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트랜스젠더 선수인 나화린씨가 31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한 카페 앞에서 <한겨레>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나 씨는 오는 3일부터 열리는 강원도민체전에 사이클 선수로 출전한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트랜스젠더 여성 나화린(37) 선수의 국내 공식 스포츠 대회 출전 소식에 성소수자·인권단체들이 응원과 지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2일 오전 “우리 사회 공고한 성별 이분법에 도전하는 나화린 선수의 전력질주를 응원한다”고 응원 성명을 냈다. 이어 “(나 선수의) ‘인생을 건 출전’을 통해 우리 사회의 성별이분법과 ‘공정’ 담론을 새롭게 구성하고자 하는 나 선수를 지지하고, 나 선수와 동료 선수들이 강원도민체전에서 ‘모두의 운동장’을 열어내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길 응원한다”고 밝혔다.
나 선수는 오는 3~7일 열리는 ‘제58회 강원도민체육대회’에서 철원군 대표로 사이클 여성부문 2종목(경륜, 스크래치)에 출전한다. 트랜스젠더 선수가 국내 스포츠대회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나 선수는 지난 31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저의 대회 출전이 이슈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전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출전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의 대회 출전을 두고 벌어지는 논란에 대해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다.
무지개행동은 트랜스젠더 선수의 대회 출전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에 대해 “공정과 평등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며, 트랜스젠더가 배제된 지금의 스포츠가 곧 공정함을 의미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이들은 “중요한 것은 트랜스여성의 경기 출전이 공정한지 여부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 그 자체가 아니다”라며 “나 선수가 제기한 것처럼 우리는 한 발 더 나아간 질문에 대해 더 많은 사회적 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21개 인권, 사회 단체들도 나 선수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보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남성, 여성으로만 구분된 스포츠 영역에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배제당하지 않도록, 나화린 선수의 도전이 그 벽을 깨는 시작이 되기를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서울인권영화제 쪽도 “나 선수의 ‘논란’에 기꺼이 뛰어들겠다. 당신이 페달을 밟아 바퀴를 굴리고 트랙을 질주하는 힘처럼 단단하고 굳세게, 서울인권영화제도 우리 사회의 차별과 낙인에 함께 맞서겠다”고 화답했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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