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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술 따라, 분위기 띄워”…일상의 성폭력에 노출된 여성 댄서들

등록 2022-09-08 16:59수정 2022-09-08 18:11

논문 ‘여성 댄서의 성적 수치심에 대한 고찰’
성적불쾌감 주는 말과 행동 서슴없이 해
“처벌 강화, 성폭력 예방교육 필요”
여성 댄서들이 출연한 경연 프로그램 유행으로 스트리트 댄서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여성 댄서들의 성폭력 피해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여성 댄서들이 출연한 경연 프로그램 유행으로 스트리트 댄서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여성 댄서들의 성폭력 피해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여성 스트리트 댄서들이 지속적으로 성희롱을 포함한 성폭력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여성 댄서들이 출연하는 경연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스트리트 댄스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여성 댄서를 예술인으로 보지 않고 성적 대상화하는 그릇된 인식은 그대로다.

8일 학술지 <영남춤학회지>에 실린 ‘여성 댄서의 성적 수치심에 대한 고찰’ 논문을 보면, 여성 스트리트 댄서에게 가해지는 여러 유형의 성폭력이 드러난다. 논문을 쓴 박한솔 국민대 스포츠윤리연구소 연구원(박사과정)은 성적 침해를 경험한 활동 경력 10년 이상의 여성 댄서 6명을 지난 1∼4월 심층 면담해, 그 내용을 논문에 담았다.

“학생들과 함께 찍은 짧은 영상을 (에스엔에스에) 올린 적이 있는데 ‘창녀 같다’는 댓글을 받은 적이 있어요. 학생들이 보고 상처 받을까 봐 재빠르게 (댓글을) 삭제했었죠.” -ㄱ(27)씨

“다른 댄서들 얘기를 들어보면, 모르는 남성으로부터 음란한 사진을 받은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특정 신체 부위 사진과 함께 음란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했어요.” -ㄴ(31)씨

여성 댄서들이 밝힌 성희롱 피해다. 가해자들은 에스엔에스(SNS)에서 여성 댄서들에게 성적 불쾌감을 주는 사진과 글을 보내거나 악성 댓글을 달았다. 박한솔 연구원은 “연구에 참여한 여성 댄서 6명 중 3명이 성매매와 유사한 스폰서 제의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토로했다”고 밝혔다.

동료인 남성 댄서들은 또 다른 가해자였다. 남성 댄서들은 특정 신체 부위와 외모 등을 평가하며 여성 댄서를 성적인 대상으로 여겼다. 이런 행위를 방관하고 부추기는 관객들도 있다.

“단체 대화방에서 (남성 댄서들이) ‘이 사람은 언제든지 유혹할 수 있다’ ‘나, 이 사람이랑 잤다’ 등과 같은 발언을 서슴없이 해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수치심이 들어요.” -ㄷ(40)씨

“과거 경연 대회에 참여했을 때 심하게 조롱을 당한 경험이 있어요. 상대가 남성이었는데, 여성용품을 구해 와서 춤추고 있는 저에게 던졌어요. 그때 얼마나 화가 나고 수치스러웠는지 몰라요. 남자 댄서들이 저를 희롱했고, 그걸 보고 있는 관객들은 재밌다고 웃었어요.” -ㄹ(30)씨

여성 댄서들은 성적 불쾌감을 주는 사람 다수가 남성 댄서 또는 상급자라고 답했다. ㄱ씨는 “직장 상사가 모이는 자리에 억지로 참석한 적이 몇 번 있다. 제가 아직 어리니까 ‘와서 분위기 띄워라’ 혹은 ‘네가 와서 술 한 잔 따라야지’ 이런 말을 들으며 술자리 참석을 강요받은 적이 있다”로 말했다.

이런 피해를 입어도 여성 댄서들은 아무런 대응을 할 수 없다고 했다. 박한솔 연구원은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여성 댄서들은 ‘무서워서’ ‘낙인찍히기 싫어서’ ‘가해자가 상급자라 활동하는데 지장을 줄까 두려워서’라고 말했다”며 “성폭력이 발생했을 때 공론화된 사건이 아니라면 이를 묵인하는 댄스계의 체계가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논문은 댄스계 안에서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성폭력 예방교육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한솔 연구원은 “스포츠계는 현장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을 예방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댄스계는 그렇지 않아 가해자에 대한 규제와 처벌이 미약할 수밖에 없었다”며 “인식을 개선할 수 있도록 댄서를 대상으로 체계적인 성폭력 예방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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