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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저소득 이혼가정 양육비 정부가 빌려준다?

등록 2009-05-20 21:57

부부 사이의 갈등을 다뤘던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한 장면.
부부 사이의 갈등을 다뤘던 드라마 ‘사랑과 전쟁’의 한 장면.
경제력 없어 양육비 못받으면 ‘아동 빈곤’ 직결
선지급 뒤 부양의무자에 구상권 제도 도입 필요




김부인(가명·여·34)씨는 2007년 이남편(가명·36)씨와 협의이혼을 했다. 은행에 다니던 이씨는 두 아이의 양육비를 월 100만원씩 김씨에게 주기로 했지만, 이혼 뒤 돈을 보내지 않았다. 반면 김씨는 직장이 어려워져 몇 달째 급여를 받지 못했고, 아이들의 급식비마저도 대기 어려워졌다. 이에 김씨는 2008년 심판청구를 했고, 지난 2월 법원은 이씨에게 아이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매달 30만∼50만원을 지급하라고 조정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김씨는 이런 결정을 받기 전까지 기약 없이 어려운 생활을 해야 했다.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상담위원은 “김씨처럼 법원에 양육비 심판청구를 해도 평균 6개월 정도 법적 절차에 시달려야 하고, 그동안 양육비를 받을 수 없어 한부모 가정이 많은 곤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이혼 뒤 양육비 관련 상담이 지난해 261건에 이르는 등 해마다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2006년 법무부가 표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이혼 가구 가운데 전 배우자로부터 자녀 양육비를 제대로 지원받고 있는 경우는 12.7%에 불과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런 어려움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 민법과 가사소송법이 개정·공포되면서 이혼 뒤 미성년 자녀에 대한 양육비 제공이 강제될 수 있는 규정이 생겼다. 개정안의 핵심은 ‘직접 지급명령’과 ‘일시금 지급명령’이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양육비 상담 추이/한국 이혼 추이
한국가정법률상담소의 양육비 상담 추이/한국 이혼 추이
직접 지급명령은 봉급 생활자가 만약 2회 이상 양육비를 내지 않으면 법원이 양육자의 신청을 받아 소득세 원천징수의무자로 하여금 월급에서 우선 양육비를 떼어주는 방식이다. 회사가 월급에서 바로 양육비를 공제해주는 것이다. 또 자영업자 등 비급여 소득자에게는 법원이 일정 금액의 담보를 상대방에게 제공할 것을 명령할 수 있고, 이를 어길 때는 양육비를 한꺼번에 지급하게 할 수도 있다. 벌칙도 교도소에 가두는 감치 조처가 가능한 수준으로 크게 강화됐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의 혜택은 소득 수준이 낮은 이혼 가정에까지 미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양육비 지급자가 비정규직이나 무직 등 경제력이 부족해 돈을 주지 못하는 경우 뾰족한 방법이 없어 ‘사각지대’가 뚜렷하게 존재하는 것이다. 박복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력이 있는데도 양육비 지급을 회피하는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게 됐지만, 경제력이 없어 양육비를 줄 수 없는 경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여성들은 중산층 부부로 함께 지내다 이혼하게 되면 경제적 여건이 부족해 저소득층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아동의 빈곤 문제로 연결된다. 이 때문에 강명순 한나라당 의원은 국가가 양육비를 대신 지급하는 법안을 이달 발의할 예정이다. 강 의원의 황금희 보좌관은 “구상권을 청구해도 나중에 돌아오지 않는 돈까지 합하면 예산이 300억원 정도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회선 보건복지가족부 가족지원과장은 “예산이 많이 들고, 강제 징수 방법 등이 논의되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이미 독일에는 ‘양육비 선급법’이 도입돼 있다. 이혼 가정 자녀나 한부모 가정 자녀 등 당장 양육비가 필요한 자녀에게 우선 돈을 지급하고 나중에 부양 의무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정책학)는 “독일도 현실적으로 남성 부양자에게 나중에 돈을 돌려받는 비율은 적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처럼 구상권 행사가 어렵다고 개입을 하지 않는 것과 달리, 독일은 어려워도 먼저 도움을 준다는 데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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