하지만 우리는 대법원 판단이 후퇴했다고 생각한다”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성평등 디딤돌’에는 장애여성 성폭행 사건을 폭로한 ‘자림복지재단 장애인 성폭력 대책위원회’,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대학생 모임 ‘평화나비네트워크’, 성차별 발언에 대항하는 트위터 상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해시태그(#) 달기 운동, 구조조정 저항 투쟁을 벌여 원직 복직을 이룬 전국여성노조 인천지부 연세대 국제캠퍼스 기숙사분회, 전남 여수의 유흥업소 업주의 폭력과 착취를 경찰에 알린 내부 고발자 여성 9명 등 모두 5개 수상자가 선정됐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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