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와 직장, 학교 등 일상 생활 공간에서 차별을 당한 청년 여성이 같은 차별 경험이 있는 청년 남성보다 우울 및 불안 정도가 더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주거와 직장, 학교 등 일상 생활 공간에서 차별을 당한 청년 가운데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 및 불안 정도가 더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1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최근 발행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 리뷰’에 실린 설문 결과를 보면, 차별 경험이 있는 20대 여성의 우울 정도는 평균 7.93점인데 반해 차별을 경험한 또래 남성의 우울 정도는 평균 6.57점으로 조사됐다. 설문은 지난 4월13∼19일 서울에 사는 20대 시민 416명(여성 217명, 남성 19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우울 정도(0∼27점)와 불안 정도(0∼21점), 경제활동 참여 여부 및 일상 생활에서의 차별 경험 유무 등을 살폈다.
불안 정도도 20대 여성이 더 높았다. 일상 생활에서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여성의 불안 정도는 평균 6.29점인 반면, 차별을 경험한 남성의 불안 정도는 평균 5.20점이었다.
차별 피해 경험이 더 많은 쪽은 여성이었다. ‘직장’과 ‘전반적인 일상 생활’에서 차별을 경험한 남성 비율은 각각 41.3%, 37.2%였지만, 여성 비율은 각각 65.0%, 65.9%였다. 학교에서 차별을 당했다는 응답률도 남성은 30.5%였으나, 여성 응답률은 46.2%로 더 높게 나타났다.
청년들의 경제적 조건을 살펴봤더니, 경제활동 참여율은 여성(71.9%)이 남성(62.3%)보다 높았다. 하지만 받는 임금 액수는 더 낮았다. 응답자 중 월평균 개인 소득이 200만∼300만원인 비율이 여성은 42.3%, 남성은 29.8%였다. 그런데 월평균 개인 소득이 300만원 이상은 비율은 남성이 35.5%, 여성이 27.6%였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지난해 오이시디 38개 회원국의 평균 성별임금격차는 12.0%인 반면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31.1%로 가장 컸다. 한국은 1996년 오이시디 가입 이래 이 지표에서 26년째 줄곧 1위를 기록 중이다.
이재경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성별임금격차는 여성과 남성의 고용 형태 차이, 여성이 주로 고용되는 직종의 낮은 임금 수준 등이 반영된 결과”라며 “직장 내 차별 경험은 20대 여성의 스트레스 수준을 높여 정신건강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20대 여성의 정신건강에 노동 환경 등 사회구조적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안전한 사회환경 조성을 위한 지원 방안이 촘촘하게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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