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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나는야, 잡년…뭘 입어도 안전할 권리 있다”

등록 2011-07-16 20:19수정 2011-07-18 11:29

16일 오후 4시 광화문 원표공원에서 대한문까지 국내에서도 ‘잡년행진(slut walk)‘이 진행됐다. 사진 정주용 피디
16일 오후 4시 광화문 원표공원에서 대한문까지 국내에서도 ‘잡년행진(slut walk)‘이 진행됐다. 사진 정주용 피디
광화문서 대한문까지 300여명 행진

한진중공업 단식 농성단과 연대도
“나는야, 자랑스런 잡년.”
“옷은 양념이 아니다. 그녀는 먹을 것이 아니다.”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한다.”
“피해자가 질책받는 유일한 범죄, 성폭력.”

16일 오후 3시30분. 예고대로였다.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근처 원표공원으로 ‘잡년’들이 모여들었다. 행진을 하기 위해서다. 의미심장, 재기발랄한 플래카드를 즉석에서 쓱쓱 써냈다.

스타일은 자유였다. 브래지어에 긴 플레어 스커트를 입은 이도 있고, 미니스커트에 흰 티셔츠를 입은 이도 있고, 긴 바지에 긴 남방도 있었다. 트위터를 통해 참여를 예고했던 영화감독 김조광수씨는 몸에 딱붙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행진에 동참했고, 프로레슬러 김남훈씨는 ‘하의실종’ 패션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래도저래도 ‘잡년’이 되는데 중요한 건 옷차림이 아니다. 정신이다.

행진에 앞서 트위터를 통해 모여 행사를 준비한 10여명이 마련한 ‘댄싱퀸’ 음악에 맞춰 모인 사람들이 몸을 흔들었다.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강제로 접촉하면서 많은 남성들이 속으로 혹은 겉으로 되뇌는 ‘좋으면서 뭘 그래’를 적은 종이를 격파했다. 실제 성추행하는 남성을 여성이 응징하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HANITV1%%]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100여명의 사람들은 대체로 ‘관음’의 시선이 아니라 ‘동참’의 의지로 함께했다.

몸에 딱 붙는 옷을 입고 슬롯워크 행사에 참가한 남성 박유안씨는 “외국의 슬롯워크 영상에서 제도권에서 ‘강간당하지 말라는 교육’은 하면서 ‘강간하지 마라’는 교육은 시키지 않는다는 문구를 봤고, 대한민국 사회도 그와 한치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제 조카들이 중학교 1학년인데 나중에 커서 마음껏 입고 싶은 옷을 입을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여성이 부적절한 옷을 입고, 부적절한 업소에서 일을 해서 당할만하다는 인식이 많다"며 “그러나 어떠한 남자라도 강간을 할 권리는 없고, 어떤 여자도 강간당할 만한 사람은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오후 4시 30분. 드디어 잡년들이 행진을 시작했다. 원표공원에서 대한문까지 ‘하의실종’, ‘상의실종’ 등 자유로운 옷차림으로 걸었다. 지난 1월 캐나다 경찰관의 “성폭력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여성은 야한 옷차림을 피해야 한다”는 발언을 기폭제로 시작된 ‘슬럿워크’가 국내에서 ‘잡년행진’으로 처음 실시된 셈이다.

잡년들은 대한문에서 노회찬·심상정 진보신당 두 상임고문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주장하며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현장에서 연대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농성단은 잡년행진을 하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냈고, 잡년들은 “한진중공업 투쟁 승리하세요”“비정규직 철폐”를 외쳤다. ‘잡년’과 ‘노동자’가 만나는 순간이었다. 글·영상·사진 정주용 피디, 디지털뉴스팀 j2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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