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2월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생 인권조례 폐지 움직임에 반대하며 청소년 인권 확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학생인권법과 청소년인권을 위한 청소년-시민전국행동’을 출범하기로 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학생 인권 보장’을 목적으로 시행 중인 ‘학생 인권조례’가 위기에 처했다. 학생 인권조례가 제정된 6개 광역자치단체 중 4곳에서 축소·폐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청소년 인권단체에서는 “학생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현재 학생 인권조례를 시행 중인 곳은 경기(2010), 광주(2012), 서울(2012), 전북(2013), 충남(2020), 제주(2021) 등 6개 지역이다. 〈한겨레〉 취재 결과, 광주와 제주를 제외한 서울·경기·충남·전북 등 네 곳에서 학생 인권조례가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서울·경기·충남의 학생 인권 조례는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학생 인권조례를 반대하는 이들이 꼽는 주된 폐지 사유다.
폐지 논의가 가장 빠른 곳은 서울시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14일 ‘서울특별시 학생 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하는 주민 조례청구를 수리했다. 주민 조례 발안법에 따라 서울시의회는 주민 조례청구가 수리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서울시의회 의장 명의로 주민 조례 청구안을 발의해야 한다.
서울시의회 이승미 교육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폐지 움직임에 맞서) 학생 인권조례 폐지안을 주민 조례로 청구하는 게 가능한지 법 해석을 의뢰해둔 상태”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주민 조례 발안법에 행정기구를 설치하거나 변경하는 사항의 경우 주민 조례청구 제외 대상으로 규정한다. (학생 인권조례 폐지안은) 학생인권옹호관, 학생 인권교육센터 등 서울시교육청의 행정기구를 변경하는 사항에 저촉돼 주민 조례 청구 제외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충남도 비슷한 상황이다. 주민 발의된 충남 학생 인권조례 폐지안에 대한 서명 기간이 지난 25일 종료됐다. 이알 이수나로 천안지부 활동가는 “지난해 8월 충남 학생 인권조례 폐지안이 주민 발의됐다. 청구인 쪽에서는 필요 서명수를 모두 채웠다고 말하고 있어 조만간 청구인 명부가 도의회에 제출될 것 같다”고 했다.
지난 2010년 전국 최초로 학생 인권조례를 제정했던 경기도에서도 개정 움직임이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보수 성향의 임태희 교육감이 당선된 이후, 교권 추락을 이유로 ‘학생의 책무’를 강화하는 쪽으로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민서연 아수나로 경기남부지부 활동가는 “교육계 일부 보수 세력들은 학교에서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성소수자를 조장할 수 있다’며 해당 단어를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한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입법예고된 '전북도교육청 교육 인권 증진 기본 조례안'(이하 전북교육 인권조례)에 대한 우려도 크다. 기존 학생 인권조례와 달리 학생, 학교 교직원 및 보호자가 포함돼 실질적으로 학생 인권 보호가 후퇴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등 청소년 단체는 “‘학생인권법안’을 제정해 학생 인권조례를 상위법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일부 지역뿐 아니라 전국에서 학생 인권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는 이유다.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학생을 차별할 수 없다는 초·중등교육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지난 2021년 발의됐지만 국회 교육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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