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앞에서 ‘남성 약물 카르텔 규탄 집회’ 참가자들이 ‘남성 약물 강간 카르텔의 패배’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3년마다 성폭력 실태조사를 벌이는 여성가족부가 올해 실태조사에서 약물을 이용한 성폭력 피해 실태를 파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이런 실태를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여가부 의뢰로 ‘2022년 성폭력 안전 실태조사’를 벌이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과 한국갤럽조사연구소는 이번 조사에서 성추행(강제추행)과 강간(강간미수 포함) 피해를 경험한 응답자에게 ‘약물 이용 성폭력’ 피해 여부를 묻는 문항을 포함했다. 약물 이용 성폭력이란, 약물을 탄 음료수나 술 등을 피해자에게 먹여 의식을 잃게 만든 뒤 저지르는 성폭력을 가리킨다. 이른바 ‘물뽕’이라 불리는 지에이치비(GHB)와 케타민, 로히프놀, 필로폰 등이 성폭력에 주로 이용되는 약물들로 알려져 있다. 해당 문항은 성추행과 강간 피해를 볼 당시, 약물 또는 술에 의해 정신을 잃거나 자고 있는 상태였는지를 묻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고 여가부는 설명했다.
올해 실태조사는 전국 만19∼64살 이하 성인 여성과 남성 1만명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불법촬영과 성희롱, 성추행, 강간 등 유형별 성폭력 피해 실태(피해 경험 유무, 가해자 유형, 피해 경험 장소 등)와 성폭력 피해로 인한 영향(신체적 문제, 정신적 고통, 2차 피해 여부 등), 피해에 대한 대응, 성폭력 관련 법·제도에 대한 인지도 등을 설문을 통해 조사 중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약물 이용 성폭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문항이 신설된 점이 올해 성폭력 실태조사의 특징이다. 지난 8월 시작된 설문조사는 오는 12월 마무리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는 내년 상반기에 발표될 예정이다.
성폭력 실태조사는 성폭력 피해 현황에 대한 유일한 국가 승인 실태조사로, 현행 성폭력방지법(성폭력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여가부가 3년마다 실시해야 한다. 올해 조사는 2019년 이후 3년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2007년 첫 조사 이후 6번째다.
오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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