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학숙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등을 대상으로 “소송비용 확정신청을 철회하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남도학숙을 공동운영하고 있는데,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게 민사소송 일부 패소의 책임을 물어 소송비용을 청구하려 한다는 지적을 수차례 받아왔다.
기숙시설인 남도학숙에서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본 ㄱ씨는 지난 18일 광주시와 전남도, 남도학숙에 소송비용의 추심을 포기하는 소송심의회의 심의·의결 절차를 진행해 달라는 진정을 냈다. 2014년 남도학숙에 입사한 ㄱ씨는 직장 상사인 ㄴ씨로부터 수차례 성희롱 피해를 입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 피해를 인정받았으나, 이후 남도학숙 쪽으로부터 ‘자작극’ ‘인생이 불량한 여자’같은 폭언을 들었다.
이에 ㄱ씨는 성희롱과 2차 가해로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ㄴ씨와 남도학숙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 1심에서는 패소했으나, 2심에서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인정받았다. 다만 2차 피해 등은 인정받지 못했고,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원심을 유지했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남도학숙은 수도권으로 대학을 온 광주광역시, 전남도 출신의 대학생을 지원하는 기숙시설로 재단법인 남도장학회 소속이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ㄱ씨가 주장한 2차 피해 관련 부분이 법원에서 인정받지 못하자, 대법원 판결 10일 만에 ㄱ씨를 상대로 소송비용 확정신청을 냈다.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사람은 승소한 쪽이 지출한 소송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인데, 이때 소송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법원에 신청해 결정을 받는 것이 소송비용 확정신청이다. 남도학숙 쪽이 신청한 소송비용은 380만원으로, ㄱ씨가 남도학숙 쪽으로부터 성희롱 피해 위자료로 받은 300만원보다 많다.
그동안 소송비용 추심을 철회하라는 지적에 남도학숙 쪽은 소송비용 확정신청을 철회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혀왔다. 남도학숙 소송비용회수업무처리지침 제5조에 따르면, ‘소송과 관련하여 이 지침에서 정한 것 외에는 광주광역시 소송사무처리 규칙 및 전라남도 소송사무처리 규정을 준용한다’고 돼있는데 광주시 등의 소송사무처리 규칙에 관련 규정이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광주시 소송사무처리규칙이 4월10일 개정되면서 ㄱ씨는 “남도학숙쪽이 소송을 철회할 근거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광주시 소송사무처리규칙 제17조제3항 제5호에는 ‘공익 소송 등 상대방에게 소송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이 적정하지 않다고 인정하여 소송심의회의 심의·의결을 받아 시장의 승인을 얻은 경우엔 소송 비용 추심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ㄱ씨는 “남도학숙이 소송비용 추심을 포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만큼 신속하게 소송심의회의를 개최해달라”고 말했다.
실제 광주시와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4월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소송에 패소한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에게 재판 소송 비용을 회수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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