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11일 오전 대통령실 인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윤석열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시도를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하락은 성차별을 외면하고 사회적 소수자들과 서민을 외면한 국정운영 전반의 실패가 한꺼번에 드러난 것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기조를 이어갈 경우 지지율은 더욱 하락할 것이다.”
11일 오전 10시30분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 전국여성연대·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연합회·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녹색당 등 8개 단체가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6일 공개된
정부 조직 개편안을 비판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 안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세운 ‘여가부 폐지’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단체들은 “윤석열 정부는 정치적 위기를 맞을 때마다 여가부 폐지론을 전략카드처럼 사용하고 있다”며 정부 조직 개편안이 ‘국면전환용 카드’라고 꼬집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구조적 성차별에 기름 붓는 윤석열 규탄한다” “20%대 지지율은 여가부 폐지 정책의 결과다” “시대착오적인 혐오정치를 끝내자” 등의 구호가 쏟아졌다.
이들 단체는 지금은 여가부 기능을 축소할 때가 아니라 오히려 ‘강화해야 하는 때’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 9월 서울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과 지난 10월 서산 가정폭력 아내 살해 사건 등 매일 같이 수많은 여성이 목숨을 잃고 있는 상황”이라며 “살 수도 있었던 피해자의 생명을 구하지 못한 배경에는 구조적 성차별과 국가의 책임 회피가 있었다. 이를 시정하고 후속대책을 세우기 위해선 여가부의 역할이 필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가부 기능을 옮겨 복지부 아래에 만든다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는 이름부터 잘못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예지 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연합회 이사는 “‘인구가족’이라는 이름 자체에서 여성의 주체성을 박탈하고 여성을 재생산 도구화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여가부 폐지로 이루고 싶은 게 무엇인지,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어떤 목표를 가졌는지, 그 목표에 ‘여성’이 있는 게 맞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여가부 폐지는 여성, 가족, 아동, 사회적 약자의 보호를 더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7일 출근길 발언도 소환됐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이를 두고 “모순된 발언”이라며 “독립 부처를 폐지하고 격하시켜 다른 부처로 흡수하는 것, 연속성과 연결성을 지녀야 할 정책을 사업별로 쪼개고 나누어 별개 부처 소관 하에 배치하는 것이 어떻게 기능 강화인가”라고 비판했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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