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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20대 남-녀 갈라놓은 ‘성별 불평등’…성별 아닌 ‘불평등’이 현실

등록 2022-08-30 17:14수정 2022-08-30 17:29

신영대 민주당 의원 ‘젠더갈등 해소…’ 토론회
“노동시장 젠더불평등은 물론, 군복무 보상 등
성평등 정책, 세대·젠더별 정책욕구 대응해야”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젠더 갈등의 원인 해소 및 성평등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성평등 정책의 범주를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젠더 갈등의 원인 해소 및 성평등 실현을 위한 토론회’에서 “성평등 정책의 범주를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대남’이라고 부르는 청년 남성 일부가 성평등한 사회로의 변화에 반발하고, 언론과 정치권이 이를 ‘젠더 갈등’이라고 일컬으며 성별 간 대립이 심화했다. 국가 성평등 정책은 그사이 중대한 갈림길에 놓였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여성가족부 존폐를 논할 것이 아니라 세대·계층마다 다른 정책 욕구를 충족하는 쪽으로 성평등 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3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에서 ‘젠더 갈등의 원인 해소 및 성평등 실현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성평등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발제자로 나선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대 남성은 반페미니즘 성향이 강하고 복지, 인권, 성소수자 문제에 보수적이다. 이들 사이에서 정부의 성평등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조사에서 일관되게 관찰되고 있다”며 “20대 여성은 그와 반대되는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청년 세대, 특히 20대 여성과 남성 간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20대 청년의 성별 간 성차별에 대한 인식 차이는 크다. 여가부가 지난해 3월 공개한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 결과를 보면, 19∼24살 사이의 여성은 77%가 여성이 불평등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응답했고, 같은 연령의 남성 54.1%는 오히려 남성이 불평등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현실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여전하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성별임금격차가 가장 크다. 또 ‘엔(n)번방 사건’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불안 및 소득 감소가 여성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남성보다 높은 여성의 대학 진학률, 입법·행정·사법 영역에서 여성 참여가 확대되는 일은 가시화된 반면 여성들의 구조적 취약성, 즉 채용 성차별, 성별임금격차, 일과 돌봄이라는 이중 부담으로 인한 경력단절 등은 비가시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이대남과 그 이전 남성 세대를 비교하면 이대남의 성평등 의식이 더 높고, 가부장적 질서에 대한 저항도 강하다. 다만 사회 불평등 심화로 (계층 이동) 사다리가 없다는 점이 지금의 청년들이 경험하는 일상”이라며 “현재 이대남들에게 ‘공정’의 가치마저 없다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성평등 정책의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세대·젠더마다 다른 정책 욕구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젠더에 기반한 폭력, 노동시장의 젠더 불평등뿐만 아니라 청년 남성들의 군 복무에 대한 적정한 보상 의제도 중요한 의제로 다뤄야 한다”며 “성평등 정책의 범주를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성차별 실태를 파악해서 정교한 성평등 정책을 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은경 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연합회 성평등정책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밝혔던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 공약은 한국 사회 성차별 실태를 파악도 하지 않고 밝힌 공약”이라며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문제라고 언급한 이후 청년들의 성평등 문화 확산을 위한 사업이 중단된 것은 초유의 사태다. 소수의 의견이 아닌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성평등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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