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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차별은 여성이 당하고 판단은 남성이? ‘차별시정위원’ 여성 25%뿐

등록 2022-05-18 14:57수정 2023-03-16 10:00

19일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시행
피해자, 성차별·성희롱 시정신청 가능
여성 차별시정위원 비율, 권고기준 미달
“실태 파악 위해 최소한 성비 균형 맞춰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일터 성차별·성희롱 피해자가 사업주의 보호조치 위반 등을 노동위원회에 직접 시정신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그러나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차별시정위원의 여성 비율이 25%에 그쳐 최소한의 성별 균형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부터 고용상 성차별이나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 위반 여부를 노동위원회가 직접 조사하고, 시정·배상 명령까지 내릴 수 있도록 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제까지 성차별·성희롱 피해자는 △민·형사 고소 △고용노동청 진정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등 3가지 창구를 통해 사업주의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었다. 이 제도들의 한계는 뚜렷했다. 고소는 피해자가 직접 법 위반을 입증해야 하고, 인권위의 판단은 강제력이 없는 등 피해구제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피해자는 노동위원회 시정신청으로 시정명령은 물론 배상명령까지 상대적으로 간편하게 이끌어 낼 수 있다. 입증 책임이 노동자에게 있던 다른 제도와 달리, 노동위원회는 사업주에게 입증 책임을 부과한다. 여성·노동계는 개정안 시행으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일터의 교묘한 성차별이 드러나고, 시정되길 기대하고 있다.

기대만큼 우려도 크다. 고용 성차별, 성희롱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 위반 여부를 판단하는 노동위원회가 최소한의 성별 균형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겨레>가 18일 국회 환경노동·여성가족위원회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동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차별시정 공익위원 성별을 보면, 전체 176명 가운데 여성 위원 비율은 25%, 44명에 그쳤다. 12개 지방노동위원회 가운데 △부산(전체 14명) △전남(전체 14명) △울산(전체 9명)은 여성 차별시정 공익위원이 단 1명이었다. 정부·지자체가 구성한 각종 위원회에 특정 성별이 전체 60%를 넘지 않도록 권고한 양성평등기본법에 반하기도 한다.

“3년 이내 여성 비율 최소 40%까지 올려야”

차별시정 절차를 보면 공익위원 성별 균형의 중요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피해자가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하면, 노동위원회는 차별시정 공익위원 가운데 추첨으로 3명을 선정해 ‘차별시정위원회’를 꾸린다. 부산·전남·울산처럼 여성 차별시정위원이 1명일 경우, 여성을 포함하지 않은 차별시정위원회가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차별시정위원의 성인지 감수성, 성폭력에 대한 이해도가 고용상 성차별과 보호조치 위반 여부 등을 판단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구조 아래에서 성별 편향된 위원회가 꾸려지면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공통으로 성별 균형의 달성이 필수라고 지적한다. 윤지영 직장갑질119 변호사는 “고용 성차별,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보호조치 위반 여부를 판단하려면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하다. ‘성별=성인지 감수성’은 아니겠지만, 사안의 실체를 제대로 들여다보려면 다양한 관점이 반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별시정위원은 그동안 기간제·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 여부를 판단해 왔는데, 이 판단 역시 매우 형식적으로 이뤄져 제도 자체가 차별을 시정하는데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인적 자원 확보는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신경아 한림대 교수(사회학과)도 “고용 성차별, 성적 괴롭힘은 차별시정위원회가 그동안 해오던 기간제·파견근로자에 대한 차별 여부 판단과는 다른 차원으로 특수하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위원 가운데 성차별·성적 괴롭힘 관련 전문가를 늘리고, 여성 비율을 3년 이내에 최소 40%까지 확보하는 등 로드맵을 세워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송옥주 의원은 “개정안 공포부터 법 시행까지 1년이라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노동위원회의 준비가 미흡하다. 여성위원 확대는 물론 위원들의 성인지 감수성을 높일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노동위원회 관계자는 “법 개정을 앞두고 12곳 지방노동위원회를 순회하며 고용상 성차별 등과 관련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여성 공익위원 비율을 늘리기 위해 각 지노위로부터 목표 여성 공익위원 비율을 제출받아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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