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들머리의 모습. 과천/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법무부가 ‘비동의 강간죄’뿐 아니라 ‘피해자의 과거 성 이력 증거 채택 금지조항’ 등 여성가족부가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서 추진 의사를 밝힌 모든 성폭력 관련 법 개정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6일 여가부에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안)에 대한 검토 의견’을 보냈다. 법무부가 여가부에 보낸 의견서를 보면, 법무부는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안에 담긴 여섯 가지 법 개정·신설 계획에 대해 다섯 개 항목엔 ‘검토’, 한 개 항목(가정폭력처벌법 목적을 ‘가정보호’가 아닌 ‘피해자 보호’로 개정)에 대해서는 ‘삭제’ 의견을 냈다. 법무부가 ‘검토’ 의견을 낸 사안 중 하나가 형법 제297조의 강간죄 구성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여부’로 개정하는 ‘비동의 강간죄’다.
여가부는 법무부의 의견을 모두 반영해 지난달 26일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년)을 발표했다. 이날 여가부가 비동의 강간죄를 도입하도록 ‘개정한다’가 아닌 ‘개정을 검토한다’고 발표한 건 법무부 의견 때문이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법무부가 “‘비동의 간음죄’ 개정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자 여가부도 이를 철회했다.
<한겨레>가 법무부에 ‘비동의 강간죄’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밝힌 이유를 묻자, 법무부 관계자는 “(당시) 해당 사안이 이슈가 돼서 그에 관해서만 입장을 밝혔을 뿐, 나머지 개정 사안에서도 다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가부가 발표한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 실린 ‘성폭력 관련 법률 개정’ 관련 다섯 가지를 모두 반대한다는 뜻이다.
‘비동의 강간죄’ 외에도 법무부가 ‘검토’ 의견을 낸 사안은 △형법 제32장 제목을 강간 및 추행의 죄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죄로 개정 △성폭력 피해자의 사건과 무관한 과거 성 이력을 증거로 채택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을 성폭력처벌법에 신설 △‘성적수치심’ 용어 개정 △메타버스 등 성적 이미지를 이용하지 않은 행위로 사람을 성적 대상화 해 괴롭히는 표현을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도록 하는 안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다른 사안들도) 법무부에서 계속 반대해왔던 이슈들이 맞다. 법무부에서 해당 개정에 동의한다면 ‘이견 없음’으로 의견을 회신했을 것”이라며 “(여가부에 보낸 의견은) 지금은 안 되고 더 검토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이라고 말했다.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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