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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변화 빠른 과학 분야, 여성 경력단절 없애야”

등록 2014-07-06 19:35수정 2014-07-06 22:07

정선주(52) 단국대 교수(분자생물학)
정선주(52) 단국대 교수(분자생물학)
‘여성생명과학상’ 정선주 교수
남성위주 고정관념 깨느라 어려움
“육아와 연구 병행할 여건 갖춰야”
최근 암 발생과 아르엔에이(RNA)의 연관성을 밝힌 연구 업적으로 ‘한국 로레알-유네스코 여성생명과학상’ 학술진흥상을 받은 정선주(52·사진) 단국대 교수(분자생물학)는 여성 과학자로 인정받기까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1981년 서울대 자연대에 입학해보니 여학생은 열에 한명에 불과했고 여성 교수는 한명도 없었어요. 나도 여자여서 박사학위를 받더라도 교수가 될 수 없는 걸까 걱정했습니다.”

그나마 미국에 유학을 가 소수나마 여성 교수들을 만나 조언을 받으며 마음을 다질 수 있었다는 그는 여성이자 아시아인이라는 이중의 약점을 극복해야 했다. “스탠퍼드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할 때 지도교수도 연구원들도 저 빼고 모두 남성이었어요. 자동차나 미식축구, 야구 얘기를 할 때면 소외될 수밖에 없었죠.”

정 교수는 1993년 말 유학에서 돌아와 자리를 잡지 못하던 1년을 인생에서 가장 좌절한 순간으로 꼽았다. 교수 자리가 있는 거의 모든 곳의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어떤 면접에서는 “아기가 돌도 안 됐는데 일을 하려고 하느냐”는 면박도 들었단다. 겨우 잡은 대학의 연구원 월급은 아이를 맡기는 비용으로 고스란히 들어갔다. 스스로 일을 해야 할 이유를 증명해 보여야 하는 시기였다.

비슷한 궤적을 밟아왔기에 정 교수는 고용 불안과 낮은 월급으로 고민하는 후배 여성 과학자들을 염려했다. 숙련된 연구 인력이 업적을 내기도 전에 그만두면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과학 분야는 학문의 흐름이 빨리 바뀌기 때문에 경력 단절이 길어질수록 다시 따라잡기 벅차요. 빠른 복귀를 돕는 사회적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고정관념 때문에 여학생 스스로 과학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지난 3월 로레알그룹에서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의뢰한 ‘세계 여성 과학자 현황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 14개 나라의 과학자 가운데 여성이 29%뿐이라며 여전히 성비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대학 진학 때부터 여성들이 과학 분야 관련 자신의 학업 역량을 과소평가하는 데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이 과학 분야에 더 적합하다’는 고정관념에 여학생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어린 여학생들이 과학에 흥미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여성 과학자들을 만나 실질적인 연구를 체험해 보는 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글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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