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성 고용률이 처음으로 60%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남성 고용률(76.9%)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여성이 일하면서 받는 시간당 임금도 남성 노동자의 70% 수준에 그쳤다. 또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에도, 여성의 가사 노동 시간이 남성보다 2시간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과 일자리에서 여성이 겪는 ‘구조적 성차별’이 여전한 셈이다.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이런 내용이 담긴 ‘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보고서를 6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1997년부터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돼왔으나, 지난해부터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으로 변경됐다. 보고서는 9개 분야(인구와 가구·노동시장·일생활균형·경제상황·사회안전망·의사결정·여성폭력·건강·사회인식) 통계 49개를 분석해 이뤄졌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5~64살 여성 고용률은 60%로, 한해 전보다 2.3%포인트 올랐다. 여성 고용률이 60%대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남성의 고용률은 76.9%로, 16.9%포인트나 더 높았다.
여성 일자리의 질 또한 낮아,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지난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46%로, 남성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보다 15.4%포인트나 높았다. 여성 저임금(중위 임금의 3분의 2 미만) 노동자 비율은 22.8%로, 남성(11.8%)의 2배 수준이다. 여성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1만8113원, 남성은 2만5866원이었다. 같은 시간을 일해도 여성이 남성 임금의 70%만 받은 것이다.
의사 결정 권한이 있는 자리에 있는 여성 관리자 비율은 제자리걸음 수준이었다. 지난해 4급 이상 여성 국가공무원은 23.2%, 고위공무원은 11.2%, 본부 과장급은 26.4%였다. 공공기관·지방공사·공단 및 500인 이상 민간기업 관리자 중 여성 비율도 21.7%로, 전년보다 고작 0.4%포인트 늘었다. 2020년과 비교하면 도리어 0.6%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가사 분담을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졌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해 여성(69.4%)과 남성(60%)이 비슷한 수준에서 ‘가사분담을 공평하게 해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 ‘공평하게 분담한다’고 답변한 것은 남녀 모두 10명 중 2명(여성 20.5%, 남성 21.3%)에 그쳤다. 그 결과, 여성의 가사노동 참여시간은 맞벌이, 홑벌이에 상관없이 남성보다 많았다. 특히 맞벌이 여성은 평균 3시간7분 가사 노동을 했지만, 맞벌이 남성은 54분에 그쳤다. 여성 홑벌이 가구의 경우도,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2시간36분)이 남성보다 37분 더 많았다.
한편, 2021년 성폭력 발생 건수는 3만2080건으로 2020년 대비 2613건 증가했다. 사이버 성폭력 발생 건수는 4349건으로 같은 기간 10% 줄었지만, 불법촬영물 발생 건수는 1355건으로 60.9% 늘었다. 교제폭력 범죄자 수는 1만975명으로 7.7% 감소했다. 스토킹 검거 건수는 542건으로 12.7% 증가했다. 폭력 상담 건수는 85만9967만건으로 9.7%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가정폭력 상담이 60%(51만4006건)를 차지했다.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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