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자살 충동을 경험한 30대 여성 비율이 또래 남성보다 2배가량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4일 내놓은 ‘코로나 발생 후 젠더적 관점의 여성 정신건강 현황과 정책 개선방안’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2021년 자살 충동을 경험한 30대 여성 비율은 32.4%로, 남녀를 통틀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0대 남성이 자살 충동을 경험한 것은 절반 수준인 17.9%에 그쳤다. 전체 연령대에서 자살 충동을 느낀 남성(18.2%)과 여성(18.7%)의 비율은 엇비슷했지만, 유독 30대에서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최근 1년간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음을 의미하는 ‘우울감 경험률’에서도 30대 여성이 65.7%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남성(44.0%)보다 여성(57.4%)의 우울감 경험률이 높은 가운데, 30대 남성의 우울감 경험률은 35.9%로 가장 낮았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사회적 환경 변화로 평소보다 스트레스를 더욱 많이 느꼈다고 응답한 비율도 여성(72.4%)이 남성(68.4%)보다 높았다.
연구진은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30대 여성이 남성에 비해 스트레스 수준이 높게 나타나고, 2인 가구 이상 여성이 다른 가구 형태보다 (스트레스가 수준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며 “기혼 여성의 경우, 미취학 아동 돌봄 문제 가중으로 일·가정 양립 문제가 발생하는 등의 이유로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경향이 더 컸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정부가 여성 및 사회 취약 계층을 위한 맞춤형 상담채널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번 설문은 전국 19살 이상 1200명(여성 700명, 남성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 진행됐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